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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유지보수 인프라 부족으로 한국 기관차 운행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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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유지보수 인프라 부족으로 한국 기관차 운행 난항

한국 정부, 유지 보수 위한 52억 원 긴급 무상 지원 결정
전문가 "미터궤(협궤) 기관차 도입 정책 자체 재검토 필요"
방글라데시의 노후 기관차. 사진=방글라데시 철도청이미지 확대보기
방글라데시의 노후 기관차. 사진=방글라데시 철도청
방글라데시 철도청(BR)이 유지보수 인프라 부족으로 현대로템으로 부터 도입한 '클래스 3000' 기관차 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지 언론 '파이낸셜 익스프레스'18(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총 1148000만 타카(1340억 원)를 들여 도입한 이 기관차들은 잦은 기술적 결함과 부품 부족으로 인해 절반 가까이가 제대로 운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방글라데시 철도차량 관리 및 유지보수 개선 사업'이라는 무상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총 44923만 타카(524700만 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 방글라데시 철도청이 유지보수 인력 및 예산 부족으로 열차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우리 국토교통부에서 지원사업에 나서게 된 것이다.

방글라데시 철도청 고위 관계자는 "1148000만 타카를 투입해 수입한 30량의 현대로템 기관차가 도입된 지 불과 2년 만에 고장이 잇따르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 한국의 지원책과 현지 반응

이번 한국 정부의 지원은 방글라데시 철도청의 유지보수 능력 향상과 운영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원 내용에는 ▲기관차 시험용 38종의 최신 장비 제공 ▲국내외 기술 교육을 통한 전문 인력 양성 ▲표준화된 유지보수 체계 구축 등이 포함된다.

방글라데시 철도청은 한국 정부의 지원 결정에 대해 3000호대 기관차 유지보수 역량 부족을 인정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철도청 차량 담당 국장은 "제공되는 장비 목록이 여전히 불충분하다"고 지적하며 더 많은 고가 장비 포함을 요청했다.

한편, 한국 측은 문제의 원인에 대해 "현지 기술자들이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 엔진과 구동 제어 시스템을 갖춘 이 기관차에 익숙하지 않아 잦은 고장이 발생하고, 전문 인력과 부품 부족으로 인해 운행 중단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심각한 운영 난항

문제의 30량 중 10량은 아시아개발은행(ADB), 20량은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자금을 지원했다. 현재 최소 5량은 이미 운행이 중단되었으며, 나머지도 절반가량만 정상 운행 중이다.

이러한 현대로템 기관차의 유지보수 문제는 방글라데시 국영 철도의 심각한 기술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글라데시 철도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운행 가능한 미터궤(협궤) 기관차 수를 직접적으로 늘려 더 많은 여객 열차 운행과 서비스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는 또한 "기관차 고장 감소가 수익 증대는 물론 전반적인 유지보수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프로젝트 세부 내용과 전망

이번 프로젝트의 총 소요 예산은 59728만 타카(697600만 원), 이 중 4805만 타카(56100만 원)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44923만 타카( 524700만 원)는 한국 정부의 무상 지원으로 충당된다.

한국 국토교통부는 이미 367만 달러(521000만 원)의 무상 지원을 승인했으며, 방글라데시 경제관계국(ERD)과 한국 정부 간 합의의사록(RoD)이 체결됐다.

방글라데시 철도청의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향후 추가 철도 차량 도입도 예정되어 있다. 제안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새로운 기관차 도입에 따른 지속 가능한 유지보수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모하마드 파히물 이슬람 철도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사업 검토 회의에서는 적절하고 포괄적인 장비 목록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방글라데시 철도청 차량 담당 국장은 실제 요구 사항에 맞는 조달을 주문했으며, 이후 기계 부서에서 보조금 예산 범위 내에서 필수 장비의 수정 목록을 제출했다.

그러나 차량 담당 국장은 "장비 목록이 여전히 불충분하다"며 추가 고가 장비 포함을 권고했고, 회의 의장은 기계 부서와 협의하여 최종 목록을 확정해 프로젝트에 반영하도록 지시했다.

한국 측은 "이 프로젝트가 현재 30량의 기관차 조달 계획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고가 엔진과 방글라데시 철도청의 유지보수 운영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 현지 전문가의 비판적 견해

방글라데시 공과대학교(BUET)의 모하마드 샴술 호크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44923만 타카(524700만 원)의 보조금이 어떻게 1148000만 타카(1340억 원) 상당의 불량 기관차 30량 공급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보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호크 교수는 "방글라데시 국내 철도망이 광궤(넓은 궤도)와 복합궤로 전환되는 추세인데 미터궤(협궤) 기관차 조달은 처음부터 제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 기관차들은 과도한 무게로 인해 많은 노선에서 운행이 제한되고, 저속 엔진으로 수리 옵션이 제한되어 고장이 더 잦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품질 엔진으로 제작된 이 기관차들은 잦은 고장으로 인해 효과적인 수리 여지가 거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