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엠파이어 윈드 공사 중단 명령에 동부해안 주요 프로젝트들 타격 우려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지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더그 버검 미국 내무장관은 뉴욕 엠파이어 윈드 프로젝트의 건설 중단을 명령했다. 버검 장관은 해당 프로젝트의 허가 과정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내무부는 구체적인 결함 내용에 관한 정보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중단 명령이 충격을 주는 이유는 엠파이어 윈드 프로젝트가 이미 모든 허가를 완료하고 공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블루클린에 터미널 항구를 건설하는 데만 1500명 이상이 투입됐으며, 터빈 설치 예정 지역 해저에 쇄석 작업도 진행 중이었다. 프로젝트 소유주인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와 뉴욕주 관계자들은 중단 명령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상풍력 산업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이번 중단 명령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사 에스플라나데 캐피털의 숀 크라베츠 사장은 "해상풍력은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된 위험한 투자"라며 "장기적으로는 회복하겠지만 단기 및 중기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청정에너지협회(American Clean Power Association)에 따르면 해상풍력 산업은 현재 2만5000개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산업 개발과 지원을 위해 150억 달러(약 21조 4000억 원)를 투자했다. 이 단체의 제이슨 그루멧 최고경영자(CEO)는 "해상풍력 산업 봉쇄는 미국 에너지 자원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된 의도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 버지니아 도미니언 프로젝트 등 건설 중인 3개 사업도 위험에 노출
버검 장관은 이미 건설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한 모든 프로젝트에 대한 재검토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지구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일부 풍력 프로젝트가 야생동물에 미치는 부정적인 환경 영향이 이익보다 크다"며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업 규제를 완화하는 행정명령에서도 어장이 "외국 해상풍력 기업들"에게 빼앗겼다고 언급하는 등 유럽 기업들이 주도하는 이 산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뉴욕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우스 포크 윈드의 12개 터빈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수백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10개의 추가 프로젝트를 승인했으나, 일부는 공급망 비용 증가나 규제 불확실성으로 이미 중단된 상태다. 덴마크 풍력 개발업체 오스테드는 지난해 비용 상승을 이유로 뉴저지 프로젝트 두 개의 개발을 중단했고, 쉘도 동부 해안의 두 프로젝트에서 철수했다.
현재 건설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버지니아주의 도미니언 에너지 프로젝트로, 미국 최대 해상풍력 단지가 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176개의 터빈으로 2.6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66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도미니언 에너지는 현재 78개의 기초파일 설치를 마치는 등 건설이 절반 이상 완료되었으며, 내년 말까지 전력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 역시 법적·정치적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하트랜드 연구소와 다른 단체들은 지난해 환경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도미니언과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정부는 기술적으로 도미니언의 편에 서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해서 이 프로젝트를 지지할지는 불분명하다. 백악관은 이에 대한 입장 표명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프로젝트가 중단될 경우 도미니언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의 예상 건설 비용은 107억 달러(약 15조2000억 원)에 달한다. 유럽 기업 시멘스 가메사가 터빈을 제작하고 있으며, 도미니언은 그리스 신화의 바다 괴물의 이름을 딴 '카리브디스'라는 대형 설치선에 7억1500만 달러(약 1조 원)를 투자했다. 이 배는 길이 144미터에 달하며 텍사스주 브라운스빌 조선소에서 제작된 미국 최초의 대형 터빈 설치 선박이다.
미국에서는 '존스법'이라는 법률에 따라 미국 항구 간 물품 운송에 국내 제작 선박을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 때문에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은 그동안 캐나다 항구에서 터빈을 운송해야 했으며, 이는 추가 비용과 지연을 초래했다.
이 외에도 건설이 시작된 프로젝트로는 로드아일랜드와 코네티컷에 전력을 공급할 레볼루션 윈드와 매사추세츠에 전력을 공급할 바인야드 윈드가 있다. 레볼루션 윈드는 덴마크 기업 오스테드와 블랙록의 자회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바인야드 윈드는 민간 투자회사 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와 스페인 전력회사 이베르드롤라의 자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GE 베르노바 터빈의 날개가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지만, 바인야드 윈드도 여전히 건설 중이다.
해상풍력 산업은 가장 큰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이제는 산업 성장이 예상보다 몇 년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