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값 1년새 92% 폭등…韓 쌀은 3분의 1 가격
품질 인정받고 수출 급증…새로운 K-기념품 부상
품질 인정받고 수출 급증…새로운 K-기념품 부상

◇ 일본 쌀값 폭등 속 '원정 쇼핑' 나선 일본 관광객들
최근 일본에서는 쌀 가격이 1년 새 약 92% 폭등하며 극심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쌀 10kg 가격은 현재 8000엔(약 8만 원)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20만 톤에 달하는 쌀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 비축미를 방출하고, 3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산 쌀을 공식 수입하는 등 이례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양(10kg)이 약 3000엔(약 3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 현지 가격의 약 3분의 1에서 절반 수준에 해당한다. 심지어 쌀 반입 시 발생하는 kg당 341엔(약 3413원)의 관세와 검역증명서 발급 비용을 더해도 여전히 일본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러한 상당한 가격 차이가 일본 관광객들을 서울 등지의 슈퍼마켓에서 쌀을 대량 구매하도록 이끌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 한국 쌀 품질 재평가 및 관광객 구매 급증
과거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외국산 쌀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산 쌀이 품질 면에서 일본산과 비슷하거나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현지 쌀 소믈리에는 "한국 쌀도 꽤 품질이 좋다는 걸 이제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쌀 쇼핑 트렌드는 한 일본인 관광객이 자신의 경험을 X(구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관광객은 서울 경유 중 백미 4kg과 현미 5kg 등 총 9kg의 쌀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일본 내 치솟는 쌀 가격 때문에 서울에서 쌀 구매를 '임무'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쌀 포대를 들고 가는 것이 마치 '운동 전체를 하는 것 같았다'고 농담조로 덧붙였다. 일본에 쌀을 반입하기 위해 한국에서 받아야 하는 검역증명서 발급 건수 또한 최근 한 달간 1년 전보다 20배나 폭증하며, 한국에서 쌀을 구매해 가는 일본 관광객이 실제로 크게 늘었음을 방증한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한국 쌀이 일본 쌀의 절반 가격이라 가격 메리트가 매우 크다"며 직접 구매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 한국 쌀 수출 확대 '청신호'
일본 내 쌀 품귀와 가격 급등은 한국산 쌀 수출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농협은 지난 4월 8일 일본에 2톤의 쌀을 처음으로 공식 수출했으며, 이 물량은 불과 2주 만에 완판됐다. 이에 힘입어 5월에는 10톤의 추가 수출을 준비 중이다. 농협 관계자는 "일본 쌀값 폭등이 한국산 쌀 수출의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내 상황과 한국 쌀의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한국 쌀은 일본인 관광객들의 인기 기념품을 넘어 새로운 수출 효자 품목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