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지 네트워크 판도 변화하나? 미국 87개 기지로 아직 주도권 유지
중국, 남중국해·인도양 거점 확장 '속도전'
중국, 남중국해·인도양 거점 확장 '속도전'

지난 19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텐포(TEMPO) 보도에 따르면, 미국·중국·러시아는 아시아 지역에서 상설 기지, 순환 배치, 안보 협력 등 다양한 형태로 군사력을 전개하며 지정학적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보안전략연구소(GFSIS)와 비주얼캐피탈리스트(Visualcapitalist)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광범위한 군사기지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역 안보 유지와 일본·한국 등 전통적 동맹국들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전진배치'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은 일본 내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와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비롯해 요코타 공군기지, 미사와 공군기지, 후텐마 해병대 기지 등을 운영 중이다. 가데나 공군기지는 아시아 최대 미군 공군기지이며,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미 해군 제7함대 사령부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가 현재 해외 최대 미군 기지로 운영되고 있다. 이 외에도 오산 공군기지, 군산 공군기지와 용산기지를 중심으로 한 여러 지원시설이 있다.
◇ 중국, 인공섬에 활주로·미사일 설치...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영향력 고수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령 괌이 동아시아와 남중국해 작전의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괌에는 앤더슨 공군기지와 괌 해군기지 두 주요 시설이 있다.
미국은 또한 필리핀과의 '강화된 국방협력협정(EDCA)'을 통해 팔라완의 안토니오 바우티스타 공군기지, 루손의 바사 공군기지, 포트 마그사이사이, 막탄-베니토 에부엔 공군기지, 랄로 공항 등 5개 지역과 2023년 발표된 2개 추가 지역에 순환 접근권을 확보했다.
싱가포르에는 상설 기지는 없으나, 창이 해군기지와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를 함정과 항공기 순환 배치에 활용하고 있다.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는 동남아시아 지역 밖에 있지만, 미국의 남아시아와 중동 군사작전의 중요 거점으로 기능한다.
이에 비해 중국은 해외 군사 네트워크 확장을 추진 중이다. 현재 중국의 유일한 공식 해외 군사기지는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있으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남중국해, 특히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건설했다.
파이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 수비 암초(중국명, 주비자오),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 등 세 곳에는 활주로, 레이더, 미사일 발사대, 군항 등을 갖추어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국제 해상교통로 통제력을 강화했다.
베이징은 또한 파키스탄(과다르 항구 사업), 캄보디아(군사시설로 개발 의혹이 제기된 리엄 항구), 미얀마 등과 전략적 관계를 구축 중이다. 타지키스탄에는 아프가니스탄 및 중앙아시아 국경 인근 안보 활동을 지원하는 감시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는 소련 시대의 유산으로 중앙아시아에 여러 군사기지를 유지하고 있다. 타지키스탄에는 러시아 최대 해외 기지인 제201 군사기지가, 키르기스스탄에는 칸트 공군기지가 있다. 카자흐스탄에는 우주 활동 중심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코카서스 지역에서는 아르메니아 규므리의 제102 군사기지를 통해 나토의 동부 국경 동향을 관찰하는 중요 거점을 운영 중이다. 시리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와 타르투스 해군기지는 서아시아에 위치하지만 러시아의 유라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 군사기지 경쟁 심화..."지역 안보 지형 변화 가능성"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아시아 지역 내 군사기지 네트워크 경쟁이 향후 지역 안보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현재 압도적인 기지망을 바탕으로 아시아 내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으로 불리는 인도양-태평양 연안 거점 확보 노력이 강화되면서 세력 균형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화를 넘어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 주변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군사 영향력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미국 주도의 전통적인 지역 안보 질서에 도전하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충돌하는 가운데, 군사기지 경쟁은 양국의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군사기지 확보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