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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빅테크, 천문학적 AI 투자 부담에 전략 변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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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빅테크, 천문학적 AI 투자 부담에 전략 변화 모색

천문학적 AI 인프라 투자...커지는 수익성 불확실성
비용 부담에 경쟁 구도 변화 조짐...메타, 협력 실패 후 오픈소스 박차
메타, 구글 등 IT '공룡' 기업들조차 AI를 구축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메타, 구글 등 IT '공룡' 기업들조차 AI를 구축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로이터
최근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의 반독점 재판 과정에서 여러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업계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다른 뉴스였다.

IT 전문 매체 '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지난 18(현지시각) 보도에서 메타가 지난 한 해 동안 자사의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다른 빅테크 기업들에 협력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마크 저커버그 CEO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 속에서도 재정적 한계와 전략적 고민이 존재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AI 인프라 투자, 3200억 달러 돌파...데이터센터 경쟁 가열


더인포메이션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메타의 이례적인 협력 시도 배경에는 AI 인프라 구축 및 운영에 따르는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이 자리한다.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확장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엔비디아 GPU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막대한 전력 확보는 갈수록 난항을 겪고 비용 또한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다수의 보고서와 시장 분석을 보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4대 빅테크 기업의 올해 AI 관련 설비 투자 예상액은 총 3200억 달러(455조 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2024년 투자 추정치(2300~2460억 달러) 대비 30% 이상, 많게는 40~60% 급증한 규모다. UBS는 당초 25% 증가를 예상했으나 35% 증가(3020억 달러)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 막대한 투자의 상당 부분, 일각의 추정으로는 약 80%가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건설, 서버, 네트워킹 장비 등)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사별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메타는 올해 AI 인프라에 600~650억 달러(85~92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구글(알파벳)750억 달러(106조 원)를 투입할 예정이며,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6월 종료되는 회계연도 기준으로 약 800억 달러(113조 원)를 지출할 방침이다. 아마존은 1000억 달러(142조 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는 이 비용의 '상당 부분(대다수)'AI AWS(아마존 웹 서비스)에 투입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AI'일생일대의 기회'로 평가했다.

천문학적 투자에도 커지는 '위험' 인식과 '거품론'


그러나 이러한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AI 기술이 기업의 실질적인 재무 성과나 수익성으로 즉시 연결될지에 대한 의구심 또한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막대한 지출 대비 불확실한 투자수익률(ROI)에 대한 우려와 함께 'AI 거품론'이 다시 부상하는 상황이다. 특히 메타와 구글은 AI 투자가 단기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기도 했다.

기업들 역시 AI 도입에 따르는 위험을 인지하는 모습이다. 여러 조사 결과에서 상당수 기업 경영진들은 AI의 윤리적 문제, 데이터 프라이버시, 사이버 보안 위협, 부정확성(환각 현상), 규제 준수 등을 주요 위험 요소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포춘 5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AI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간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I 도입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10% 이하에 불과했다"는 지적은 AI ROI의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표현일 수 있다. 초기 투자 단계에서는 ROI 달성이 더딜 수 있다. 하지만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고급 생성AI 프로젝트를 진행한 거의 모든 조직이 측정 가능한 ROI를 보고했으며, 20%30% 이상의 ROI를 달성했다고 답했다. 맥킨지 역시 특정 기능에서 AI15~40%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초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도입 사례와 장기적인 잠재력은 여전히 높게 평가받는 셈이다.

비용 압박 속 경쟁 구도 변화...메타의 협력 시도와 좌절


AI 인프라 투자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와 재정적 부담은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 구도에 미묘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기존의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비용 분담이나 기술 협력 등 예상치 못한 협력 방안 모색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타의 '라마 얼라이언스(Llama Alliance)' 또는 '라마 컨소시엄(Llama Consortium)' 추진 시도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자사의 주력 LLM인 라마(Llama) 모델 훈련 비용 분담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클라우드 파트너를 포함한 여러 기업에 접촉했다. 자금 지원의 대가로 라마 모델의 향후 기능 개발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센티브까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일부 기업들은 오픈소스로 무료 공개될 기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자체 독점 AI 모델이나 파트너십(MS-오픈AI, 아마존-앤스로픽)을 보유한 클라우드 기업 입장에서는 무료 경쟁자를 지원할 전략적 이유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메타가 구글 등 다른 대형 IT 기업들과 AI 인프라 비용 분담 또는 공동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는 더 인포메이션의 보도는 최소한 '라마 얼라이언스' 관련 보도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인된 정보에 따르면 메타의 협력 제안 대상에 구글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논의의 초점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자체보다는 '라마 모델 훈련 비용' 분담에 맞춰져 있었다.

◇ 비용 감축 넘어선 메타의 오픈소스 전략


한편, 메타는 자체적인 비용 절감 및 생태계 확장을 위해 최신 AI 모델인 라마 4(Llama 4)를 포함한 생성형 AI 모델들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AI 개발 및 운영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선 다층적인 전략으로 해석된다.

오픈소스 공개는 외부 개발자 커뮤니티의 기여를 통해 모델 개선 및 혁신을 촉진하고, 라마를 업계 표준으로 만들어 오픈AI나 구글의 폐쇄형 모델과 경쟁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또한, 모델 생태계를 활성화해 특정 기업이 AI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고, 기업들이 데이터 보안 우려 없이 자체적으로 모델을 활용하도록 지원하며,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나아가 라마 기반 AI 서비스 확산이 메타의 핵심 광고 사업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간접적인 수익 창출 구조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다.

AI 투자의 그늘과 빅테크의 미래


IT 업계 상황은 AI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상상 이상의 막대한 비용과 재정적 부담, 불확실한 수익성이라는 현실이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AI 인프라 투자라는 거대한 '구멍' 앞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메타의 '라마 얼라이언스' 시도와 같은 선택적 협력 모색이나 오픈소스 전략 강화 등 기존과는 다른 생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투자와 실질적인 수익 실현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중요한 긴장 요인이다. 향후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비용 효율성, ROI 증명, 위험 관리, 그리고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능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빅테크 기업들의 기존 경쟁 구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