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식품 지원 예산 2300억 달러 삭감 추진... 푸드뱅크 "감당 불가" 비상

글로벌이코노믹

美 식품 지원 예산 2300억 달러 삭감 추진... 푸드뱅크 "감당 불가" 비상

트럼프 행정부 SNAP 변경으로 900만 명 혜택 상실 우려... 현행 지원도 식비 충당 못해
찰스턴에 본사를 둔 케이터링 부서인 트리니티 테이블의 코디네이터인 사라 버스는 루즈벨트 커뮤니티 센터의 식품 보관소에 통조림 식품을 추가하면서, 이미 수요 증가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는 전국의 푸드 뱅크가 연방 자금 삭감과 트럼프의 일시 중단으로 인해 유통할 식품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찰스턴에 본사를 둔 케이터링 부서인 트리니티 테이블의 코디네이터인 사라 버스는 루즈벨트 커뮤니티 센터의 식품 보관소에 통조림 식품을 추가하면서, 이미 수요 증가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는 전국의 푸드 뱅크가 연방 자금 삭감과 트럼프의 일시 중단으로 인해 유통할 식품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전역의 식품 구호 현장에서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식품지원 제도인 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SNAP·일명 푸드스탬프) 예산 대폭 삭감이 추진되면서 푸드뱅크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뉴스위크 지난 19(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이 주도하는 예산 결의안은 SNAP 제도를 관리하는 하원 농업위원회에 앞으로 10년간 2300억 달러(3276000억 원)의 지출 삭감을 지시했다. 예산 및 정책 우선순위 센터(CBPP)는 이 삭감안이 통과될 경우 약 900만 명의 SNAP 수혜자가 혜택을 잃게 되어 푸드뱅크 이용이 폭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의 푸드뱅크들은 이미 도움 요청이 급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료품 물가는 5년간 약 28% 치솟았으며, 이는 임금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애틀랜타 커뮤니티 푸드뱅크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 29개 카운티 지역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60% 늘어나 현재 매달 24만 가구에 식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대학교 환경·사회센터 소장인 발레리 임브루스(Valerie Imbruce) 교수는 "푸드뱅크는 정부의 식량 지원 제도에서 소외된 개인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미국 비상 식량 체계의 핵심"이라며 "이미 식량 불안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기에 벅찬 상태"라고 말했다.
◇ 영양 지원 실상과 제한 조치

'푸드스탬프'로 알려진 SNAP는 미국 전역의 저소득층과 무소득 가구의 식품 구매를 지원하는 제도다. 2023년 기준으로 월평균 4210만 명, 미국 인구의 약 12.6%가 이 혜택을 받고 있다. 2025 회계연도에 SNAP 수혜자는 1인당 월평균 187달러(26만 원), 하루 기준으로는 약 6.16달러(8700)만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브루스 교수는 "현재도 4인 가족 기준 주당 지원금은 약 192.84달러(274700)에 불과한데, 일주일치 식료품 비용의 전국 평균은 226.20달러(32200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예산 삭감 외에도 여러 주에서 SNAP 지원금으로 탄산음료나 과자 같은 품목을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제한 조치도 추진 중이다. 애리조나, 아이오와, 루이지애나, 미주리 등 10개 주가 관련 법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칸소주와 인디애나주는 이미 연방 농무부(USDA)에 이런 제한을 허용해달라는 예외 신청을 했다.

버지니아주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베터어라이프'(BetterALife)의 설립자 겸 대표인 엘리자베스 포드(Elizabeth Ford) 대표는 "건강식은 인스턴트식품보다 약 3배 비싸다"면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대부분 가정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양을 살 수 있는 값싼 가공식품으로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량 연구 및 행동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약 4740만 명이 식량 부족을 겪는 가정에서 살고 있으며, 이는 2022년보다 320만 명, 2021년보다는 1350만 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 연방 예산 삭감과 위기 대응 한계

미국 최대 식품지원 네트워크인 '피딩아메리카'(Feeding America)"민간 자선단체들이 예산 삭감으로 인해 폭증할 식품 지원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농가에서 식품을 구매해 푸드뱅크에 공급하는 연방 농무부의 비상식량지원프로그램(TEFAP) 예산 절반인 5억 달러(7122억 원)를 동결한 점이다. 또한, 푸드뱅크에 자금을 지원하는 지역식품구매지원(LFPA) 프로그램에서도 5억 달러가 추가로 삭감됐다.

버몬트 푸드뱅크의 대표 존 세일즈(John Sayles)"주정부에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주정부도 다양한 분야에서 연방 예산 삭감에 직면해 그 차이를 메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식품 배급량을 두 배로 늘릴 자금이나 시설이 없으며, 설사 그렇게 한다 해도 SNAP처럼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식품을 제공할 역량이 없다"고 덧붙였다.

버몬트주 기아퇴치단체 '헝거프리버몬트'(Hunger Free Vermont)SNAP 정책·교육 담당자 아이비 에녹(Ivy Enoch)"현재 예산안이 실제 법이 되면 하원 농업위원회는 세 가지 선택지만 남는다"면서 "SNAP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거나, 수혜 자격을 크게 제한해 지원 대상을 줄이거나, 아니면 주정부에 비용을 떠넘겨 결국 모든 SNAP 참가자의 식품 구매 지원금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식량 안보 위기 심화될 것" 전문가들 경고

전문가들은 이번 예산 삭감이 단순한 복지 예산 축소를 넘어 미국 전역의 식량 안보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포드 대표는 "지난번 코로나 관련 SNAP 혜택이 종료된 후에도 우리 단체의 지원 요청이 40% 증가했다"면서 "이번 삭감이 시행되면 수요는 더욱 급증할 것이며, 현재도 미국 어린이 7명 중 1명이 식량 부족 상태인데 이 비율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연방 예산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며, 관련 법안은 올해 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푸드뱅크와 식품 지원 단체들은 대규모 SNAP 삭감이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해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식량 연구 및 행동 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식량 불안정 상태에 처한 미국인 수는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예산 삭감이 실현될 경우 미국의 식량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