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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산업 '위기'...미국 관세가 결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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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산업 '위기'...미국 관세가 결정타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 2년 새 50% 폭락
업계 리더 드비어스 적자 전환...美 관세로 출하 난항
다이아몬드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판매 부진과 값싼 인공 다이아몬드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곤경에 처한 가운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부과한 관세가 결정타를 날렸다. 이로 인해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지난 2년간 무려 50%나 폭락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다이아몬드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판매 부진과 값싼 인공 다이아몬드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곤경에 처한 가운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부과한 관세가 결정타를 날렸다. 이로 인해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지난 2년간 무려 50%나 폭락했다. 사진=로이터
다이아몬드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판매 부진, 값싼 인공 다이아몬드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곤경에 처한 가운데, 최근 미국이 부과한 관세가 결정타를 날렸다. 이로 인해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지난 2년간 무려 50%나 폭락했다.

지난 18(현지시각) 포브스재팬의 보도에 따르면 야구 경기에서 '쓰리 스트라이크 아웃'이 선수를 덕아웃으로 돌려보내듯, 다이아몬드 업계는 세 가지 악재에 연달아 직면하며 위기에 몰렸다. 업계 1위 드비어스(De Beers)의 매각 계획마저 조용히 보류된 상황이다.

특히 인공 다이아몬드의 부상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10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인공 다이아몬드는 현재 러시아, 보츠와나 등에서 채굴되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캐럿당 가격(90달러 이상, 128205)의 몇 분의 일 수준인 캐럿당 약 10달러(14245)에 생산되고 있다.

◇ 악재 속 기업 가치 하락과 적자 전환


이러한 압박 속에, 100년 넘게 다이아몬드 시장을 지배해온 드비어스는 큰 타격을 입었다. 드비어스의 지분 85%를 보유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상장 자원 대기업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은 드비어스의 기업 가치를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앵글로 아메리칸이 오펜하이머(Oppenheimer) 가문으로부터 드비어스 지분 40%51억 달러(72649억 원)에 인수할 당시 드비어스는 1275000만 달러(181623억 원)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해 16억 달러(22792억 원)의 평가손과 올해 초 29억 달러(41310억 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하는 등 일련의 하향 조정을 거치면서, 보츠와나 정부가 15% 지분을 가진 드비어스의 현재 기업 가치는 약 25억 달러(35612억 원)까지 떨어졌다.

인공 다이아몬드와의 경쟁 및 비용 상승 여파로 드비어스는 적자 전환을 피하지 못했다. 20237200만 달러(1025억 원)의 이익을 냈던 드비어스는 지난해 2500만 달러(356억 원)의 순손실(적자)을 기록했다. 이익 감소는 곧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20233180만 캐럿이었던 생산량은 지난해 2470만 캐럿으로 줄었다.

◇ 미국 관세의 직접적인 타격과 시장 혼란


여기에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소비 시장인 미국의 관세가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미국은 최근 모든 수입 다이아몬드에 일률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도 열어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연간 820억 달러(1168090억 원) 규모의 전 세계 다이아몬드 거래가 이번 관세로 인해 "암초에 걸린(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관세 규칙 및 세율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벨기에 안트베르펜(Antwerp)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Dubai) 같은 주요 다이아몬드 가공 지역에서의 미국향 출하량은 평소의 15% 이하로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미비아 트러스트코 그룹(Trustco Group) 산하 트러스트코 리소시스(Trustco Resources)의 리처드 체트워드(Richard Chetwode) 회장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아몬드 산업 상황이 결코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다이아몬드 관련 기업들이 미국으로 대거 진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다이아몬드 관세는 특히 보츠와나에 심각한 문제로 작용한다. 보츠와나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국가 세수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다이아몬드 채굴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앵글로 아메리칸은 호주 BHP 그룹의 4900만 달러(698억 원) 규모의 인수 제안에 맞서기 위한 방어 전략의 일환으로 드비어스 지분 85%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관세가 현 상태로 유지된다면, 드비어스는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많은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보츠와나 주와넹(Jwaneng) 광산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10억 달러(14245억 원)를 투자해야 할지, 아니면 시장 침체 속에서도 드비어스 주식 매각을 강행해야 할지 등 여러 어려운 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