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미국 스스로 자책골 넣는 꼴"
중국이 IMF 의결권 차지하고 본부 이전 가능성도
중국이 IMF 의결권 차지하고 본부 이전 가능성도

지난 21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IMF 탈퇴는 특별인출권(SDR·Special Drawing Rights) 평가에서 달러가 제외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SDR 가치 평가 바스켓에서 달러는 4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모사바르-라흐마니 기업·정부 센터 연구원이자 전 미국 재무부 국제문제 담당 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미국을 파리 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시켰다"면서 "다음은 IMF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트럼프 두 번째 임기를 위한 정책 제안서인 '프로젝트 2025'를 발표한 헤리티지재단은 IMF가 자유시장과 제한된 정부라는 미국의 원칙에 반하는 경제 이론과 정책을 지지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IMF 탈퇴를 "엄청난 자책골"이라고 평가했다. 탈퇴 시 미국은 IMF의 정책과 운영에 관한 모든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며, 더 중요한 것은 국제 무대에서 달러의 역할이 극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IMF 운영 핵심은 달러…미국 빠지면 중국·유럽 영향력 급증
현재 IMF 운영의 대부분은 달러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IMF 차입국은 달러를 요청하고 달러로 상환한다. 금융권에서는 "미국이 기금에서 빠지면 달러는 더 이상 미국의 약속에서 나오지 않게 되어 다른 회원국이 자국 준비금에서 제공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MF의 특별인출권(SDR)은 회원국의 준비금을 보충하는 국제 준비 자산으로, 현재 달러(43%)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로화,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이 IMF에서 탈퇴하면 달러는 회원국 통화만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SDR 평가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자리를 중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IMF 지도부에서 물러날 경우, 중국은 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위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으며, IMF 의결권에서 현재 미국이 가진 지분의 상당 부분을 획득하는 동시에 IMF 본부를 중국으로 옮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 금융계에서는 IMF에 대한 국제 수요가 지난 4년 동안 5.6%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러한 추세는 미국이 IMF에서 탈퇴할 경우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국제 금융 책임을 포기한 국가가 발행한 통화를 누가 신뢰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금융제재 효과 약화…"경제적·정치적 대실수"
특히 우려되는 점은 중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소규모 국가들의 통화가 공식 국제 금융에서 달러를 대체하게 되면, 민간 국제 금융에서도 달러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미국 금융기관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달러 지원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특권적 지위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인 스티븐 미란은 "미국은 전 세계 주요 준비 통화 제공자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나라들이 달러 사용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의 IMF 탈퇴가 미국과 달러의 금융 지배력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미국의 금융 제재 효과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 금융 관계자들은 미국의 IMF 탈퇴로 국제적 위신 하락은 물론, 미국이 지원하고자 하는 국가들에 대한 재정 지원 통로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있더라도, 탈퇴하면 미국은 그 정책에 대한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FT는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IMF 탈퇴가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금융적, 정치적 실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