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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중앙은행들, 미국 장기채 196억 달러 매도... 단기채에 616억 달러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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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중앙은행들, 미국 장기채 196억 달러 매도... 단기채에 616억 달러 '올인'

4개월 연속 미국 장기 국채 매각... "단기자금 선호는 미국 장기 전망 비관적 신호"
2021년 8월 9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8월 9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핵심 채권 매입 기관인 외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장기 국채를 연속 매도하면서 단기 국채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주목된다.

배런스(Barron's)의 지난 16(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최신 자료를 보면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 기관들은 지난 2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만기 1년 이상의 미국 장기 국채와 채권을 매각했다. 같은 기간 이들은 만기 1년 이내의 사실상 위험이 없는 단기 국채(T-bill)를 지속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동향은 외국 정부들이 미국의 장기적 경제 전망에 비관적이거나, 단기적으로 현금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음을 시사한다.

재무부의 월간 국제자본보고서(Treasury International Capital)에 따르면, 외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2월 한 달 동안 196억 달러(277700억 원) 규모의 미국 장기 국채를 순매도했다. 앞서 이들은 1월에 241억 달러(341400억 원), 지난해 12월에는 423억 달러(599300억 원), 11월에는 10억 달러(14000억 원) 이상의 장기 국채를 매각했다.
반면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 기관들은 단기 국채 매입에 집중해 지난 2616억 달러(872800억 원)의 단기 국채를 순매입했다. 이는 1670억 달러(949300억 원), 지난해 1223억 달러(32500억 원) 매입에 이은 것이다.

◇ 외국 정부들, 미국 경제 장기 전망에 비관적 신호

외국 기관들의 장기채 매도와 단기채 매입 현상에 대해 웰스파고(Wells Fargo)의 거시 전략가 안젤로 마놀라토스는 "준비금 관리자들이 잠재적인 미래 통화 개입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동성을 늘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금 접근성이 높아지면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를 매입하고 필요시 그 가치를 지지할 수 있는 더 많은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현재 88000억 달러(12460조 원)의 미국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44%는 중앙은행 및 정부 기관이, 56%는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의 미국 자산 매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은 큰 폭의 변동을 보였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금요일 4.492%로 급등해 지난 2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익률 상승은 어딘가에서 채권 매도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 일본은 매입, 중국은 매각... 주요국 동향 엇갈려

그러나 국제 정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미국 보유 자산을 금융 전쟁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외국인 민간 투자자들은 지난 2월 외국 정부 기관들의 순매도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장기 국채를 매입했으며, 110억 달러(155800억 원) 상당의 단기 국채도 매입했다.

최근 10년 및 30년 만기 국채 경매와 같은 국채 경매 데이터는 중앙은행을 포함하는 간접 입찰자들의 강력한 참여를 보여주었다. 미국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10년 만기 국채 경매 후 "많은 외국인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시장의 주목을 받는 국가는 11300억 달러(16012100억 원)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최대 외국 보유국 일본과, 현재 미국의 두 번째 대출 기관인 중국이다. 일본은 지난 2317억 달러(449100억 원)의 장기 국채를 순매입한 반면, 중국은 48억 달러(68000억 원)를 순매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 마크 윌리엄스는 "중국의 주요 국영 기관들은 최소 3조 달러(4251조 원)의 달러 자산을 소유하고 있어 고의적인 매도는 자해 행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파이어 세일(급매)을 할 유일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중국 소유 자산을 동결하거나 채무 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경우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미국은 역사적으로 채무 불이행을 한 적이 없지만, 이란과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의 자산을 동결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국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규모가 큰 시장으로, 외국 정부들이 자국 자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보유 자산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