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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MSC, 32조 원 규모 CK 허치슨 항만 인수 '파나마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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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MSC, 32조 원 규모 CK 허치슨 항만 인수 '파나마 변수'

미·중 전략 경쟁 격화 속 파나마 정부 계약 논란 부담
아폰테스 가문 주도, 핵심 관문 제외하고 41개 항만 인수 추진
홍콩의 CK 허치슨 홀딩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영향력 견제 압박 속에서 주요 파나마 운하 항만 운영사의 지분을 블랙록의 지원을 받는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합의한 후, 2025년 3월 4일 파나마시티의 발보아 항만 근처를 배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홍콩의 CK 허치슨 홀딩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영향력 견제 압박 속에서 주요 파나마 운하 항만 운영사의 지분을 블랙록의 지원을 받는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합의한 후, 2025년 3월 4일 파나마시티의 발보아 항만 근처를 배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적인 해운 그룹 MSC를 이끄는 이탈리아의 거부 지안루이지 아폰테(Gianluigi Aponte) 회장의 가문이 CK 허치슨으로부터 전 세계 43개 항만을 인수하는 228억 달러(324193억 원) 규모의 초대형 거래에서, 파나마 운하 인근의 핵심 항만 두 곳을 분리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CK 허치슨의 파나마 항만 자산이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지역에 위치해 있어, 중국 측의 반대와 파나마 정부의 감시, 미국 측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7(현지시각) 트레이드윈즈,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내용을 종합하면, MSC 그룹 경영진은 파나마의 발보아 항만과 크리스토발 터미널을 이번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41개 항만 자산에 집중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히 MSC 산하 터미널 인베스트먼트(TiL)41개 항만을 인수하고, 파나마에 위치한 2개 항만은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51%의 지분을 확보하고, TiL이 나머지 49%를 보유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아폰테스 가문은 파나마 현지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MSC 그룹과 CK 허치슨 모두 이번 사안에 대한 공식적인 논평을 자제하고 있다.

◇ 파나마 항만, 전략적 요충지 부상


파나마 항만은 전체 거래 가치의 약 4%에 불과하지만, 파나마 운하라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어 이번 거래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CK 허치슨은 지난 1998년부터 해당 항만들을 운영해 왔으며, 2021년에는 파나마 정부와 25년 추가 연장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파나마 정부는 CK 허치슨이 항만 운영권 갱신을 소홀히 하고 3억 달러(4265억 원)의 미지급금이 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논란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거래를 통해 CK 허치슨의 창업주인 리카싱(李嘉誠) 회장이 190억 달러(269961억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체 거래 금액에서 파나마 항만 가치를 제외한 금액이다.

한편, CK 허치슨의 이번 항만 사업 매각 결정은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비판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이번 거래가 지정학적 민감성을 띤 사안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거래 향방, 규제 당국 승인에 달렸다


현재 MSC와 블랙록, CK 허치슨 간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며, 중국과 파나마 정부의 승인, 그리고 예상치 못한 정치적 변수 등으로 인해 최종 거래 구조와 조건이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SC 그룹이 파나마 항만을 별도로 분리하여 나머지 41개 항만 인수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은 거래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거래는 MSC 그룹이 CK 허치슨의 글로벌 항만 사업 확장을 꾀하는 과정에서 파나마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린 상황을 보여준다.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국제 정세와 파나마 정부의 압박 속에서 MSC 그룹이 어떤 최종 결정을 내릴지, 그리고 블랙록이 파나마 항만 운영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은 41개 항만 인수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