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정부 간 협정 추진...입찰 절차 우회 '속도전', 대중국·파키스탄 전력 열세 만회 목적
총 76대 라팔 전력 구축 목표...고고도 성능 앞세워 양면 위협 대응
총 76대 라팔 전력 구축 목표...고고도 성능 앞세워 양면 위협 대응

지난 16일(현지시각) 바라트 샤크티 등 인도 국방 전문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도입은 정부 간 협정(G2G) 방식으로 신속하게 진행되며, 인도의 라팔 총 보유 대수는 76대로 늘어난다. 이는 장기 입찰 절차를 우회하는 '속도전'으로, 고고도 성능이 뛰어난 라팔을 앞세워 양면 위협에 대응하려는 인도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 및 파키스탄과 고조되는 긴장 속에서 공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인도의 노력이다. 계획이 확정될 경우 중요한 진전이 될 전망이다. 2020년 라다크 국경 충돌은 인도의 군사 대비태세 취약점을 드러냈고, 파키스탄의 중국산 J-10C 도입은 양면 위협 우려를 키웠다. 인도와 프랑스 고위 관계자 논의를 거쳐 결정된 이번 선택은 인도 소식통의 설명처럼 급변하는 역내 위협에 대응하고자 장기 입찰보다 속도와 신뢰성을 우선한 결과다.
이번 구매 추진은 인도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부상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첨단 전투기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과 남아시아 세력 균형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바라트 샤크티는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제안된 거래가 다목적 전투기(MRFA) 프로그램의 느리고 경쟁적인 입찰 과정보다 '속도, 보장된 인도, 연속성'을 제공하는 전략적 필요성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매체 오펙스360도 이번 협정이 인도 공군에 4개 전투 비행대대를 추가해 심각한 전력 부족분을 일부 해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도입 추진은 역내 라이벌들이 빠르게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제공권 유지가 시급하다는 인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도 공군은 편성 정원 42개 비행대대 중 현재 31개만 운용한다. 노후 미그-21(MiG-21) 퇴역과 국내산 HAL 테자스 생산 지연이 전력 공백을 키웠다. 라팔 4개 비행대대 추가가 이러한 격차를 완전히 메우진 못해도, 인도가 장기적인 국산 솔루션을 추구하는 동안 중요한 임시 방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인도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라팔 성능
프랑스 다쏘 항공이 제작한 라팔은 쌍발 엔진 다목적 전투기다. 공중 우세, 지상 공격, 정찰, 핵 억지 등 다양한 임무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스네크마 M88 엔진 2기로 각 16,860파운드의 추력을 내며, 마하 1.8의 속도와 약 1150마일의 전투 반경을 자랑한다. 탈레스 RBE2 능동전자주사식 위상 배열(AESA) 레이더는 정밀한 표적 탐지 및 추적을 가능하게 하며, 스펙트라 전자전 시스템은 적 레이더와 미사일에 대한 강력한 방어 능력을 제공한다.
라팔의 무장에는 100마일 이상 사거리의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 심도 타격용 스칼프 순항 미사일, 엑소세 대함 미사일이 포함된다. 인도 공군용 라팔은 고고도 작전을 위한 향상된 저온 시동 능력 및 국내 개발된 아스트라 Mk1 공대공 미사일 통합 등 13가지 특정 개선이 이뤄졌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라팔은 히말라야 고지대 공중전에서 해안 방어까지 인도의 다양한 작전 환경에 효과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
인도 공군은 현재 라팔 36대를 운용 중이다. 이는 2016년 당시 약 94억 달러(약 13조 3903억 원)에 해당하는 78억 7000만 유로(약 12조 7736억 원) 계약에 따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인도된 기체들이다입니다. 이 전투기들은 파키스탄 방면 암발라 공군 기지와 중국 방면 하시마라에 배치됐다. 40대 추가 도입 제안은 인도 공군이 양면에서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 경쟁 기종 대비 라팔의 우위와 도입 과제
라팔의 매력은 경쟁 기종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J-20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설계됐지만, WS-10 엔진의 신뢰성은 라팔의 M88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다. 파키스탄이 최근 도입한 J-10C는 AESA 레이더와 PL-15 미사일을 장착한 경량 단발 엔진기로, F-16 초기형과 성능이 비슷하다.
반면 라팔은 우월한 센서 융합 능력, 장거리 무기 운용, 리비아·시리아 등 분쟁에서 입증된 실전 기록으로 질적 우위를 갖는다. 특히 비용 효율적이지만 성능이 떨어지는 파키스탄 JF-17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수하며, 시계 외 전투(BVR)에서 비교 우위가 두드러진다.
인도가 정부 간 거래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F-21, F/A-18 슈퍼 호넷 등 경쟁 기종이 참여하는 114대 규모의 다목적 전투기 공개 입찰 절차를 우회하는 것이다. 바라트 샤크티는 기존 운용 기체를 위한 군수 및 훈련 인프라 활용이 G2G 방식 채택의 주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도 해군이 승인한 26대 라팔-M(66억 유로 규모)과의 부품 공통성도 유지 보수 및 작전 운용 간소화에 기여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인도가 국내 방위 산업 생산을 우선시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 이니셔티브와 상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낳는다. 추가 도입할 40대의 정확한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6년 계약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 및 잠재적 개선 사항 포함 시 100억 달러(약 14조 2450억 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2025-26년 인도 국방 예산 750억 달러(약 106조 8375억 원) 중 상당 부분이 자본 획득에 배정된 상태다. 과거 야당 지도자 라훌 간디 의원은 2016년 계약에 불규칙성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이를 기각했다.
생산 지연에 시달리는 테자스 Mk1A 등 국내 대안보다 해외 구매를 우선하는 결정은 자립 지지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AP 싱 공군참모총장은 2024년 힌두스탄 항공사(HAL)의 테자스 인도 지연에 좌절감을 표하며 공군 역량 강화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2025년까지 인도된 테자스 Mk1은 40대에 불과하다.
프랑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이번 거래의 핵심 기반이다. 프랑스는 러시아에 이어 인도의 두 번째로 큰 무기 공급국이며, 라팔 외 스코르펜급 잠수함, 미사일 기술 등도 제공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2023년 파리 방문 시 양국은 방위 산업 협력을 강조하는 '호라이즌 2047' 로드맵을 발표했다. 다쏘 항공은 인도에 합작사 다쏘 릴라이언스 항공우주를 설립했으며, 미래 주문에 대비한 최종 조립 라인 설치도 고려 중이다. 해군의 라팔-M 계약 체결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공동 비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거래의 역내 영향은 지대하다. 인도양에서의 중국 해군 확장과 공군력 증강은 인도가 억지 태세를 강화하는 동기가 됐다. 2020년에 55,000피트 상공에서 모의 표적을 요격하며 시연된 라팔의 고고도 작전 능력은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파키스탄은 중국과의 국방 관계를 심화하거나 다른 플랫폼을 모색하며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2022년에 라팔 42대를 주문한 인도네시아와 다목적 전투기를 평가 중인 말레이시아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인도의 선택을 다쏘 플랫폼에 대한 신뢰 표시로 간주할 수 있으며, 이는 역내 시장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인도의 라팔 성공은 전투기 제조사들 간 경쟁 심화를 보여준다. 최고 5세대 전투기인 록히드 마틴 F-35는 비용 및 기술 이전 제약으로 인도가 접근하기 어렵다. 인도의 요구에 맞춤 제작된 F-21은 첨단 기능을 제공하지만, 라팔이 가진 기존 전력과의 작전 시너지는 부족하다. 해군 함재기 경쟁에서 F/A-18 슈퍼 호넷이 라팔-M에게 2023년 시험에서 패배하며 다쏘가 인도의 특정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데 우위를 가졌음이 입증됐다.
인도 공군 주축인 러시아 Su-30(260대 이상)은 유지 보수 난관을 겪고 있으며, Su-57 등 신형 러시아 플랫폼은 수출 시장에서 아직 주목받지 못한다. 라팔은 그리스,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 수주를 통해 수출 부활을 알리며 미국 및 러시아 제조사들의 지배력에 도전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인도 공군은 과거 프랑스 미라주 2000을 도입했으며, 이는 1999년 카르길 전쟁 동안 레이저 유도 폭탄으로 정밀 타격을 가하며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라팔은 이러한 유산을 계승하며, 인도의 변화하는 전략적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현대적이고 다재다능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인도 공군으로의 라팔 통합은 원활했으며, 조종사 훈련과 현지 유지 보수 시설도 이미 갖춰졌다. 미라주 2000이 수행한 2019년 발라코트 공습은 첨단 다목적 전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제 라팔이 이 역할을 주도할 태세다. 라팔이 논쟁적인 환경에서 작전할 수 있는 능력과 서방 및 인도 시스템과의 상호 운용성은 인도 국방 현대화의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더 많은 라팔 도입 결정은 즉각적인 안보 필요성과 장기적인 국방 자립 열망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반영한다. 미국 관찰자들은 이번 거래가 중국의 공세에 맞서고 글로벌 강대국들과 관계를 조율하는 인도-태평양 핵심 플레이어로서 인도의 부상을 강조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는 국방 자립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동시에 드러낸다. 테자스 프로그램은 당초 약속과 달리 공군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고전하며, 2025년까지 인도된 Mk1 제트기는 40대에 불과하다. 제안된 라팔 거래가 확정되면 인도 공군력에 결정적인 활력을 주겠지만, 국내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지연시켜 국방 전략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인도가 나아감에 따라 라팔의 역할은 단순한 작전 능력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 및 역내 영향력 형성까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의 성공은 적시 이행, 비용 관리, 그리고 인도의 광범위한 군사 체계와의 통합에 달려 있다. 76대 라팔이 인도 영공을 나는 모습은 안보 수호 결의의 강력한 상징이다. 과연 인도는 해외 기술 의존과 자립 비전을 조화롭게 이룰 수 있을까? 그 답이 향후 수십 년간 글로벌 강국으로서 인도의 궤적을 결정할지 모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