파월 연준 의장 "무역정책 전환으로 고용-물가 안정 동시 도전" 경고
전문가들 "트럼프發 세계화 위기론은 과장"
전문가들 "트럼프發 세계화 위기론은 과장"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제이 파월 연준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중앙은행의 이중 목표를 "긴장 상태에 있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놓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은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상당한 정책 변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특히 무역이 이제 초점이 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우리는 목표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 안정 없이는 강력한 노동시장 상황을 장기간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지금까지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를 포함한 경제적 영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미국 증시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S&P 500 지수는 2.2%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이미 2월에 연율 2.5%로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 "트럼프의 관세 정책, 세계화 논쟁의 분위기 반전시켜"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전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드는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보호무역 기조가 오히려 자유무역 지지 목소리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 16일 FT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계화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되었다는 분석 보도를 내놓았다.
FT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실제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오히려 보호무역주의자들이 도덕적, 지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관세가 부를 파괴하거나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 연준의 존 윌리엄스 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총재를 포함한 여러 연준 고위 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관세로 인해 앞으로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트럼프의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이 더 장기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을 높였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준 고위 관리는 대규모 관세가 다시 부과될 경우 미국이 오히려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방지를 위한 금리 인하 사이의 정책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 "바이드노믹스 실패에서 트럼프 관세까지... 근로자는 정작 공장 근무 원치 않아"
FT는 바이드노믹스의 지난 11월 대선 참패 이후, 트럼프가 노동계급의 실제 선호도를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자의 80%는 더 많은 공장을 원하지만, 실제로 25%만이 그 공장에서 일하기를 열망한다는 점에서 현대 경제의 모순이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코미디언 데이브 샤펠의 "나는 나이키를 만들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육체노동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꼬집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와 기업들은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세금으로 인해 가까운 장래에 강력한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FT는 또한 "제한적인" 관세에 대한 맹신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바이든 전 행정부의 "높은 울타리가 있는 작은 마당"과 같은 관세 접근법도 결국 다른 국가들의 보복을 막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 세계 무역, 보호무역 확산에도 역사적 고수준 유지
FT는 이런 시장의 반응을 근거로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의도치 않게 세계화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서의 무역은 언뜻 "붕괴 직전의 모습"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2000년대 초반보다 더 높고, 1970년대에 비해 두 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역에 대한 "낡은 자유주의적 진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FT는 강조했다. 즉, 경상수지 적자는 국가 실패의 지표가 아니며, 노동자는 또한 소비자이기도 하고, 보호무역주의는 실질적으로 로비스트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정책이라는 점 등이 재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역사적 관점에서 무역이 과거 영국의 '반옥수수법연맹'처럼 대중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19세기 영국에서 자유무역을 옹호했던 운동을 언급한 것으로, 현재 보호무역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더불어 FT는 만약 미국이 과거에 중국의 산업 성장을 억제했다면, 1990년대의 저물가 시대가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역사적 가정을 통해 세계화의 긍정적 측면을 환기시켰다.
이러한 무역 환경 변화 속에서도 연준은 올해 연방기금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25-4.5%로 유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 기업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 정책의 인플레이션 영향과 경기 둔화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연준의 신중한 접근법을 보여준다고 FT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