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교훈 삼아 기동성·생존성 갖춘 155mm 자주포 도입 열풍
K9·세자르·PzH2000 등 각축...방산 지형도 변화 예고
K9·세자르·PzH2000 등 각축...방산 지형도 변화 예고

특히 프랑스의 세자르(CAESAR), 한국의 K9 썬더(K9 Thunder), 폴란드의 크라프(Krab), 스웨덴의 아처(Archer), 독일의 PzH 2000, 이스라엘의 ATMOS 2000 등이 유럽 각국의 주요 선택지로 떠오르며 새로운 방위 전략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 자주곡사포는 기동성, 화력, 나토 시스템과의 통합 능력 등에서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닌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험은 센서와 드론, 대포병 위협이 상존하는 현대 전장에서 기동성, 신속 배치 능력, 군수 지원의 민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 차세대 주력 자주포 경쟁 치열
프랑스 KNDS가 개발한 세자르 6x6는 프랑스군 현대화의 핵심이다. 프랑스는 8958만 달러(약 1287억9812만 원) 규모의 18대를 2024년까지 인도받는 한편, 3억8091만 달러(약 5476억7239만 원)를 투입해 성능이 개량된 세자르 마크2 109대를 2026년부터 2031년까지 도입한다.
세자르 마크2는 승무원 보호 강화, 디지털 사격통제, 로켓 보조 추진탄(RAP) 사용 시 최대 55km 사거리, 1분 내 '사격 후 신속 이동' 능력을 갖췄다. 벨기에(28대, 2억300만 달러), 리투아니아(18대), 에스토니아(12대) 등도 세자르 마크2 도입을 결정하며 유럽 내 확산세가 뚜렷하다.
한국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의 K9 썬더는 유럽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주포 중 하나다. 폴란드는 24억 달러(약 3조4512억 원) 규모의 K9A1 212대(2022-2026년 인도)에 이어, 26억 달러(약 3조7388억 원) 규모의 K9A1/K9PL 152대(2025-2027년 인도) 추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루마니아도 10억 달러(약 1조4379억 원) 이상을 투입해 K9 54대를 2027년부터 도입한다. K9은 분당 최대 6발 발사, RAP탄 기준 최대 사거리 40km, 최고 속도 67km/h, 자동 장전 및 첨단 사격 통제 시스템을 갖췄으며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 여러 나토 회원국이 운용 중이다.

◇ 국산화 노력부터 첨단 자동화까지
폴란드 자체 설계의 크라프 자주포는 한국 K9 차체에 영국 AS90 포탑과 자국산 사격 통제 시스템을 결합한 모델이다. 나토 표준 155mm탄으로 최대 40km 사거리를 내며 자동 장전 시스템을 탑재했다. 폴란드 육군은 약 7억9700만 달러(약 1조1456억 원) 규모로 48대를 2025-2027년 도입할 예정이다. 1분 내 사격하고 30초 안에 이동하는 뛰어난 기동성을 갖췄으며, 이미 우크라이나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했다.
스웨덴 BAE 시스템즈 보포스와 스웨덴 국방물자청(FMV)이 공동 개발한 아처는 완전 자동화된 차륜형 자주포다. 정지 상태에서 30초 내 첫 발사, 2.5분 내 21발 발사가 가능하며, 엑스칼리버 등 정밀 유도탄 사용 시 최대 60km까지 타격할 수 있다. 볼보 6x6 트럭 기반으로 기동성이 우수하며, 완전 자동화로 승무원은 3~4명에 불과하다. 스웨덴(48대, 5억 달러)과 영국(14대)이 도입했다.
◇ 이스라엘 ·독일 시스템도 건재 과시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즈의 ATMOS 2000은 타트라 6x6 차체를 사용하는 차륜형 자주포다. 나토 표준 155mm탄으로 최대 40km 사거리를 가지며, 반자동 장전 시스템으로 2분 내 6발 사격 후 신속 이동이 가능하다. 덴마크가 2억5200만 달러(약 3622억 원) 규모로 19대를 2023~2026년 도입한다. 아제르바이잔, 태국 등에서도 운용 중이며, 경량 설계와 나토 시스템 호환성이 장점이다.
독일 KMW와 라인메탈이 개발한 PzH 2000은 유럽에서 가장 진보된 궤도형 자주포 중 하나로 꼽힌다. 155mm 52구경장 포와 완전 자동 장전 시스템으로 분당 최대 10발, 베이스 블리드탄 사용 시 최대 40km 사거리를 자랑한다. 첨단 사격 통제 시스템과 관성 항법 장치로 자율적인 '사격 후 신속 이동'이 가능하다. 독일은 약 4억3782만 달러(약 6291억 원) 규모로 22대를 2025~2026년 도입하며, 이미 2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도 운용 중이며, 최고 속도 60km/h, 항속 거리 420km의 기동성과 우수한 방호력을 갖췄다.
◇ 전략 변화와 향후 과제
유럽의 자주포 도입 확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반영한 중요한 교리적 변화로 해석된다. 현대 전장에서는 기동성과 신속한 배치, 생존성이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세자르, 아처, ATMOS 같은 차륜형 시스템이 기동력 우위를 바탕으로 채택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독일, 폴란드처럼 기계화 교리를 중시하는 국가는 PzH 2000, K9 같은 궤도형 시스템을 여전히 선호한다.
이번 재무장은 GDP 2% 국방비 지출이라는 나토 목표 달성 압력과 러시아 위협 고조에 따른 유럽 전반의 국방력 현대화 노력과 연계된다. 자국 및 유럽 방위 산업 육성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한국(K9)과 이스라엘(ATMOS) 등 비유럽권 공급자의 부상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유럽은 포병 전력의 양적, 질적 재건에 나서고 있으나, 다양한 시스템 도입이 나토 내 상호운용성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으로 각국은 단순히 장비를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변화된 안보 환경에 맞춰 교리, 탄약, 훈련 체계를 정비하고 이를 국가 및 다국적 방위 체계에 효과적으로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