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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중간관리자 44% 감축... 직원 40% "방향 잃었다" 부정적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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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중간관리자 44% 감축... 직원 40% "방향 잃었다" 부정적 반응

저커버그 '효율성의 해' 선언 이후 기업들 관리층 대폭 구조조정
영국이 세계 대형 부유국 중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율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런던 금융 지구에 있는 잉글랜드 은행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이 세계 대형 부유국 중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율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런던 금융 지구에 있는 잉글랜드 은행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컨설팅 기업 콘페리(Korn Ferry)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관리자를 줄이면서 조직 구조가 더욱 수평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기업들이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면서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콘페리가 밝혔다고 지난 20(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콘페리가 미국 내 전문직 종사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4%가 자신의 회사가 관리자급 인력을 감축했다고 답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중 약 40%가 관리자 감축 이후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지, 어떤 우선순위로 일해야 하는지 명확한 지침 없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상사를 없애는' 현상은 2022년과 2023년 기술 업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본격화됐다. 특히 메타(Meta)에서 두드러졌는데,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2023'효율성의 해'를 추진하며 "관리자만 관리하고, 관리자를 관리하는 관리자, 실무자만 관리하는 관리 구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공언한 바 있다.

◇ 관리자 없는 조직, "각자 다른 방향으로 노 젓는 배" 비효율 초래
콘페리의 선임 고객 파트너이자 직원 경험 전문가인 마리아 아마토는 "조직에 때로는 너무 많은 계층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종종 관리자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아마토 전문가는 관리자가 없으면 직원들이 방향을 잃고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마토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을 조정 경기에 비유하며 "모두가 열심히 노를 젓고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소용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자는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관리자를 줄이는 주된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관리자는 일반적으로 '개별 실무자(IC·Individual Contributor)'보다 인건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에 기업들은 관리자를 없애는 것이 고비용 항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콘페리의 보고서는 관리자 감축이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방향성 상실과 업무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이 명확한 지시와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무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관리자 축소 추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으며, 관리자 감축은 그 주요 전략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이 보고서는 "당신의 상사에게 친절하게 대하라, 곧 떠날 수도 있다"는 문구로 현재 기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관리자 감축 추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