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7' 국제 분업 타격…일본 부품 비중 35%
中 보복 관세에 생산분 반송…재무 부담 가중
中 보복 관세에 생산분 반송…재무 부담 가중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보잉은 1분기 결산에서 매출액 194억 달러(약 27조709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이는 5분기 만의 매출 증가다. 최종 손익은 3100만 달러(약 442억 원) 적자로, 11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지만 적자 폭은 전년 동기 3억5500만 달러(약 5069억 원) 적자 대비 크게 줄었다. 실적 개선 소식에 주가는 전날 종가 162달러에서 한때 9% 상승하기도 했다.
2024년 사고로 인한 품질 문제와 노동조합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보잉은 켈리 오트버그 CEO 체제 아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8월 취임한 오트버그 CEO는 "재건 계획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민간기) 인도 대수는 내부 계획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2025년 1~3월 보잉은 최근 1년간 분기 중 가장 많은 130대의 민간기를 인도했다. 주력 소형기 '737 MAX'의 현재 생산량은 월 30대 초반이다. 사고 후 미국 연방항공국(FAA) 규제로 생산 상한이 38대로 제한돼 있지만, 보잉은 수개월 내에 이 상한에 도달하고 2025년 하반기에는 FAA에 42대로의 상향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 국제 분업 공급망에 드리운 관세 리스크
그러나 이러한 재건 과정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영향이 새로운 우려로 떠오르고 있다. 오트버그 CEO는 관세 영향에 대해 "미국 항공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행정부에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잉이 예상하는 관세 영향은 크게 두 가지 형태다. 미국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부품 비용이 상승하고, 중국 등 대상국이 보복 관세를 발동하면서 항공기 수출이 지연되는 것이다. 특히 보잉의 주력 중형기 '787'은 국제 분업 체계로 생산되며, 전체 부품의 70%가 외부에서 조달될 정도로 국제 분업 비율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관세가 공급망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787 제조에서 일본 기업의 부품 공급 비중은 35%에 달한다. 미쓰비시 중공업이 핵심 날개를, 가와사키 중공업이 앞쪽 동체를, 스바루가 중앙 날개를 공급한다. 이 외에 영국 롤스로이스가 엔진을, 이탈리아 레오나르도가 동체 부분 등 제조에 협력한다.
현재 보잉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부품에 10%의 관세를 지불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잉의 부품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트버그 CEO는 부품 비용 증가에 대해 "현재 현금 흐름 계획 내에서 대응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웨스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공급망에 대한 연간 지출의 약 80%는 미국 거점 대상이다"라고 밝혔지만, 787의 국제 분업은 상시화되어 있고 안전 기준 때문에 쉽게 공급업체를 변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관세 영향이 증대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 재무 부담 가중 속 '빅 마켓' 중국 변수
재건 초기 단계인 보잉은 재무적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5년 1분기 잉여 현금 흐름(순 현금 수지)은 22억 달러(약 3조1420억 원) 적자였다. 웨스트 CFO는 2분기에도 적자를 예상하며 "하반기부터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 자금(현금과 단기 채권 합계)은 2024년 말 263억 달러(약 37조5669억 원)에서 237억 달러(약 33조8530억 원)로 축소됐다.
보잉은 운전 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 분기 신주 발행으로 200억 달러(약 28조5680억 원) 이상을 조달했고, 22일에는 소프트웨어 사업 일부를 투자 펀드에 105억5000만 달러(약 15조675억 원)에 연내 매각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투자 적격 등급 유지를 통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오트버그 CEO는 이러한 상황에서 "(관세 관련) 협상으로 합의가 성립되어 진전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은 관세 협상의 중요한 변수다. 중국 항공사들은 보잉 항공기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항공사에 보잉 항공기 인수를 중단하도록 지시했으며, 이로 인해 이미 생산된 항공기가 미국으로 반송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보잉은 2025년에 50대 정도를 중국에 수출할 예정이었으나, 오트버그 CEO는 "제조된 기체를 다른 고객에게 재분배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보잉은 이전부터 무역 협상의 상징적인 재료로 여겨져 왔다. 제1차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갈등으로 수주가 급감했고, 2018~2019년 사고까지 겹쳐 중국 당국은 일부 기체 인도를 중단했었다. 2023년 11월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어필하여 2024년부터 다시 인도가 늘기 시작한 참이었다.
증권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보잉의 생산량 증대를 위해 중국 고객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미국 JP모건)는 의견도 많다. 보잉은 현재 5648대의 민간기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4000대 이상이 소형기 737이다. 미국 씨티그룹은 737 수주 잔고를 "소화하는 데 약 6~7년이 걸린다"고 지적하며 인도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잉은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보잉은 2042년까지 중국 항공기 수요가 전체의 20%를 계속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항공기 산업 경쟁사는 프랑스 에어버스,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 등 소수에 불과하다. 만약 중국 시장에서 배제된다면, 보잉은 장기 전략의 재구축을 강요받게 될 전망이다.
관세로 인한 부품 조달 비용 증가와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한 수출 차질은 보잉이 직면한 이중 리스크다. 특히 787처럼 일본 부품 비중이 35%에 달하고 전체 부품의 70%를 외부 조달하는 국제 분업 구조는 관세 정책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재무 건전성 확보와 더불어, 미중 무역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보잉의 재건 성공 여부를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