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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미국 기술 독립 외친 중국, '오픈 소스' 반도체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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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 독립 외친 중국, '오픈 소스' 반도체로 승부수

상하이 스타파이브, RISC-V 기반 칩 개발로 서구 기술 의존 탈피 시도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 화웨이 분사 기업 등 고객 확보하며 성장 가속
중국의 칩 설계 스타트업인 상하이 스타파이브 테크놀로지. 사진=스타파이브 테크놀로지(@StarFiveTech)/X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칩 설계 스타트업인 상하이 스타파이브 테크놀로지. 사진=스타파이브 테크놀로지(@StarFiveTech)/X
중국의 칩 설계 스타트업인 상하이 스타파이브 테크놀로지(Starfive Technology)가 서구 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오픈 소스 아키텍처인 'RISC-V(리스크파이브)' 기반의 반도체를 개발하며 주목받고 있다고 포브스재팬이 지난 16(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인텔의 x86이나 암(Arm)의 제품과는 차별화되는 행보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중국은 오랫동안 반도체 산업의 자립을 추진해 왔다. 반도체 자급자족은 이제 중국에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홍콩 부동산 개발 회사인 헝지자오예디찬(恒基兆業地産, Henderson Land Development)의 리자제(李家傑) 공동 회장이 투자한 스타파이브는 RISC-V 기반 반도체 개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스타파이브는 신중하면서도 철저한 접근 방식을 택했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스 사용량 데이터 수집 자동화 스마트 가스 계량기용 칩 개발부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투자자인 리자제의 헝지자오예디찬이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도시가스 사업을 운영하는 홍콩중화가스(香港中華煤氣)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합리적인 전략이었다고 포브스재팬은 분석했다.

◇ 데이터센터 시장 정조준, 기술력으로 승부
스타파이브의 다음 목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시장이었다. 설립된 지 6년 된 이 회사는 데이터센터용 RISC-V 칩을 개발하여 중국 화웨이에서 분사한 엑스퓨전 디지털 테크놀로지스(Xfusion Digital Technologies) 등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토마스 슈(Thomas Xu) 스타파이브의 창업자이자 CEO"지금까지 우리 회사의 데이터센터 관리 칩과 유사한 RISC-V 기반 칩을 개발한 곳은 없다. 우리는 상업적으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HP 출신으로, 상하이의 팹리스 반도체 기업인 찬신반도체(灿芯半导体, Brite Semiconductor)CEO를 역임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인 그의 자신감은 확고해 보인다.

스타파이브는 중국 내에서 RISC-V 칩 설계를 가장 먼저 시작한 기업 중 하나다. 이 분야에는 알리바바의 칩 부문인 T-Head와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Hisilicon)도 뛰어들었다. RISC-V 아키텍처는 스마트폰부터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도구까지 광범위한 응용 분야에 사용될 수 있지만, 성능 면에서는 아직 인텔의 x86이나 암(Arm)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스위스에 기반을 둔 비영리 재단이 관리하는 오픈 소스 아키텍처인 RISC-V는 중국 정부에게 서구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3, 중국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전국적인 RISC-V 칩 사용 장려 정책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 거물 투자 유치, AI 넘어선 성장 전략

스타파이브는 2018년 리자제의 패밀리 오피스인 풀 비전 캐피털(Full Vision Capital)로부터 초기 자금을 유치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 인터뷰에서 리자제는 RISC-V 개발에 참여했던 인력들이 설립한 미국 칩 설계 회사 사이파이브(Sifive)를 설득해 중국에 사업부를 설립하도록 했고, 이것이 스타파이브의 모태가 되었다고 밝혔다. 당시 리자제는 미중 관계의 추가적인 악화를 예측하며, 이로 인해 인텔과 암(Arm)이 중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사이파이브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리자제의 이러한 예측은 현실로 드러났다. 스타파이브는 이후 홍콩 투자 공사, 바이두(百度), SBVA(구 소프트뱅크 벤처스 아시아), 중국 투자 펀드인 청웨이 캐피털(成為資本, Chengwei Capital)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의 RISC-V 칩 개발 스타트업들이 AI 분야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것과 달리, 스타파이브는 AI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RISC-V 보급 확대 정책과 지속적인 AI 수요 증가 속에서 스타파이브는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협력 제안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에 분주한 상황이다. 토마스 슈 CEO"우리는 제한된 생태계를 가진, 용도가 명확한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한 번에 하나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파이브의 이러한 전략은 특정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