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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인간 자리를 넘보다...'인문학'에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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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인간 자리를 넘보다...'인문학'에 답 있다

기술 만능주의 시대, 간과되는 인간 고유 역량
노코드 혁명 속 '생각하는 힘' 되찾기 위한 성찰
노코드 붐으로 기술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기계적 효율성을 넘어선 인간 고유의 '생각하는 힘'이 요구되고 있다.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인간다움을 지켜야 할 때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노코드 붐으로 기술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기계적 효율성을 넘어선 인간 고유의 '생각하는 힘'이 요구되고 있다.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인간다움을 지켜야 할 때다. 사진=로이터

현대 학문 분야에서 계산 능력과 기술 스킬,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가 예술, 문화, 언어 등 전통적인 인문학 분야를 압도한다는 제로섬 게임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AI, 빅데이터, 노코드(no-code) 툴 등 첨단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사회 전반이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술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인문학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며 젊은 세대에게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포브스재팬이 지난 24(현지시각) 보도했다.

기업, 학교, 정부 등 거의 모든 조직에서 효율성과 생산성, 자동화가 화두가 되었고, 이에 따라 STEM 분야의 인재 수요가 급증했다. 노코드 플랫폼의 확산으로,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앱이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AI는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해 인간의 결정을 지원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문학은 '쓸모없다', '비실용적이다'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며, 일부 대학에서는 인문학 전공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고, 사회와 문명, 인간관계의 의미를 성찰하는 인문학의 역할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외신은 전했다.

◇ 기술 만능 시대, 인문학 위기론과 현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능력을 확장하는 '보조적인 기술'이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답변을 제시하며,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AI'경험'이나 '감정', '윤리적 판단', '상상력', '공감'과 같은 인간 고유의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하는 텍스트는 유창하고 논리적일 수 있으나, 그 안에 담긴 '의도''맥락', '문화적 배경' 등은 인간의 깊은 이해와는 다르다.

인문학은 인간의 역사, 철학, 문학, 예술, 언어, 종교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의미를 탐구하며, 윤리적 딜레마, 사회적 갈등, 문화적 다양성, 인간의 감정과 욕망 등 복잡한 문제를 다룬다. 이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공감력', '윤리적 판단력'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길러준다. 인문학은 AI가 제시하는 답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근거와 한계를 분석하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며, 인간다운 해석과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AI에 긍정적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인간과 AI 간의 시너지 효과의 본질이다.

AI의 한계와 교육 현장의 변화

이처럼 많은 전문가는 AI로의 전환이 인간 활동을 지원하는 '보조적인 기술' 관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 AI는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며, 의사결정 지원 도구처럼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요구된다. 폴 알리비사토스 시카고 대학교 총장은 "AI는 학습의 기회를 혁신하고 있지만, 결국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인간"이라고 강조한다.

AI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반복 학습이나 정보 검색을 쉽게 만들어주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이다. 인문학적 교육은 학생들에게 비판적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며, 복잡한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능력을 길러준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 알렉사 주반 교수는 "AI는 유창한 문장을 만들 수 있지만, 본질적인 사고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AI를 단순한 답변 기계가 아닌, 탐구와 토론,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AI가 제시한 답변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추가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며,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적 사고력이 강화된다. 교육자는 AI와 학생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된다. 학생들은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더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 편향성, 한계 등을 함께 검토하며,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잃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 노코드 혁명과 인간 역할의 재정의

한편, 알리비사토스 총장은 최근 가장 파괴적인 변화 중 하나로 노코드 개발을 꼽았다. 노코드 툴의 확산으로, 비전문가도 손쉽게 프로그램을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최근의 노코드 운동은 새로운 LLM(거대 언어 모델) 등장으로 프로그래밍 지식 없이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1970년대 포트란이나 코볼 등 프로그래밍 언어 습득이 필수였던 것과 달리, 이제는 AI에 지시만으로 완벽한 소스 코드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AI 능력에 힘입은 것이지만, 인간 수작업에 의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여명기에 직접 HTML을 작성했지만, 드림위버 등 도구로 노코드 방식 웹사이트 구축이 가능해진 것과 유사하다. 현재 노코드는 더욱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와 최종 사용자가 '기술자'일 필요 없이 AI와의 대화 방법만 이해하면 된다. 기술이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작업을 대체할수록, 인간은 '왜 이 일을 하는가?', '이 일이 사회와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인문학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의 창의성, 감정, 윤리, 문화적 맥락 등은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며, 오히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강조된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서도 인문학 연구를 지원하는 움직임은 계속된다. 전미 인문학 기금(NEH)은 다양한 인문학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NEH의 새 '인공지능 인문학 연구 센터 조성 프로그램'AI의 윤리적·법적·사회적 영향에 초점을 맞춘 인문학 연구소 설립을 지원하며, 대학 및 독립 연구 기관에 각각 최대 75만 달러(107227만 원)를 제공한다. 연방 정부 자금을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은 미국 경제에서 인문학을 지원하는 여러 노력 중 일부에 불과하다.

AI와 인문학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기술은 인문학적 탐구를 확장시키고, 인문학은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며, 인간 중심의 기술 발전을 이끌 수 있다. 예를 들어, 윤리적 AI 개발,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한 알고리즘 설계, 인간 중심의 서비스 디자인 등에서 인문학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윤리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AI 시대에는 단순한 기술적 역량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고, 인문학적 통찰력과 융합적 사고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다.

알리비사토스 총장은 AI가 기회를 빼앗기보다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혁신 방법과 인간 개성 발현 방식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모든 면에서 기회가 확대되는 것처럼 보인다""지식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났고, 기회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도 딜로이트도 이 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전례 없는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시대, 인문학은 인간다움의 등불

AI와 노코드 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본질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탐구하는 인문학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AI 시대야말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우리가 왜 배우고, 일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인문학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그리고 AI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생각의 힘''성찰의 힘'을 길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