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150달러 부과...사실상 일본차 등 새 무역 장벽
조선·해운업 보호 명분...韓·日·유럽 등 해운사 반발
조선·해운업 보호 명분...韓·日·유럽 등 해운사 반발

◇ 미국 통상법 301조 근거...차량 대당 150달러 부과
이번 입항료 부과는 해외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한 제재 등을 규정한 미국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앞서 지난 4월 17일 중국 국적 또는 중국에서 제조된 선박을 대상으로 순톤수에 따라 수수료를 징수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를 수년 간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공개된 USTR의 상세 내용에 따르면, 당초 중국 건조 선박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려던 이 계획에서 범위를 확대하여 해외 건조 자동차 운반선 전반에 대해 광범위하게 수수료를 징수하는 방침으로 명확해졌다.
입항료는 운반선이 적재할 수 있는 최대 차량 대수에 150달러(약 21만 원)를 곱해 산출된다. 대형 운반선은 통상 6000~7000대의 차량을 실을 수 있어, 최대 적재 시 100만 달러(약 14억3880만 원)가 넘는 비용이 발생한다. USTR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10월 14일부터 징수를 시작할 방침이다.
◇ 日 해운업계 '정밀 검토' 착수...유럽·韓 등 영향 각양각색
이 비용은 최종적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일본차 등 수입차에 대한 새로운 관세 효과로 작용한다. 세계 선박 수주의 50%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어, 특히 중국산 선박 보유 비율이 높은 해운 회사들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
약 320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보유한 일본 해운 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 3대 해운사들도 영향을 정밀하게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대 규모인 니혼유센은 124척의 운반선을 운항 중이며, 보유하거나 용선 중인 약 430척의 선박 중 중국에서 제조된 선박은 10% 미만이라고 밝혔다.
니혼유센은 발주 잔량에 대해서는 비공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영향에 대해 '정밀 분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대책으로는 미국으로 가는 선박에 중국 건조 선박을 배치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쇼센 미쓰이 그룹은 약 940척의 선박 중 중국 건조 선박이 5% 정도라고 밝혔으며, 역시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했다. 약 400척을 보유한 가와사키 기선은 중국 건조 선박이 10% 정도라고 밝히며, '자동차선 중심으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가와사키 기선은 '회사 전체 사업 환경을 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현재 각 해운 회사들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의견 청취 절차에 착수했다.
일본 해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선주협회의 묘친 고이치 회장(가와사키 기선 회장)은 닛케이 취재에 "특정 화물을 대상으로 하는 듯한 조치에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2024년 3월 말 기준 95척을 운항하는 쇼센 미쓰이도 "미국에 많은 완성차를 수송하는 만큼, 이번 입항료 부과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美 건조 시 면제 조건 까다로워...국내외서 '우려' 목소리
입항료는 대상 선박과 동등 이상 규모의 선박을 미국 내에서 건조할 계획이 있을 경우 최대 3년간 면제되지만,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선체 등에 쓰이는 철강재를 모두 미국산으로 사용하고, 용접부터 도장까지 전 과정을 미국 내에서 완료해야 한다. 엔진, 프로펠러 등 핵심 부품 역시 전부 미국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이 정도 규모의 선박을 건조할 제조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세계해운평의회는 "미국 경제 성장을 더욱 둔화시키고, 해운 투자를 거의 촉진하지 못해 산업 보호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내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23일 공개한 지역 연은 경제 보고서(베이지북)에 따르면, 미국 동부 리치먼드 지역의 한 항만은 입항료 도입 시 화물량이 2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USTR 발표로 특히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유럽의 컨테이너 해운 회사들이다.
노르웨이 데이터 분석 기업 크세네타(Xeneta)에 따르면, 프랑스 CMA CGM과 이스라엘 짐(ZIM)은 중국 건조 컨테이너선 보유 비율이 각각 41%에 달했다. 발주 잔량 중 중국산 비율은 스위스 MSC가 93%, 독일 하팍로이드가 91% 등으로 유럽 해운사들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본 3사가 출자한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의 발주 잔량 중 중국산 비율도 57%로 과반을 넘었다.
반면, 한국 해운사 HMM은 보유 선박 중 중국 건조 비율이 6%로 낮고 발주 잔량도 없으며, 대만 양밍 해운 역시 보유 비율이 8%로 상대적으로 낮다.
USTR은 이와 함께 액화천연가스(LNG)선에 대한 규제도 3년 뒤부터 도입해, 미국 수출 물량의 일정 비율은 미국에서 건조한 미국 선적 선박으로만 수송하도록 제한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운 산업 부활을 위해 동맹국 등과의 협력 자세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9년 연속 LNG 운반선 세계 수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조선 산업 주요 정책 중 하나로 '한·미 조선 협력'을 내세우며, 이를 '조선 산업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