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석대표, 백악관 방문 후 합의 없이 귀국...이달 내 2차 회담 개최 예정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17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무역협상 수석대표를 만난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도 세계 무역에 대한 관여를 심화시키려는 상황에서 동맹국들과의 무역 협상을 타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망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일본 관리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아카자와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극히 유감스럽다"고 말하며, 백악관이 양국 경제를 강화할 수 있는 협상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아카자와 장관은 이달 중 두 번째 회담을 갖고 빠른 해결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에서 일본 대표단은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회담을 가졌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소셜미디어 X에 "무역에 대한 논의가 매우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곧 일본에서 온 친구들"과 더 많은 대화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 무역전쟁 전략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각국 정부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최대 외부 투자자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 시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일본산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도쿄의 잇따른 관세 면제 요청을 거부했다. 트럼프의 "호혜적" 관세 제도 하에서 24%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에 일본 기업들이 동요하고 있으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를 "국가 위기"라고 선언했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3월 말까지 회계연도 동안 미국과의 무역 흑자가 9조 엔(약 631억 달러, 약 89조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3% 감소한 수치다.
◇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日 방산주 급등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일본이 미군 주둔 비용에 더 큰 재정적 부담을 져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과의 안보조약이 "불공평하다"고 거듭 주장했으며, "우리는 그들을 방어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지불한다. 그들은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현재 일본은 미군 주둔 지원 비용으로 연간 약 14억 달러(약 1조9000억 원)를 지불하고 있다.
다음 회담에서 일본이 국방비 증액을 약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 방위산업체들의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 17일 IHI는 5%, 가와사키중공업은 6.3%, 미쓰비시중공업은 1.6% 상승했다.
아카자와 장관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는 엔화 약세 등 외환 문제가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는 "이 사안은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장관 간 별도 협의를 통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카자와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엔화 약세를 위해 외환시장을 조작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FT에 따르면, 일본 측은 이번 무역협상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함에 따라 일본이 얻을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일본 간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고, 추가 관세 부과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협상 시작 전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물론 협상 과정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