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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 2027년 권력 지형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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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 2027년 권력 지형도 바뀌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속 민주당 '세대교체 바람'
2023년 12월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2월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 사진=로이터
미국 정치권이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권력 재편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민주당은 수십 년 동안 당을 이끌어온 원로 정치인들의 퇴장과 함께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지난 23(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Axios)의 보도에 따르면, 디크 더빈(80) 상원의원의 은퇴 선언으로 민주당 내 차기 지도부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민주당의 정치적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더빈 의원은 2005년부터 19년간 상원 민주당 원내부대표를 지냈으며, 척 슈머 원내대표의 유력한 후계자로 여겨져 왔다. 그의 은퇴는 당내 지도부 경쟁뿐 아니라 향후 트럼프 행정부 사법부 후보자 인준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민주당, 수십 년 만에 맞는 지도부 경쟁 본격화


민주당 내에서는 이미 차기 원내부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브라이언 샤츠(52) 하와이 상원의원은 가장 적극적으로 더빈 의원 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현재 수석 부대표로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에이미 클로버샤(64) 미네소타 상원의원도 이 자리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해 클로버샤 의원을 상원 3위 민주당 의원으로 선정했으며, 동료들 사이에서 높은 존경을 받고 있다.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61) 네바다 상원의원 역시 승진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샤츠나 클로버샤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이들의 지도부 경쟁은 지난달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한 공화당의 지출 계획 표결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샤츠와 코르테즈 매스토 의원은 슈머 원내대표와 함께 이 계획에 찬성표를 던진 반면, 클로버샤 의원과 코리 부커 뉴저지 상원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민주당 내 실용주의 노선과 원칙주의 노선 간의 긴장이 표면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해 클로버샤와 부커 의원이 데비 스타베노우 전 상원의원의 공석이 된 지도부 자리를 놓고 경쟁할 때도 개입한 바 있다. 이는 당내 갈등을 사적으로 중재하는 슈머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차기 원내부대표 선출 과정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 상원 사법위원회 권력 지형도 변화


더빈 의원의 은퇴는 상원 사법위원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현재 위원장인 척 그래슬리(91) 아이오와주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이번 의회 이후 임기가 만료되어 2027년에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래슬리와 더빈 두 의원은 상원에서 총 72년간 재직했으며, 정치적 성향 차이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업무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래슬리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그가 상원에서 은퇴하는 걸 보고 아쉽다. 분명 그는 진보주의자고 나는 보수주의자인데, 우리는 아주 좋은 업무 관계를 맺고 있다"고 언급했다.

위원회의 다음 위원장과 간부 위원이 누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부 후보자 심사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법원 판사가 중간 선거 전에 은퇴를 결정할 경우, 두 상원의원은 후보자를 심사하는 위원회에서 마지막 공동 활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사법위원회의 변화는 미국 정치의 핵심 축인 연방 판사 임명 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보수적 성향의 사법부 인사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한편, 더빈의 은퇴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불러일으켰다. 더빈 의원 자신이 "적어도 12"의 후보가 경선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로렌 언더우드 하원의원과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하원의원이 경선 초기 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다. 크리슈나무르티는 1900만 달러(271억 원), 언더우드는 100만 달러(14억 원) 이상의 선거 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 다른 유력 후보인 로빈 켈리 하원의원은 200만 달러(28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입니다.

◇ 야당으로서 민주당의 미래 전략


슈머 원내대표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2027년에 다수당이 될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외면할 것"이라고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악시오스는 슈머의 이러한 약속에 대해 "거의 아무도 그가 지킬 수 있다고 믿지 않는 것을 약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악시오스는 또한 슈머가 2년 이상 소수당 지위를 받아들인다면 "기부자들의 관심은 줄어들고 활동가들의 열의도 약화될 것"이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직면한 이러한 세대교체와 리더십 경쟁이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당의 정체성과 향후 전략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야당으로서 민주당이 어떻게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재확립하고, 향후 권력 획득을 위한 기반을 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