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세만으로도 데이터센터 개발 비용 급증... "AI 기술 주도권 위태" 우려 확산

글로벌 공급망 연구기관 알타나(Altana)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만으로도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은 연간 110억 달러(약 15조 600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적 관세 체계는 자국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려는 목표와는 반대로, 세계 AI 시장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설팅업체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의 스라반 쿤도잘라 분석가는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은 미국의 인공지능 주도권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데이터센터 구축 지연과 제조 비용 상승 '이중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대형 기술기업들은 2025년 한 해에만 인공지능 컴퓨팅 기반시설에 3000억 달러(약 427조 3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TSMC)도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1000억 달러(약 142조 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투자 계획은 복잡한 세계 공급망에 대한 관세 부과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주도하는 5000억 달러(약 712조 2000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사업 '스타게이트' 개발 관계자는 "일부 해외 공급업체가 사업 결정을 재고하면서 특정 데이터센터의 단일 부품 조달마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우려"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관련 칩 제조 장비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적' 관세에서 면제됐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145%의 관세를 포함한 현행 관세 체계는 여전히 미국 내 생산 시설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을 증가시킬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와 관련 칩 제조 장비, 재료 및 부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232조 조사'를 시작했다. 이 조사는 최대 270일이 걸릴 수 있으며, 더 엄격한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반도체와 전체 전자 공급망을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공급망 데이터 분석 플랫폼 Z2Data의 무함마드 아흐마드 최고경영자(CEO)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체가 관세에서 면제되더라도 부품에 관세가 적용된다면 미국은 여전히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FT에 설명했다. 그는 "제품 분류 수가 방대하여 가장 작은 부품 하나만으로도 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미애널리시스의 쿤도잘라 분석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수입품에 제안한 32%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주요 장비와 소재 가격 상승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용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국내 제조업을 재건할 능력이 손상될 위험은 현실"이라며 "미국 바깥에서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 저렴해질 것이고, 미국 제조업에서 비중이 큰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신미국안보센터의 제프리 거츠 선임연구원은 "이번 조사가 단순히 반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끝날지, 아니면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더 균형 잡힌 정책으로 발전할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FT에 말했다
한편, 아마존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의 한 반도체 설계 기업 임원은 "만약 이 분야에 상당한 관세가 부과된다면, 우리 회사의 미국 고객들이 앞으로 몇 년간 그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