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경전철 사업 중국업체 CRRC 퇴출... 내년 메트로 사업 참여 가능성 높아져
전문 인력 부족 등 현지 사정으로 사업에 여러 가지 난항도 제기
전문 인력 부족 등 현지 사정으로 사업에 여러 가지 난항도 제기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재무부 회계국장은 최근 예루살렘 경전철 블루라인 프로젝트에서 중국 국영기업 CRRC로부터 객차를 조달하기로 한 댄·다냐 세부스 컨소시엄의 계약을 취소했다. 이는 중국 국영기업과의 거래를 피하라는 미국의 제안에 따른 결과로 알려졌다.
해당 컨소시엄은 원래 폴란드 기업 PESA와 협력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PESA가 이스라엘과의 사업 위험 증가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프로젝트에서 철수하면서 중국 CRRC로 눈을 돌렸다. 당시 컨소시엄은 한국 현대로템의 입찰가가 더 높았기 때문에 중국 업체를 선택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프로젝트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토목 공사에 대한 자금 조달을 승인하고,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새로운 입찰을 통해 객차 조달을 준비할 방침이다. 현재 대안 중 하나로 객차 생산을 미국 내 CRRC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객차 조달을 둘러싼 이번 갈등은 거대한 메트로 프로젝트 건설을 둘러싼 더 큰 경쟁의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현대로템, 약 436조원 규모로 내년 지하철 굴착 입찰 참여 의향 표명
이스라엘 인프라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을 대표해온 샤울 비터먼은 현재 현대로템을 포함한 인도와 한국 기업들을 대리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이 현대로템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음에도 현대로템은 객차 구매 승인 결정 전에 여러 차례 서신을 통해 이스라엘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와 더 높은 입찰가에도 불구하고 참여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업계에서는 비터먼이 현대로템의 입찰로 미국의 관심을 끌게 하면서 "대안이 있는데 왜 중국과 사업을 하느냐"고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미국 행정부는 적극 개입해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이 결정을 연기하도록 압박했다.
현대로템은 세계 수십 개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이 배제된 상황에서 내년 발표될 메트로 굴착 입찰에 참여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정부 대표단은 지난 2년간 인도와 한국을 방문해 양국 기업들의 이스라엘 진출을 적극 설득해왔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텔아비브 대도시 지역 24개 지방자치단체에 걸친 300㎞ 지하철 터널 공사에는 22대의 TBM(터널 굴착기) 장비 운용이 필요한데, 이스라엘 내 심각한 기술 인력 부족이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부는 지난해 J트레인 컨소시엄에 계약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사업의 계약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이었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업계에서는 "이스라엘의 대중국 정책이 자국의 전략이 아닌 미국의 전략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도와 한국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진출하더라도 토목공학 분야의 전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현재 이스라엘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 수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며, 이들마저 다른 프로젝트로 이미 바쁜 상황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