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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배우자...중국 EV 기술 주도권 장악에 유럽, 中과 기술이전 협상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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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배우자...중국 EV 기술 주도권 장악에 유럽, 中과 기술이전 협상 나서

시장 접근권-기술 이전 방정식 '역전' 현상에 EU, 중국식 산업정책 도입 추진
유럽이 중국에 자동차 제조 기술을 전수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제는 유럽이 중국의 전기차(EV)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역전 현상이 현실화됐다는 주장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이 중국에 자동차 제조 기술을 전수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제는 유럽이 중국의 전기차(EV)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역전 현상이 현실화됐다는 주장이다. 사진=로이터
유럽이 중국에 자동차 제조 기술을 전수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제는 유럽이 중국의 전기차(EV)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역전 현상이 현실화됐다는 주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지난 16(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중국이 과거 서방 기업들에게 적용했던 방식을 차용해 자국 시장 접근권과 기술 이전을 연계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FT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1월 기준 유럽 배터리 생산능력 투자의 49%는 유럽 자체에서 이루어졌으나, 중국이 27%로 두 번째 큰 투자국을 차지했다. 한국(13%), 미국(8%), 대만(3%)이 그 뒤를 이었다.

"유럽 산업 발전의 자부심이었던 자동차 분야에 대한 해외 투자를 환영한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고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ntre for European Reform)의 선임연구원 엘리자베타 코르나고는 분석했다.

◇ 유럽차 브랜드, 중국 기술기업과 제휴 확대


FT가 인용한 IHS와 알릭스파트너스 분석에 따르면,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의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은 최대 40%에 달하는 반면, 미국 시장 비중은 15% 이하에 그치고 있다.

중국의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2017년 약 45%에서 20252월 기준 약 70%로 급증했다. 특히 BYD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80년간 1위 자리를 지켜온 폭스바겐을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랐다.

"유럽이 시장에서 뒤처지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EV 전환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커넥티비티,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분야에서의 열세도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생존 기회가 없다"라고 상하이 베인의 자동차 기술 전문가 레이몬드 창은 지적했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폭스바겐은 지난해 7월 중국 전기차 업체 엑스펑(Xpeng)7억 달러(9900억 원)를 투자해 지분 5%와 이사회 '옵저버' 자리를 확보했다. 수백 명의 폭스바겐 엔지니어들이 광저우와 허페이에서 엑스펑과 함께 스마트 드라이빙 기술을 학습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레이저 기반 물체 감지 시스템 개발업체 헤사이(Hesai), 스텔란티스 역시 립모터(Leapmotor), BMW는 화웨이(Huawei)와 각각 기술 중심 제휴를 맺었다.

EU, 중국식 '시장-기술 교환' 정책 도입 추진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자동차 업계 '행동 계획'에서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들에게 유럽 기업과의 합작투자 참여나 기술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중국이 40년간 외국 기업들에게 적용해온 시장 접근권과 기술 이전을 연계하는 전략을 EU가 역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EU가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는 이러한 기술 교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CEO이자 유럽 자동차산업협회(Acea) 회장 올라 켈레니우스는 "유럽이 보호무역주의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위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그룹 AutoForm의 중국 사업부장 크리스토프 베버는 "유럽 브랜드들은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실패했다""일부는 여전히 중국의 기술적 우위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2009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정부의 EV 산업 공식 지원금을 2309억 달러(327조 원)로 추산했다. 이 지원에 힘입어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한편, 런던 상장사 RHI 마그네시타의 스테판 보르가스 CEO"유럽 산업계는 미국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더 빨리 깨닫고 있다"고 유럽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