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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25만 조문객 애도 속 간소화된 의식으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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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25만 조문객 애도 속 간소화된 의식으로 진행

100년 만에 처음으로 성 베드로 성당 아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안장
"겸손과 단순함 강조한 마지막 뜻" 받들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부인 로잔젤라 잔야 다 실바가 2025년 4월 25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누워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부인 로잔젤라 "잔야" 다 실바가 2025년 4월 25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누워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426(현지시각) 바티칸 시국에서 거행된다. 26일(현지시각) 뉴스위크와 FT(파이낸셜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188세로 선종한 교황을 애도하기 위해 지난 3일간 약 25만 명의 조문객이 바티칸을 찾았다.

장례 미사는 현지시각으로 26일 오전 10(한국 시간 오후 5)에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시작되며, 추기경단 학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집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로마의 라 사피엔자 대학교 현대사 명예 교수인 마리아 안토니에타 비세글리아는 "20세기까지만 해도 교황의 장례식은 황제와 왕의 장례식과 매우 유사했다""교황 장례식에서 영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변화"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은 전통적인 교황 장례식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는 생전에 2024년 장례식 지침을 직접 수정하여 더 검소한 형태의 장례식을 선택했다. 교회사 전문가인 다니엘레 메노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과 사후에도 가난, 단순함, 형제애라는 복음의 메시지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26일 장례식은 오전 830(현지 시간)부터 대주교와 주교들이 모이는 것으로 시작해, 오전 9시에 총대주교와 추기경들이 합류한 후,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장례 미사가 진행된다. 이 장례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9일간의 애도와 기도인 '노벰디알레스'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 교황 장례식의 역사적 변화, 왕권에서 목자로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치된 교황의 시신은 땅에 낮게 모셔져 있으며, 주변에 교황의 예복이 전혀 없다. 전통적으로 교황은 사이프러스나무, , 참나무로 만든 세 겹의 관에 안장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나의 나무 관에 묻힐 예정이다.

또한, 그는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성 베드로 성당이 아닌, 로마에 있는 그가 생전에 자주 찾았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프란치스코스"라는 라틴어 이름이 새겨진 단순한 비석과 함께 안장될 예정이다.

로잔 대학의 중세사 명예 교수인 아고스티노 파라비치니 발리아니는 "장례식은 교황의 사망뿐 아니라 교회가 추기경들을 통해 지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의식"이라며 "교황의 권위가 추기경에게 넘어가고, 이후 새 교황이 선출되는 과정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교회의 교황 장례식은 간소했으나, 교회가 정치적 권력을 얻으면서 교황의 장례 의식은 유럽 왕실의 장례식을 닮아 점차 화려하고 복잡해졌다. 교황 비오 12세의 1958년 장례식은 방부 처리 실패로 시신이 부패하는 문제가 있었음에도, 세속적 권력을 상징하는 삼중 왕관을 사용한 마지막 장례식으로 기록됐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기 없는 교황의 사망 후 민중 봉기와 약탈이 빈번했다. 비세글리아 교수는 "교황은 영적 지도자이자 정치적 통치자였기에 그의 재정 정책과 세금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의 항의가 폭력으로 이어지곤 했다"고 설명했다.

1503년 교황 알렉산데르 6세가 사망했을 때는 로마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1559년 교황 바오로 4세 사망 후에는 시민들이 그의 동상을 파괴하기도 했다.

킨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벨리토는 "1963년 이후 거행된 장례식들은 수세기 동안 이어져 온 교황권의 과시적 의식이 누그러진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승인한 장례 의식 간소화 방안에 대해 사도적 예식 전문가인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는 "로마 교황의 장례식은 세속 권력자의 장례식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목자와 제자의 장례식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파라비치니 발리아니 교수는 "중세적 교황권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오늘날 교황은 세속 통치자가 아니라 종교 지도자로서, 겸손과 단순함이 새로운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