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 삼성과 제미나이 사전탑재 계약 문제 삼아 법적 공방 확대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에 대해 "검색 시장에서 사용했던 오래된 속임수를 반복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AI 시장으로 확장하려 한다고 주장했다.더 인포메이션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법원에서 구글이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어 자사의 생성형 AI 챗봇 앱인 '제미나이(Gemini)'를 삼성 스마트폰에 사전 탑재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이 삼성에 "막대한 금액"을 매달 지급하며 이러한 계약을 체결했다.
법무부는 이 계약이 구글이 과거 검색 시장에서 애플 등 기기 제조사에 거액을 지급하고 구글 검색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게 했던 전략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지난 8월 이미 구글이 이러한 유통 계약을 통해 검색 시장에서 불법적 독점을 유지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번 AI 챗봇 앱 사전 탑재 계약 역시 "독점적 지위를 AI로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또한, 구글이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검색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이는 구글의 검색 독점이 AI 기술력 확보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수치로 본 현실... "AI 시장에선 구글이 오히려 추격자"
그러나 실제 AI 챗봇 시장에서는 구글이 오픈AI의 챗GPT(ChatGPT)에 크게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시밀러웹(Similarweb)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1월부터 3월 사이 챗GPT 웹사이트는 123억 명의 방문자를 기록한 반면, 제미나이 웹사이트는 8억 9,500만 명의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데 그쳤다. 챗GPT가 제미나이보다 약 14배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한 것이다.
더 인포메이션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초 기준으로 챗GPT는 월 39억 건의 방문과 3억 3,800만 명의 월간 순방문자를 기록한 반면, 제미나이는 각각 2억 8,410만 건과 6,729만 명에 그쳤다. 사용자 참여도 측면에서도 챗GPT는 평균 방문 시간 6분 47초, 방문당 페이지 수 3.81개로, 제미나이(4분 43초, 3.28개)를 앞서고 있다.
더 인포메이션은 "챗GPT의 브랜드 인지도가 이미 압도적"이며 "제미나이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제미나이 앱이 삼성 휴대폰에 사전 탑재되더라도 휴대폰 설치 기반이 느리게 변하는 특성상 실제 사용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부는 이번 재판에서 오픈AI 임원이 청문회에 출석해 배포 측면에서의 불리함을 증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구글이 유통 계약을 통해 AI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법무부는 구글의 검색 독점이 AI 시장으로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크롬 브라우저 매각, 검색 데이터 공유, 기본값 계약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구글 측은 이러한 조치가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미국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더 인포메이션은 현재 AI 시장에서는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다양한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처럼 압도적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법무부의 우려는 현재보다는 미래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구글의 AI 시장 지배력은 아직 확고하지 않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