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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기업 감시 강화에 상장 폐지 우려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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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기업 감시 강화에 상장 폐지 우려 증폭

베선트 발언에 월가 우려 재점화...수천억 달러 유출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 메모·정치권 압박 등 배경
뉴욕에 이어 홍콩에 추가 상장된 중국 기업 알리바바. 지금 월가에서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 규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뉴욕에 이어 홍콩에 추가 상장된 중국 기업 알리바바. 지금 월가에서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 규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 규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상장 폐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감시 강화는 알리바바(Alibaba) 등 중국 기업들이 미국 거래소에서 10년 넘게 이어온 활동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지난 23(현지시각)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부 장관이 이달 초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발언한 이후 수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주식이 미국 거래소에서 강제 상장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재점화됐다. 베선트 장관 발언에 대한 분석가 및 언론 보도가 지속되면서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고, 타블로이드 신문인 뉴욕 포스트(New York Post)에서도 관련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 미 규제 당국의 상폐 추진 근거


이러한 우려는 2020년 제정된 법의 최신 버전과 관련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해당 기업이 2년 연속 감사 요청을 따르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중국 주식의 상장 폐지를 유도할 수 있다. 최근 SEC 위원장으로 취임한 폴 앳킨스(Paul Atkins)도 지난달 청문회에서 미국 상장 중국 기업에 대한 감시 절차를 지지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윈스턴 마(Winston Ma) 뉴욕대학교 로스쿨 겸임 교수는 "백악관 메모가 SEC를 포함한 많은 정부 기관에 기존 규칙을 집행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도록 하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 당국이 지금 조치를 취한다면, 20254월에 종료되는 회계 보고 기간을 1년차로 사용할 수 있으며, 2년차는 2026년에 종료돼 상장 폐지에 필요한 '2'의 준수 기간을 충족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상장 폐지는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SEC 감독 하에 있는 상장회사 회계감독위원회(PCAOB)2022년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는 중국 기업의 감사 기록을 검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SEC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해당 법률에 따라 "증권 거래 금지 조치를 받을 위험이 있는 발행인은 없다"고 명시돼 있다. SECCNBC의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으며, PCAOB는 논평을 거부했다.

◇ 월가 우려와 정치권 움직임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미국 투자자들이 중국 증권에 투자하는 것이 금지될 경우 8000억 달러(11405600억 원) 상당의 중국 주식 보유 자산을 청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또한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금융 자산을 매각해야 할 수 있으며, 이는 주식 약 3700억 달러(5275090억 원), 채권 13000억 달러(18534100억 원) 상당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59억 달러(84104억 원) 규모의 인기 있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크레인셰어스(KraneShares)는 지난주 고객들에게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2022년 이전 상장 폐지 우려 시기에 크레인셰어스는 크레인셰어스 CSI 차이나 인터넷 ETF(KWEB) 보유 자산의 대부분을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홍콩 거래 주식으로 이전하기 시작한 바 있다. 크레인셰어스는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상장 폐지되는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도 해당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알리바바는 뉴욕에서의 대규모 기업공개(IPO) 5년 후인 2019년에 홍콩에 추가 상장했으며, 바이두(Baidu), 징둥닷컴(JD.com) 등 몇몇 다른 중국 기업들도 최근 몇 년간 홍콩에서 주식을 공모했다. 그러나 테무(Temu)의 모회사인 핀둬둬 홀딩스(PDD Holdings)는 아직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핀둬둬는 2023년 본사를 중국에서 아일랜드로 이전했으며, CNBC의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지난 2월 말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 투자 정책(America First Investment Policy)' 메모가 있다. 이 메모는 중국 법인에 대한 미국 투자를 검토하고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새로운 감시를 요구하는데, 이러한 감시는 외국 기업 책임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 등을 통해 이뤄진다.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는 지난주 말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CEO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브라이언 모이니한(Brian Moynihan) CEO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배터리 대기업 CATL의 홍콩 기업공개(IPO) 주간사 업무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JP모건은 논평을 거부했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응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하버드 대학교와 벌인 논쟁 또한 미국 대학 기부금이 중국 투자에서 수십억 달러를 번 방식에 대한 더 많은 감시로 이어지고 있다. 하원 특별위원회는 이전에 미국 시민단체 퓨처 유니언(Future Union)의 연구를 인용하여 미국 연기금과 대학 기부금이 중국에 어떻게 투자해왔는지 지적한 바 있다.

퓨처 유니언 사무국장이자 샌프란시스코 기반 벤처 캐피탈 회사 바스티유(Bastille)의 앤드류 킹(Andrew King) 매니징 파트너는 이메일에서 "앳킨스 위원장은 수십 년간 이어진 기만적인 이중 잣대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 폐지가 이미 늦었고 중국은 규제 당국에 대한 의도적인 지연 전술(stonewalling)과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 사기 사건과 같은 사례를 방치하며 과도하게 행동했다""이제 감독 없이 보조 자금 조달 경로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증권 규제 당국은 2021년 차량 호출 회사 디디추싱(Didi)의 미국 IPO와 이후 상장 폐지 이후 해외 상장 국내 기업에 대한 감독 강화를 모색해왔다. 새로운 절차에 따라 지난주 중국 밀크티 회사 차이지(Chagee)를 포함해 최근 몇 달간 미국에 상장할 수 있었던 대규모 중국 기업은 거의 없다.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틱톡(TikTok) 사업 매각에 대한 장기간의 지연 사례가 보여주듯이, 상장 폐지에 대한 우려는 단기적으로는 과장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먼저 발로 투표하기(떠나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