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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밀레이, 보호무역주의 트럼프와 '정반대'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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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밀레이, 보호무역주의 트럼프와 '정반대'로 가다

자유주의 무역 행보로 수입 40% 급증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는 트럼프와 머스크와 여러 사안에서 개혁적 사고에서는 비슷하지만, 보호무역이 아닌 자유무역을 선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는 트럼프와 머스크와 여러 사안에서 개혁적 사고에서는 비슷하지만, 보호무역이 아닌 자유무역을 선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찬사를 받는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무역 자유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고 지난 20(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 적국 모두에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는 동안, 밀레이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폐쇄적 경제 개혁을 위해 관세와 수입 제한을 철폐하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지상주의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아르헨티나는 독일 맥주, 글루텐 프리 오레오, 중국산 트랙터 등 외국 상품 수입이 급증했다. 지난 2월에는 수입이 40% 이상 증가해 약 60억 달러(85000억 원)를 기록했으며,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두 배 이상 늘었다. 미국, 유럽, 브라질로부터의 수입량도 증가했다.

"우리는 평범한 나라인 것 같다"라고 수입 부품으로 오토바이를 조립하는 베타 모터 아르헨티나의 리노 스테파누토 대표는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외화 구매에 대한 세금을 폐지했으며, 최근에는 전자제품 수입업자의 안전성 인증 요건과 타이어, 시멘트, 엘리베이터 반입에 대한 제한도 종료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강세로 국민들이 외국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러한 수입 급증은 외국 상품 구매를 위한 달러 수요 증가로 중앙은행의 고갈된 준비금에 부담을 주고 있다. 아르헨티나 소공업 협회 다니엘 로사토 회장은 "중국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값싼 수입품이 현지 제조업 일자리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 페론주의와 더 닮은 트럼프의 무역정책


밀레이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와 친분을 다지고, 아르헨티나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언급하고, 밈 코인에 불운한 진출을 했으며, 트랜스젠더 아동 치료를 제한하는 등 일부 분야에서는 트럼프를 모방하고 있으나, 무역정책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학생 후안 곤잘레스는 "밀레이가 트럼프를 그토록 지지하는 것이 매우 이상하다""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페론주의와 더 비슷하며, 밀레이는 페론주의적 경제 정책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개방이 더 생산적인 기업을 육성하고, 값싼 수입품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가 취임했을 때 200%를 넘었던 인플레이션은 현재 56%로 하락했다.

"이 보호가 만들어낸 유일한 것은 국가에 중독된 산업 부문이다"라고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제조업체들에게 말했다.

◇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 경제의 변화


아르헨티나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경제를 폐쇄하기 시작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페론 정권이 자급자족 경제를 추구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됐다고 아르헨티나 경제사학자 파블로 게르추노프는 설명했다.

밀레이 대통령 이전의 페론주의 정부들(네스토르 키르치네르,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나중에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은 공장 일자리 보호와 달러 부족 속 중앙은행 준비금 보전을 위해 수입 제한을 두 배로 늘렸다. 그 결과 2023년 아르헨티나의 수입은 국내총생산(GDP)14%에 불과해,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개방된 경제인 이웃 칠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철강, 장난감, 신발 등 제품을 인증하기 위한 관세와 번거로운 규칙으로 수입을 제한했으며, 수입업자에게 일부 소득세를 미리 납부하도록 요구하는 등 추가 비용을 부과했다. 달러 접근이 제한되면서 해외 공급업체에 수십억 달러의 미지급 청구서가 쌓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많은 아르헨티나인들은 무역 개방의 혜택을 체감하고 있다. 멘도사 주는 지난달 인도와 당뇨병 환자용 의약품 수입 계약을 체결해 비용을 절반으로 줄였으며, 농산물 수출업자들은 관세 인하로 비료 가격이 30% 하락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이제 아마존에서도 쇼핑할 수 있게 되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판매원 조나단 하우만은 "중국 휴대전화가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다. 품질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식료품점에서는 이탈리아 스파게티, 브라질 인스턴트 커피, 그리스 올리브, 미국 통조림 콩 등 새로운 수입 브랜드가 판매되고 있다. 수입 독일산 양배추 절임은 아르헨티나산 제품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한 소비자 마리엘라 만프레디는 "국내 제품들이 더 비싸다면, 아마도 그들도 가격을 낮추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이 세계 경제 침체 위험을 높여 밀레이의 경제 회복 계획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르헨티나 전 생산부 장관 단테 시카는 전 세계적 무역 긴장에 대해 "마치 맑은 하늘에서 비행기를 착륙시키다가 갑자기 폭풍을 만난 것과 같다. 착륙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난 14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아르헨티나 방문에서는 밀레이의 경제 개혁이 칭찬받았으며, 밀레이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00억 달러(283900억 원)의 새로운 차관 확보에 도움을 준 베센트 장관에게 감사를 표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희망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는 계약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밀레이 대통령은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