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고관세 정책,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동시 유발하며 자국 경제에 부메랑

FT는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세계가 감기에 걸린다"는 관용구가 이제는 더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표현은 원래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의 세계적 영향력을 묘사하던 것으로, 워털루 전투 이후 그 의미를 잃었다는 설명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세계 상품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에서 13%로 떨어졌다. 이제 세계 경제의 85%는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이 통제하고 있어, 과거처럼 미국의 경제 정책이 전 세계에 일방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졌다.
FT는 "금세기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실제로 전 세계적인 위기는 거의 없다"며 "세계 금융 위기나 코로나 대유행에서 피해를 입지 않은 경제는 거의 없지만, 다른 세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훨씬 더 많은 지역적 경제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리즈 트러스 사태, 유로존의 2010~2012년 국가부채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럽의 천연가스 부족 사태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 미국 자국 경제에 더 큰 타격, 성장률 1%포인트 하락 전망
FT는 미국이 주권국가로서 자국이 만든 세계 경제 규칙 체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포기할 수 있지만, 높은 관세 부과와 이민자 정책 강화, 정부 효율성 약화 조치 등은 국내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과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실업률 상승과 물가 상승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경제예측 전문기관인 컨센서스 이코노믹스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평균적으로 2025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트럼프 취임 당시보다 약 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26년 전망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유로존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치 하락폭은 미국보다 적었다.
다만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로 인한 부수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높고 미국을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 삼는 캐나다와 멕시코 같은 국가들이 취약한 상황이다. 또한, 식품과 의류 같은 생필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작은 경제 규모의 국가들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FT는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봄 정기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 사이에서 미국이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문제는 결국 미국 스스로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스스로에게 총을 쏠 때, 피를 흘리게 될 것은 바로 미국 자신이다"라고 FT는 결론지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