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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해방의 날' 이후 강화된 나바로 영향력...관세정책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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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해방의 날' 이후 강화된 나바로 영향력...관세정책 주도

관세 강경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내 영향력 확대...베선트·러트닉은 나바로 부재 틈타 관세 일시 중지 제안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전 미국 무역제조국장이 2024년 10월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콩코드에서 열린 11시간 신앙 지도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전 미국 무역제조국장이 2024년 10월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콩코드에서 열린 11시간 신앙 지도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관세 전쟁과 관련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는 인물로 나바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관세 계획 중단을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들 앞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끊임없이 맴돌며 강경한 관세정책을 지지하는 무역 고문 피터 나바로라는 큰 장애물이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8(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바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 처리에 항의한 '광복절' 행사 이후 정기적으로 대통령 집무실 주변을 맴돌며 관세정책 유지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베선트 재무장관과 러트닉 상무장관은 나바로가 경제 고문 케빈 해셋을 만나기로 한 시간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대통령 집무실로 달려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고 이 중재에 정통한 여러 관계자들이 전했다.

◇ 베선트-러트닉의 일시적 성과


두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부 관세를 일시 중지하고 즉시 발표하여 시장을 안정시키는 전략을 설득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에 관련 게시물을 올릴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이는 나바로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고 한 관계자가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과 언론 비서관 캐롤라인 레빗은 거의 즉시 백악관 밖으로 나와 카메라 앞에서 공식 발표를 진행했다.

"베선트 장관과 러트닉 장관은 관세 완화 계획에 대해 완벽히 공조했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매체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관세가 지난 2일부터 발효되기 시작한 후 주식 시장은 크게 하락했으며, 다음 주에는 시장 불안 시기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국채마저 매도세를 보이는 더 심각한 징후가 나타났다. 트루스 소셜의 관세 일부 중단 게시물은 주식 시장을 급등시키고 국채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날 늦게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시장이 "삐걱거리고" 있고, 채권시장의 경고 신호에 집중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는 트루스 소셜의 별도 게시물에서 국민들에게 "침착하게 지내라"며 기존 관세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베선트 재무장관의 대변인은 "대통령 팀은 미국 국민을 위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 의제를 이행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무역에 관한 대통령 진영을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은 성실히 일하는 미국인들을 북돋우려는 우리 행정부의 목표를 약화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이행하고 만성적인 무역적자라는 우리나라의 국가적 비상사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고의 무역경제팀을 구성했다""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구성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 아래 우리 노동자와 산업을 위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미국의 위대함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나바로의 독보적 영향력


나바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찬성 성향을 활용해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종종 동료들과 마찰을 빚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나바로가 복역 후 트럼프가 당선되자 무역 고문으로 복귀했고, 트럼프는 주변인들에게 나바로가 자신을 위해 감옥에 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나바로는 트럼프 첫 임기 당시에도 백악관 내 의견 충돌을 자주 일으키는 인물이었다. 그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자주 대립했다. 한때 므누신 장관과 함께 중국 관리들과 무역 논의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둘 사이의 긴장이 너무 고조되어 회담장 밖에서 격렬한 언쟁을 벌인 적도 있다.

"익명의 정보원으로부터 무역팀을 분열시키려는 더 많은 책략이 있다"고 나바로는 논평 요청에 대한 답변으로 문자 메시지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정책에 대한 강경한 관점을 공유하는 나바로를 오랫동안 신뢰해 왔다. 나바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견해를 담은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이라는 책을 공동 집필했다.

중국에 대한 나바로의 강경한 입장은 월가에 비판적인 트럼프 지지층의 상당 부분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많은 금융계 임원과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 내 베선트와 러트닉의 협력 관계는 백악관 내부 역학관계가 얼마나 빠르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두 장관은 대통령직 인수 기간 동안 재무부 장관직을 놓고 경쟁하며 공개적인 갈등을 겪었다. 베선트는 일론 머스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재무장관직을 차지했고, 러트닉은 보상 차원에서 상무부를 이끌며 상당한 '무역' 포트폴리오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관세 정책에 있어서는 두 사람이 의견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