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에 불매운동 확산, 캐나다인 美 자동차 여행 32% 급감, 항공편 예약 75% 하락, 중장기적으로 여행주 타격 우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지 배런스(Barron's)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 국제무역청(ITA) 자료 기준 지난 3월 미국행 항공편을 이용한 해외 방문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6% 감소했다. 특히 서유럽에서 온 방문객은 17% 급감했고, 육로를 제외한 멕시코 방문객은 23% 줄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인들의 미국 여행도 크게 감소했다. 자동차로 왕복하는 여행이 지난 3월에 32% 감소했으며, 여행 자료 분석업체 OAG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 예약이 지난해 수준에 비해 이달에 7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감소세는 오는 9월까지 매월 70%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캐나다와 미국의 여러 여행 협회들은 지난 17일 국경을 넘는 관광 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각 국가는 상대국을 가장 중요한 무역 및 여행 파트너로 여기고 있으며, 최근의 감소세는 국경 양쪽의 기업과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 분석가들은 방문객 감소 배경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발언들이 잠재적 해외 여행객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한 "강화된 국경 보안 조치와 눈에 띄는 이민 단속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 미국인 해외여행 5% 증가...여행사 매출 구조가 방어막 역할
주목할 점은 미국인의 해외여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ITA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670만 명 이상의 미국 시민이 비행기로 해외여행에서 돌아왔으며, 이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불균형 현상이 미국 여행업계에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덕분에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외국인 입국 여행 감소에도 불구하고 1분기에 탄탄한 국제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번 주 초 실적 발표에서 유럽에서 오는 승객 예약이 이번 분기에 작년보다 6% 감소했고, 캐나다에서 오는 예약은 9%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공사의 국제선 매출 중 20%만이 미국 이외 지역 승객으로부터 나오며, 나머지 80%는 주로 전 세계를 여행하는 미국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업계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앤드류 노첼라 최고 상업 책임자는 실적 발표에서 "고소득층 소비자, 부유한 고객층, 세계 각국으로 휴가를 떠나 고급 좌석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압박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원래부터 로마나 도쿄 같은 원거리 도시로 여행할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지난 18일 실적 발표에서 부유층 고객들의 지출 증가를 확인했다. 스티븐 스퀴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역대 가장 많은 여행 예약을 기록했으며, 여기에는 여행 관련 서비스를 통한 해외 예약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 항공·크루즈·호텔업계 "북미 고객 비중 높아 영향 제한적"
레이먼드 제임스의 사반티 시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항공사들의 이러한 매출 구조가 "최근 백악관의 정책 및 발언과 관련된 외국인 입국 여행 감소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막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델타항공을 '강력 매수' 의견과 함께 평가하면서도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한 약세 가능성을 지적했다.
크루즈 업계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스티펠 리서치의 스티븐 위친스키 애널리스트는 노르웨이 크루즈 라인 승객의 약 85%가 북미 지역에서 왔으며, 전체 승객 중 캐나다에서 온 승객은 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 초 보고서에서 "노르웨이 크루즈 라인이 북미에서 많은 승객을 유치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미국 반발'에 따른 변동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친스키 애널리스트는 이 주식에 대해 '매수' 의견과 함께 36달러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UBS의 로빈 팔리 애널리스트는 카니발 크루즈 사업의 3~4%가 캐나다에서 발생하며, 로열 캐리비안도 한 자릿수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호텔 업계도 심각한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팔리 애널리스트는 매리어트 인터내셔널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투숙객의 약 80%가 호텔이 위치한 국가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방문객은 매리어트의 미국 객실 이용의 약 5%를 차지하며, 그중 대다수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온다고 덧붙였다.
금융가에서는 미국 여행 기업들이 당분간 외국인 관광객 감소 추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인들이 보복 조치나 경기침체에 대응해 해외여행을 줄이기 시작하거나, 외국인 관광객 감소가 장기화될 경우 여행 관련 주식 전반에 걸쳐 하방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