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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공포, 美 K-뷰티 사재기 대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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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공포, 美 K-뷰티 사재기 대란 확산

인기 선크림 등 품귀현상 우려... 온라인 쇼핑몰 '싹쓸이'
업계 촉각, 관세 부과 유예 속 대책 고심... 한미 통상 협상 주목
트럼프 발 관세폭탄에 미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은 한국 뷰티 애호가가 AI를 활용해 자신에 딱 맞는 파운데이션 색을 찾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발 관세폭탄에 미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은 한국 뷰티 애호가가 AI를 활용해 자신에 딱 맞는 파운데이션 색을 찾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K-뷰티 제품에 대한 '사재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스트레이츠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디 애틀랜틱 매거진, 보그 등 외신들이 지난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역 상대국들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을 발표하면서 가격 인상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 최근 한국을 처음 방문한 미국인 관광객 조나단 코 씨(34세)는 서울 명동에 위치한 올리브영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50만 원 상당의 선크림, 페이스 마스크, 크림 등을 쓸어 담았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그는 평소 한국 스킨케어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지만, "관세가 모든 것의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서울 방문 기회를 이용해 재고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 역시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전 K-뷰티 제품을 '패닉 바잉(panic buying)'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소셜미디어 및 온라인 메시지 게시판 데이터를 인용하며, 미국 소비자들이 온라인 장바구니에 '필사적으로(frazically)' 담고 있는 품목 목록에 한국산 선크림을 포함시켰다고 보도했다.

디 애틀랜틱 매거진은 '내 스네일 뮤신이 무역 전쟁에 갇혔다(My Snail Mucin is Caught in a Trade War)'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는 K-뷰티 제품으로 대중화된 성분인 달팽이 점액(스네일 뮤신)을 언급하며 관세의 영향을 짚은 것이다.
패션 매체 얼루어와 보그는 각각 '관세가 발효되면 뷰티 제품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까?', '미국 관세가 뷰티 산업에 미칠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관세 이슈를 다뤘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레딧에서는 '지금 구매할 가치가 있는 뷰티 제품들'에 대한 스레드에서 한국산 선크림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일부는 만약을 대비해 '애정하는' 제품들을 사재기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되는 K-뷰티 제품 중 선크림이 가장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들은 가벼운 제형과 효능 면에서 미국산 선크림과 비견할 수 없다며 높이 평가했다.

◇ 미국 소비자들이 K-뷰티 '사재기' 나선 배경

이러한 사재기 현상은 한국이 25%의 상호 관세율을 부과받으면서 가속화됐다. 이는 미국과 기존에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제외한 모든 상호 관세 인상 조치를 7월 8일까지 90일간 유예했다.

한국 정부는 다음 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을 워싱턴에 파견하여 관세 협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K-뷰티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 달러(약 14조 5299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억 달러(약 14조 2450억 원)를 넘어섰다. 2020년 이후 연간 20% 이상의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한국 뷰티 제품의 두 번째 주요 수출 대상국이다. 지난 1월 삼성증권이 발표한 보고서는 한국산 선크림 제품의 전자상거래 판매가 4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한국 화장품 업계, 수출 타격 및 대응 방안 고심

강한 수요에 힘입어 한국의 주요 화장품 ODM(주문자 개발 생산) 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량을 최소 두 배 이상 증대하고 있다. 이는 미국 현지 생산 제품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미국에 생산 시설이 없는 국내 양대 화장품 기업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두 회사는 미국 수출 제품의 가격 인상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더페이스샵, 후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LG 관계자는 "관세가 판매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대응 방안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의 브랜드를 가진 아모레퍼시픽은 2024년 중국을 제치고 미국이 최대 해외 시장이 되었다. 아모레퍼시픽 대변인은 스트레이츠 타임스의 질의에 대해 "회사의 전략은 업계 전반의 상황과 변수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향후 5~10년 내 미국에 생산 시설을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김승환 최고경영자는 4월 14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최근의 변화와 동향을 고려할 때 이 계획이 가속화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기업들이 관망세를 취하는 반면, 크레이브뷰티와 같은 소규모 스킨케어 브랜드들은 영향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온라인 및 세포라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크레이브뷰티의 창업자 리아 유 씨는 지난 3일 틱톡 영상을 통해 "관세가 한국에서 수출하는 거의 모든 브랜드에 영향을 미칠 역사적인 변화를 야기하며, K-뷰티 제품이 예전처럼 저렴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아 유 씨는 지난 11일에 올린 두 번째 영상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높은 관세가 일부 뷰티 브랜드를 파산시킬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자사 제품 포장재가 중국에서 조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영상 말미에 "아직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분쟁은 격화되는 추세다. 미국은 지난 16일 중국의 125% 보복 관세에 대응하여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현재 145%에서 245%로 인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씨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경제학과 이문섭 조교수는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중국 상품 관세는 최종 제품 원산지와 관계없이 광범위한 산업에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한국 생산자들에게 불균형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교수는 관세로 인한 금전적 부담이 한국 제조업체, 미국 유통업체, 미국 소비자들에게 분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K-뷰티 제품은 시장에서 쉽게 대체되지 않는 독특한 특징을 제공하므로, 미국 소비자들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미국인 관광객인 조나단 코 씨는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관세 전쟁의 불가피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옷, 신발 등 모든 것에 대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모두가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