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 전망치 하향 조정, 수요 위축 우려
반도체 시장도 '촉각'…불확실성 속 AI 투자는 활발
반도체 시장도 '촉각'…불확실성 속 AI 투자는 활발

미국 시장 조사회사 IDC는 지난 27일(현지시각) 2025년 세계 IT 지출 성장률이 기존 예상치 10%에서 5%로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감소액은 약 2000억 달러(약 287조7600억 원)에 해당한다. 관세 인상분이 제품 가격에 전가되면 스마트폰, PC, 서버 등 광범위한 IT 제품의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IDC는 내다봤다.
IDC 크로퍼드 델프레테(Crawford Del Prete) 사장은 닛케이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러한 전망을 밝혔다. IDC는 당초 2025년 세계 IT 지출 규모를 전년 대비 10% 성장한 4조1000억 달러(약 5899조8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한 바 있다. 델프레테 사장은 "미국 관세 정책 발동으로 인해 5% 성장으로 하락하는 시나리오가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하반기부터 IT 지출 둔화 전망
IT 지출에는 스마트폰과 서버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소프트웨어까지 포함된다. 트럼프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는 이들 모두의 가격 전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델프레테 사장은 "가격 상승으로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2025년 하반기부터 IT 지출 둔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반도체 시장 타격 우려… AI 투자는 예외
IDC는 IT 지출 외에 반도체 시장 동향도 분석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을 검토하는 반도체 관세가 발동될 경우, 2025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기존 예상치인 11%에서 9% 전후로 하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델프레테 사장은 "반도체 관세는 공급망(서플라이 체인) 전체에 파급돼 모든 플레이어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는 설계, 생산, 제조 장치, 부품·소재 거점이 한국,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 분산돼 국제 분업이 활발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으로 산업계에서는 설비 투자 결정을 일시적으로 보류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델프레테 사장은 "인공지능(AI) 분야 투자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문서 작성, 고객 대응, 시스템 개발 등을 자동화하는 생성 AI의 활용은 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만큼, 관련 지출의 우선순위가 높다는 분석이다.
AI 개발 및 운영에는 대규모 계산 기반인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며, 이에 따라 미국 주요 기술 기업들의 활발한 설비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앞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기업들이 AI 관련 지출까지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세계 IT 지출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