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로 중국 압박·러시아 유화 전략 모두 성과 내지 못해...세계 경제 불안 가중

지난 25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약 100일이 지난 현재 자신을 "위대한 평화주의자"이자 협상가로 내세웠지만,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등 주요 분쟁 지역에서 평화 중재에 실패하고 있다. 특히 국제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대규모 관세 위협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 양면 전략이 모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관세 정책으로 세계 경제 성장 위축 우려 확산
국제통화기금(IMF) 연례 회의를 위해 워싱턴에 모인 각국 장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 성장에 "상당한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워싱턴포스트 행사에서 "유럽 대륙에서 성장 지표가 이미 둔화되고 있다"며 관세로 인한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전반적인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이 수 주 안에 물가 급등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미국 경제계와 행정부 고위 인사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 핵심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관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뿐"이라고 한 동남아시아 고위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털어놓았다. 이 관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미국 투자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으며, 여러 국가와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할 미국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에 대한 완화 신호를 보내며 현재의 관세 수준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단계적 축소"를 시사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워싱턴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반면, 트럼프 측은 자신들의 전략적 실패에서 체면을 살리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카네기 세계평화재단의 전 미국 고위 외교관 릭 워터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탈동조화 상태에 있으며, 무역 갈등이 다른 분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냉전을 부정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기회를 활용해 중국을 불안정한 보호무역주의 미국과 대비되는 세계화의 안정적 수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경기부양책을 통해 미국 관세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컨설팅 업체 시놀로지의 최고경영자(CEO) 앤디 로스먼은 "앞으로 겪게 될 고통에 대한 인내심은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클 것"이라며 "미국에는 대체품이 없는 소비재가 너무 많다. 사람들이 아이들 신발을 위해 두 배의 가격을 지불할 의향과 능력이 있을까?" 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국 정책을 담당했던 커트 캠벨과 러시 도시는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일방적 힘을 과대평가하고 중국의 대응 능력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으로 징벌적 조치의 신중한 활용과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 러시아에 대한 유화책도 교착 상태
러시아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중재는 진전을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쓸 카드가 없는 인물"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러시아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러시아 고위 인사들과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지만, 백악관이 크렘린으로부터 어떤 양보를 얻어내려는지는 불분명하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협상안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합병 인정, 러시아군이 점령한 대부분 영토 인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키예프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공습으로 1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을 원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로스차일드 앤 컴퍼니의 지정학 자문 의장인 마크 세드윌 경은 "당혹스러운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압력과 화해 노력이 실제로는 러시아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첫 임기 대부분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세드윌은 "트럼프의 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미국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왜 그는 푸틴을 동등하게 대우하는가? 푸틴은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세드윌은 트럼프가 "마치 19세기 영향권 개념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미국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제한적이라고 받아들이는 듯 의도적으로 다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