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유럽, 중국·미국과 동시에 좋은 관계 유지하며 영향력 확대할 것" 전망

지난 19일(현지시각)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제품에 최대 2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EU를 대상으로 했던 20% 관세는 중단하고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기본 10% 관세만 유지하기로 했다.
퍼듀 대학교 정치학과 카일 헤인즈 조교수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려 하지만, 유럽이 이에 응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의 양자택일이 아닌 실리적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진단은 다른 외신에서도 소개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70개국 이상과의 관세협상을 이용해 중국과의 무역을 제한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은 위성 인터넷 기술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렌든 카 의장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과 중국의 위성 인터넷 기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유럽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으며, 지금이 선택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 EU, 미중 갈등 속 '중간자' 입지 활용 전망
헤인즈 조교수는 "EU와 중국의 무역 규모는 미국과의 무역과 거의 비슷하며, 트럼프의 관세 철회는 유럽 지도자들에게 그가 진정한 세계적 무역전쟁을 벌일 의지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은 중간자적 위치에서 중국과 미국 모두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를 활용해 미중 무역전쟁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자국의 무역 이익을 더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헤인즈 조교수는 "유럽연합은 트럼프가 믿을 만한 협상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트럼프가 물러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대서양 관계 손상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유럽은 트럼프의 요구에 따른 선택을 거부할 것이며, 이에 트럼프는 일부 위협을 실행에 옮길 수 있으나, 그의 행동은 경제적 결과가 명백해지면 빠르게 후퇴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옥스퍼드 대학의 로즈마리 풋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과 변덕스러움을 감안할 때 어떤 것도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입장이 거의 매일 바뀌는 상황에서 유럽이 미중 무역 관계에 대한 양극화된 입장에 동참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막스 버그만 유럽·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EU와 중국이 미국에 맞서 연합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EU와 중국은 둘 다 수출 주도 경제로서 특히 자동차 및 청정 기술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라며 "경제적 제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EU와 중국은 상호 조사와 보복 조치로 얽힌 불안정한 무역 관계를 유지해왔다. EU는 중국이 전기자동차와 철강 부문에서 불공정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비판하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미국의 대중국 관세로 인해 중국이 무역을 EU로 돌려 가격을 낮추고 유럽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은 "우리는 세계적인 과잉 생산량을 떠안을 수 없으며 우리 시장에 덤핑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