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한계와 수소 공급망 구축 부담으로 2035년 목표 달성 어려움

이 같은 결정은 에어버스가 프로젝트에 17억 달러(약 2조 41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상황에서 나왔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지난 1년간 기술적 난관과 수소 시장 성장 둔화로 인해 당초 목표했던 2035년까지 수소 항공기를 상용화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어버스는 2020년 말 최대 200명의 승객을 태우고 뉴욕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비행할 수 있는 3,700km(2,000해리) 항속거리를 갖춘 수소 항공기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것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우리는 이 업계에서 이제껏 경험한 가장 중요한 전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어버스는 델타항공에서 에어뉴질랜드에 이르는 12개 항공사와 200개 이상의 공항을 모집해 수소 도입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기초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항공사와 공급업체 경영진들은 수소 기술이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2035년 목표 달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 수소 동력 항공기 실현에 여전히 높은 기술적 장벽
수소 항공기는 여러 기술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우선 영하 423도에서 액체 형태로 수소를 저장해야 하며, 연료와 장비의 무게는 좌석 수용력과 비행 거리를 제한한다. 또한, 1937년 힌덴부르크 참사에서 볼 수 있듯이 안전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더불어 전 세계 공항에 새로운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는 문제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경영진은 수소 기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데이비드 칼훈 보잉 CEO는 2022년 말 투자자 미팅에서 "우리는 수소가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도전과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포리 CEO는 수소 항공기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전 동료들에 따르면, 그는 CEO가 되기 전부터 에어버스 경영진에게 수소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일부 임원들이 회의에서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이 주제를 자주 언급했다.
포리 CEO의 의지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 푸조의 연구개발 책임자로 재직하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전환에 준비가 미흡했던 사례를 지켜본 그는 항공업계도 비슷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한, 에어버스는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로부터의 지원과도 연관이 있다. 에어버스는 코로나 시대 항공우주 부문 지원 패키지인 150억 유로(약 24조 4300억 원) 자금의 주요 수혜자로, 이 계약에 따라 2030년대까지 친환경 항공기를 출시하는 데 일부 자금을 사용해야 했다.
◇ 기업들의 친환경 정책 재검토 흐름
하지만 기술적 문제가 계속 제기되면서 에어버스는 전략을 수정했다. 당초 계획했던 일반 제트 엔진에 수소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은 질소산화물(NOx) 배출이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에어버스는 수소 연료 전지로 초점을 바꿨지만, 연료 전지의 무게와 제한된 발전량으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단거리 좁은 기체 항공기 대신 지역 터보프롭 항공기에 가까운 모델만 개발할 수 있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에어버스의 미래 프로그램 책임자인 브루노 피세퓨는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실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포리 CEO는 실적 발표 회의에서 수소 항공기가 아직 상업적으로 실현 가능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좌석 수용력과 비행 거리를 파악하기 위한 "개발 재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회사 행사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운영 비용이 너무 비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에 비유하며 "우리는 너무 이른 시기에 옳은 방향이 오히려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3%를 차지하고 있어, 수소 항공기 개발은 이 산업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도전이었다. 특히 유럽에서는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주도한 '비행 부끄러움'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비행기 이용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는 항공사들이 친환경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도록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에어버스의 계획 조정은 최근 석유 대기업 BP가 재생 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화석 연료로 회귀하겠다고 밝히거나, 포르쉐가 전기차 전환 계획을 축소하는 등 여러 기업들이 친환경 정책을 재검토하는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