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g 경량 트랜스폰더 활용... 민간 활용 가능성도
우크라전 교훈 반영… 제재·전자전 취약성 난관
우크라전 교훈 반영… 제재·전자전 취약성 난관

군사 전문 매체 불가리안 밀리터리의 보도에 따르면 90g의 초경량 트랜스폰더를 사용하는 이 시스템은 아군과 적 드론을 구분해 급증하는 무인기 위협 속 러시아 영공 안보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군사 및 민간 분야 드론 운용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인 레이더 기반 트랜스폰더는 90g에 불과한 무게로 드론에 쉽게 장착된다. 아군기와 적기를 구별하는 군용 항공 피아 식별 체계와 동일한 러시아 국가 식별 프로토콜을 사용해 지상국과 통신한다. 로스텍은 낮은 무게와 최소 전력 소모 덕분에 군용부터 농업, 측량, 항공 사진 등 다양한 민간 드론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 5km 고도, 100km 거리에서 작동하는 성능을 갖췄다.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러시아 드론 전문 기업 게오스칸(Geoscan)이 생산하는 쿼드콥터 '게오데지-401(Geodesy-401)'에 프로토타입을 탑재해 시험하고 있다. 게오스칸은 도시 항공 사진 및 채석장 매핑용 드론 전문이다. 로스텍은 올 여름 비행 시험을 거쳐 연내 초기 생산분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의 원리인 피아 식별(IFF)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처음 개발돼 군용 항공의 오인 사격 위험을 줄이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레이더 신호에 암호화된 응답으로 기체 신원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러시아가 이 기술을 드론에 적용한 배경은 기존 항공기보다 작고 수가 많아 추적하기 어려운 무인기의 확산이라는 현대전 과제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특히 드론이 핵심 역할을 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서 이 기술의 군사적 함의는 상당하다. 2022년 전면전 이후 양측은 정보 수집, 포병 관측, 직접 공격 등 드론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러시아군은 정찰에 오를란-10(Orlan-10), 공격에 란셋-3(Lancet-3) 등을 사용했고, 우크라이나는 자체 개발 드론과 튀르키예 바이락타르 TB2(Bayraktar TB2) 등으로 맞섰다. 드론전의 혼란 속에 오인 사격으로 아군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발생했다. 로스텍 시스템은 러시아의 드론 작전 조율과 전장 상황 인식을 개선해 이러한 오류를 최소화할 잠재력이 있다.
◇ 군사 넘어 민간 영역 확장 노리나
군사적 용도 외에 민간 활용 가능성도 크다. 트랜스폰더 장착 드론은 혼잡한 영공에서 충돌이나 무단 비행 위험을 줄여 안전을 높일 수 있다. 농업에서 작물 모니터링과 비료 살포에, 측량에서 지형 매핑에 사용되는 등 드론 활용이 늘어나는 러시아 국내 시장에 이 기술을 통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이중 용도 특성은 실제 목적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로스텍은 민간 혜택을 강조하지만, 군용 등급 프로토콜 의존은 보안 애플리케이션에 주된 초점을 맞추고 민간 용도는 부차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드론 추적 시스템이 민간 활동 감시에 전용될 경우 개인 정보 보호 및 국가 개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언론 활동 등을 제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 제재와 전자전, 기술 독립의 난관
러시아는 이 기술 개발에서 상당한 기술적, 지정학적 도전에 직면했다. 서방 제재로 첨단 전자 부품 접근이 제한되면서 게오스칸 등 러시아 기업은 자체 국내 공급망이나 중국 등 비서방 국가에서 부품을 조달해야 했다. 중국 DJI가 매빅(Mavic) 시리즈 등으로 민간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윙룽(Wing Loong) 시리즈 같은 군용 드론 기술도 발전한 상황이다.
미국은 MQ-9 리퍼(Reaper) 등 고성능 군용 드론 분야 선두를 유지하며 대드론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러시아 시스템은 자체 생태계에 맞춰져 국제 표준 호환성이 떨어지고 수출 전망이 제한될 수 있다.
전자전 취약성 여부도 미지수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양측은 재밍(jamming), 스푸핑(spoofing) 등으로 드론 작전을 방해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전자전으로 러시아 드론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로스텍은 자사 트랜스폰더의 전자전 저항력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는 전장 효율성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번 발표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드론 식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이는 기술 독립과 군사력 강화를 위한 러시아의 광범위한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드론은 비대칭 및 하이브리드 전쟁 전술을 강조하는 러시아 군사 교리의 핵심 요소다. 비용 효율적인 전력 투사, 정보 수집, 적 대응 수단으로서 러시아 국방 현대화 노력의 초석이 된다.
로스텍 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러시아가 기술적, 지정학적 난관을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달렸다. 경쟁이 치열한 드론 분야에서 올 여름 비행 시험 결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 기술이 드론전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할지, 아니면 글로벌 경쟁에 가려진 틈새 솔루션으로 남을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