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가 핵심 문제...유엔 "2080년대 중반 103억 명 정점 후 감소" 예측
'스스로 멸망하는 종' 가능성 제기 속 전문가들 "사회 대응 관건" 지적
'스스로 멸망하는 종' 가능성 제기 속 전문가들 "사회 대응 관건" 지적

미국의 저명한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각) 스티브 포브스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지적하며, 멸종한 도도새나 공룡처럼 인류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인류의 종말은 운석 충돌이나 핵전쟁, 혹은 감염병 대유행 같은 외부 대재앙이 아닌,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라는 '내부 요인'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종말이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 세계적인 저출산 추세와 인구 감소 경고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빈곤국, 개발도상국, 부유국 할 것 없이 모두 이 현상을 겪고 있다.
인구통계학에서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다. 안정적인 인구 유지를 위한 '인구 대체 수준'은 여성 1명당 2.1명으로 여겨진다. 이 수치를 넘으면 인구가 증가하지만, 2.1명 아래로 떨어지면 감소한다. 인류 역사는 14세기 흑사병 대유행 같은 대재앙 속에서도 인구가 계속 증가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 대체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서 감소를 향해 가고 있으며, 이미 그 선을 넘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유엔 추계와 각국의 인구 변화 현실
유엔이 발표한 2024년 판 추계에 따르면, 2025년 현재 82억 명을 넘어선 세계 인구는 2080년대 중반 약 103억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유엔의 2024년 추계는 이 인구 정점이 예상보다 더 이르고, 더 낮은 수준에서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예측한다. 인구통계학자들이 최근 몇 년간 인구 추계를 반복적으로 하향 수정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의 합계출산율은 2.3까지 떨어졌다.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2.1) 이하인 국가가 전 세계 절반을 넘는다. 특히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0.8명에도 미치지 못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중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약 20%의 국가·지역에서는 '초저출산율(1.4 미만)' 현상이 나타난다.
이미 2024년 기준으로 63개국(중국, 독일, 일본, 러시아 등)에서는 인구가 정점을 지나, 앞으로 30년간 1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통계에서 출생아 수가 9년 연속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80만 명 선이 붕괴됐다. 이는 인구 감소가 예측을 넘어선 현실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반면 인도, 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는 앞으로도 인구 증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 저출산의 원인, 영향, 그리고 '자멸종' 논란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경제적 불안정, 양육 및 교육비 부담, 여성의 사회 진출과 일-생활 균형의 어려움, 결혼·출산 가치관 변화, 도시화 및 교육 수준 향상 등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각국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구 감소는 단지 숫자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경제 성장 잠재력 약화, 노동력 부족, 고령화 사회 부담 증가, 사회 시스템 유지 난항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스티브 포브스는 이러한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인류가 스스로 선택한 생활 방식(낮은 출산율)으로 인해 멸망으로 향하는 사상 최초의 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외부 위협이 아닌 내부 요인으로 종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가 인류 멸종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인류가 스스로 멸망해가는 종이 된다'고 단정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 다만, 출산율 저하가 계속되고 이민 등으로 보충하지 못할 경우 수백~수천 년 단위로 인구가 크게 줄어들어, 존속 자체가 위협받을 위험성은 이론적으로 존재한다. 기술 혁신, 사회 제도 변화, 가치관 전환 등에 따라 미래의 인구 동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 인류의 '자기 멸종'을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80년대 인구가 정점을 찍은 뒤 세계가 인구 감소 시대로 들어설 것은 확실시된다. 하지만 이것이 곧 '스스로 멸망해가는 종'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으로의 사회적 대응과 기술·가치관의 변화가 미래 인구 동향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