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분쟁 격화 속 중국, 미국 비판 통해 내부 결속력 강화
전문가 "경제 타격 현실화 시 당 지도부에 정치적 부담될 수도"
전문가 "경제 타격 현실화 시 당 지도부에 정치적 부담될 수도"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에게 단기적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지난 18일(현지시각) "중국 지도자들이 국기를 중심으로 국민을 규합하고 있으며, 중국의 많은 경제적 문제에 대해 미국을 비난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상징하듯 미·중 간 관세 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의 포괄적 관세는 우리에게 타격을 주겠지만, '하늘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당을 신뢰함으로써 우리는 도전을 기회로 바꿀 것"이라고 1면 논평을 통해 강조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자 이안 총 정치학자는 "이는 일종의 양날의 칼과 같다"며 "당이 어려운 시기에 정치적 지지를 모으는 데 주력하는 것이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당이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무역 분쟁을 이념 전쟁으로 확대하는 중국
보도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의 갈등을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닌 이념 전쟁으로 규정하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결은 트럼프 행정부 1기부터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까지 거의 10년 동안 지속됐으며 최근 몇 주 동안 더욱 확대됐다고 중국 당국은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인민일보는 중국에서 '항미원조전쟁'(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운 전쟁)으로 알려진 한국전쟁을 언급하며 "오늘날의 환경과 상황은 매우 다르지만, 미국의 과도한 관세 부과와 극단적인 압박 전술, 중국을 굴복시키려는 망상에 직면한 중국 인민은 패배를 받아들이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지아 주립대학의 마리아 레프니코바 부교수는 "미국이 전혀 양보하지 않고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다면, 중국 대중이 과연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의 최근 관세 부과 이전에도 일부 학술 설문조사에서 중국 응답자의 75%가 미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신감 표명에도 경제적 취약성과 내부 비판 직면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맞서 국내 소비 증진을 위한 재정 및 통화 부양책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국영 언론은 중국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19%에서 올해 약 15%로 감소했다고 강조하며 미국 시장 의존도가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SJ는 "수출은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5% 성장률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으며, 중국 수출의 과잉에 대한 저항은 미국을 넘어 유럽 및 기타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의 관세 협상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특히 중국 경제는 이미 부동산 시장 붕괴, 공공 부채 증가, 소비자 신뢰 약화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무역 분쟁의 심화는 추가적인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 정부가 국내 소비를 늘리는 더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하기보다 제조업과 공업을 선호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국심에 기반한 전략은 시진핑 주석의 대미 협상력도 제약할 수 있다. 반미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 관리들은 대중에게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양보를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 내부에서도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인민일보의 논평에 대응해 온라인에 게재됐다가 삭제된 한 에세이는 공산당의 메시지를 "망상적인 자기 서술"이라고 비판했으며, "'신뢰'는 정책이 아니며 '안정성'은 성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웨이보에서는 "자랑에는 비용이 들지 않지만, 자랑을 믿는 것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WSJ는 "중국이 보여주는 접근법은 공개적인 비판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미국과의 긴장 고조보다 트럼프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더 큰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 없이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국영 언론은 트럼프가 궁극적으로 일부 관세를 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가 변하지 않고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공산당이 걸고 있는 정치적 정당성이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