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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엡스타인 섬 '리틀 세인트 제임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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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엡스타인 섬 '리틀 세인트 제임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억만장자 개인 소유지, 국제적 성매매 조직 중심지 지목
당국의 감시 피해 '범죄 기업' 운영 의혹…섬의 현재와 미래는?
국제적인 성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외딴 섬 '리틀 세인트 제임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국제적인 성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외딴 섬 '리틀 세인트 제임스'. 사진=로이터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이 소유했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외딴 섬 '리틀 세인트 제임스(Little St James)'가 국제적인 성매매 조직의 중심지였다는 충격적인 증언과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고발자들은 물론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법무장관까지 이곳을 '성적 노예 등을 위한 완벽한 은신처'로 지목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가 지난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섬을 찾은 손님들은 전 세계 최고위층 인사들이었다. 유명인사, 과학자, 왕족 구성원들이 전용 제트기를 타고 도착한 뒤 헬리콥터로 섬으로 이동했다. 주인인 엡스타인은 이곳을 '리틀 세인트 제프(Little St Jeff)'라 불렀지만, 현지 주민들은 '소아성애자 섬(Pedophile Island)'이라 불렀다.

◇ 섬의 두 얼굴… 낙원인가, 범죄 소굴인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법무장관의 형사 고소장은 이곳을 "성적 노예, 아동 학대 및 성폭행을 위한 어린 여성과 미성년자 소녀들의 인신매매를 위한 완벽한 은신처이자 안식처"라고 명시했다. 고소장은 이 섬에서 "엡스타인과 그의 공범들은 버진아일랜드 및 연방 법 집행 기관으로부터 불법 활동이 탐지되는 것을 피하고, 어린 여성과 미성년자 소녀들이 자유롭게 떠나 학대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은 길레인 맥스웰(Ghislaine Maxwell)의 성매매 재판에도 등장했다. 맥스웰은 5건의 성매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2022년 6월 28일 징역 20년과 75만 달러(약 10억791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23년 5월, 이 섬은 호화 리조트로 탈바꿈시키려는 희망을 가진 부유한 투자자에게 원래 호가 절반 이하 가격에 팔렸다.

◇ 드러난 섬의 모습과 수상한 개발


리틀 세인트 제임스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밝고 푸른 바닷물에 산호초로 둘러싸인 75에이커 규모의 작은 섬이다. 카리브해 군도의 세 주요 섬 중 하나인 세인트 토머스(St Thomas)의 남동쪽 끝 바로 앞바다에 위치한다. 버진아일랜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기지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덴마크로부터 매입했으며, 현재는 많은 금융 전문가들에게 세금 회피처로 여겨진다.

엡스타인은 2008년 아동 성매매로 첫 유죄 판결을 받은 뒤 2010년 버진아일랜드에 성범죄자로 등록했다. 그의 페이퍼 컴퍼니들은 세인트 토머스 해변가 스트립 몰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1998년, 그는 벤처 자본가 아치 커민(Arch Cummin)으로부터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섬을 매입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약 800만 달러(약 115억1040만 원)가 조금 안 되는 금액을 지불했다. 새로운 주인은 빠르게 자생 식물을 제거하고 40피트짜리 야자수를 심었다. 2007년부터 엡스타인은 현지 공무원들의 의심을 샀던 대규모 건축 및 개조를 시작했다. 그의 본관은 거의 두 배 크기로 확장되어, 마스터 침실과 수영장을 연결하는 야외 테라스와 담수화 시스템을 갖춘 호화로운 맨션으로 변모한다.

위성 사진은 넓게 펼쳐진 테라스, 코티지, 해변가 주택, 수영장, 부두, 유틸리티 건물, 헬리패드, 테니스 코트, 선착장, 일종의 폐쇄된 호수 또는 라군, 그리고 알 수 없는 용도의 다양한 오두막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보여준다. 이 모든 시설은 야자수가 늘어선 도로로 연결되어 있었고, 이곳에서 골프 카트가 손님들을 실어 날랐다. 섬을 가로지르는 데 약 5분이 걸렸다고 한다.

섬 중앙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큰 거대한 해시계가 있고, 섬 양쪽 끝에는 두 개의 높은 미국 국기가 게양되어 있다. 엡스타인 저택 반대편 끝에는 종종 '사원(temple)'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구조물이 있었다. 이 건물은 원래 건축 허가와 크게 달라 지하 소굴, 제단, 매장지 등 다양한 추측을 낳았지만,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의 조사에 따르면 엡스타인을 위한 개인 서재 및 음악실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결론지어진다.

2016년, 엡스타인은 인접한 165에이커 규모의 그레이트 세인트 제임스(Great St James) 섬도 매입했는데, 두바이 사업가 술탄 아흐메드 빈 술라옘(Sultan Ahmed bin Sulayem)을 내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세인트 토머스의 한 주민은 AP 통신에 "그는 환영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가 너무 부자라 제대로 단속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전한다.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앱스타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앱스타인. 사진=로이터

◇ 비밀 엄수 속 '선 같은 휴양지' 생활


엡스타인은 2008년 유죄 판결 전까지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을 한 달에 두세 번씩 방문했다. 한 전직 직원은 이곳을 '선(禪) 같은 휴양지'라 묘사하며, 엡스타인이 슬리퍼 차림으로 다니고 스피커에서는 '명상 음악'이 흘렀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종종 상의를 탈의하고 일광욕을 했다.

물론 항상 여성들이 있었다. 종종 매력적이었고 때로는 의심스러울 만큼 어렸으며, 엡스타인이나 그의 많은 손님 중 한 명과 함께 있거나 때로는 '레이디 길레인(Lady Ghislaine)'이라는 보트를 타고 단체로 실려왔다. 이 이름은 엡스타인의 오랜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보도됐다.

섬에는 정원사부터 세탁부, 당직 보트 선장까지 약 70명의 직원이 있었다. 그들은 검은색 또는 흰색 폴로 셔츠를 입고 엄격한 비밀 유지 서약에 서명했으며, 일할 때 엡스타인의 눈에 띄지 않도록 지시받았다. 그들은 또한 엡스타인의 본관에 있는 두 개의 사무실 중 어느 곳에도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었으며, 그중 하나에는 엄중히 지켜지는 철제 금고가 있었다. LA 타임스는 엡스타인이 섬에서 발견된 오래된 럼 병과 도자기에 붙인 이름인 '해적 보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상태가 좋은 발견물에 대해 하인들에게 100달러(약 14만3880원)에서 1000달러(약 143만8800원)를 지불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섬을 운영했던 마일스 알렉산더(Miles Alexander)는 아내 캐시(Cathy)와 함께 데일리 메일(The Daily Mail)에 "그는 매우 친절한 사람이었고, 그가 비난받는 일들을 승인하지 않지만 그를 매우 좋아했다"며 "우리의 일은 신중함에 관한 것이었고, 우리는 부적절한 것을 목격하지 않았다는 양심의 가책이 없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인 부부는 엡스타인이 사람들 앞에서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방에서 간식을 먹었으며, 매일 마사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곳에서 그를 방해하는 것은 "절대 금지"되었지만, 그가 외출했을 때 한 번 성인용품 상자를 발견했다. 알렉산더 부부는 고용될 때 "제프리가 원하는 것은 제프리가 얻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의 섬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 인사로는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노벨상 수상자 로렌스 크라우스(Lawrence Krauss), 코미디언 크리스 터커(Chris Tucker),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거물 레스 웩스너(Les Wexner), 모델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 전 토니 블레어(Tony Blair) 보좌관 로드 피터 맨덜슨(Lord Peter Mandelson), 그리고 왕실의 앤드루 왕자(Prince Andrew) 등이 거론된다.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대통령도 방문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그는 부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엡스타인 전용기를 탔다고 알려져 있지만 섬 방문 여부는 불분명하다.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David Copperfield)는 이곳에서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시퍼(Claudia Schiffer)에게 프러포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손님들은 세인트 토머스에 있는 시릴 E 킹 공항(Cyril E King Airport)의 개인 구역에 도착한 뒤 엡스타인의 검은색 헬리콥터 중 하나를 타고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으로 이동했다. 엡스타인은 손님 접대를 좋아했으며, 이전에 한 번도 물속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호킹 교수를 위해 바다 밑 투어를 제공하도록 잠수함을 개조하는 비용을 지불했다고 한다. 한 전직 직원은 이곳을 "아무도 돈을 내지 않는 5성급 호텔 같았다"고 묘사한다.

캐시 알렉산더는 앤드루 왕자를 가장 정중한 방문객 중 한 명으로 기억하며 "매우 재미있고 까다롭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느 날 그는 해변에서 돌아와 "매우 유쾌한" 모습이었다. 그의 동반자 중 한 명이 성게를 밟았고 그는 그녀의 발에 소변을 누어 치료했다. 알렉산더는 왕자가 자신에게 350달러(약 50만3580원)의 팁을 건넸는데, 이는 "다른 손님들은 그렇지 않았기에 예상치 못했다"고 회상했다.

수년에 걸쳐 여러 유명 인사들이 엡스타인과 공개적으로 연결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섬 방문객으로 추정될 수 있다. 앤드루 왕자와 빌 클린턴은 2024년 1월 봉인 해제된 엡스타인과 관련된 법적 문서에 언급된 100명 이상의 인물에 포함됐다. 이 파일에는 피해자, 친구, 공범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은 엡스타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엡스타인과 관련된 더 많은 파일을 공개할 예정이며, 팸 본디(Pam Bondi) 미 법무부 장관은 이 내용이 "꽤 역겹다"고 주장했다. 본디는 비행 기록, 이름, 그리고 많은 정보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의 비행 기록, 주소록 및 혐의 등 많은 정보는 이미 법원 서류를 통해 공개되었다.

◇ 충격적인 성착취 및 인신매매 의혹


엡스타인 섬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소송의 주제이지만, 혐의는 충격적이다. 앤드루 왕자의 고발자 버지니아 주프레(Virginia Giuffre)가 제기한 소송에 따르면,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은 전 세계적인 그루밍(grooming) 조직의 중심지였다. 엡스타인을 위해 일하는 모집책들은 학대와 조작에 취약한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삼고, 그들의 희망과 두려움을 이용하고 "막대한 재산과 권력의 과시"로 그들을 현혹한 뒤, 위협과 협박으로 통제하며 고객들과 성관계를 맺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소송은 이 섬을 성매매 피해자들을 런던, 파리, 탕헤르(Tangier), 그라나다(Granada, Spain), 세인트루이스(St Louis), 팜비치(Palm Beach), 애틀랜틱 시티(Atlantic City) 등으로 실어 나르는 전 세계적인 개인 비행 네트워크의 한 단계에 불과하다고 묘사했다.

주프레는 17세 때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에서 앤드루 왕자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왕자는 이를 '명백히' 부인했다. 2022년, 그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비공개 금액으로 소송을 합의했다. 주프레는 2025년 4월 26일 토요일 호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는 41세였다.

앤드루 왕자는 2025년 1월 영국 법원 문서에 공개된 이메일들이 그가 이전에 인정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엡스타인과 연락했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면서 다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런던 법원에 제출된 앤드루와 엡스타인 간의 이메일들은 그들이 최소한 2011년 2월 말까지 메시지를 주고받았음을 보여주며, 공작은 "계속 긴밀히 연락하고 곧 더 놀자"고 썼다.

버진아일랜드 법무장관실은 주프레 소송에서 제기된 주장들을 되풀이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엡스타인 기업은 미성년자 소녀들과 젊은 여성들을 버진아일랜드로 수송했으며, 그들은 헬리콥터나 개인 선박을 통해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으로 옮겨져 기만적으로 성적 노예 상태에 놓였고, 성행위를 강요받았으며 상업적 성행위와 강제 노동을 강요받았다."

"그의 불법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엡스타인은 복수의 피고 및 기타 (회사 및 개인 모두)와 관계를 형성했는데, 이들은 엡스타인의 재정적 및 기타 혜택, 성적 서비스 및 피해자들로부터의 강제 노동의 대가로 엡스타인의 범죄 활동에 참여, 조장 및 은폐할 의향이 있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12세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고소장은 또한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이 피해자들을 위한 감옥 역할을 했으며, 엡스타인이 외부와의 모든 통신을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한 15세 소녀가 수영으로 탈출하려 했지만, 엡스타인이 수색대를 조직하여 그녀를 재포획하고 여권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데니스 조지(Denise George) 법무장관은 2020년에 "기억하라, 그는 섬 전체를 소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아이나 젊은 여성이 단순히 도망쳐 가장 가까운 경찰서로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 의혹자는 CBS 뉴스에 세인트 토머스에 있는 엡스타인의 사무실에서 강간당했으며, 그가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 침대 기둥에 총을 묶어 두었다고 말했다. 고소장은 엡스타인이 버진아일랜드 또는 그 근처에 있는 미성년자 소녀들의 컴퓨터화된 명단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을 섬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 왜 당국은 속수무책이었나


당국은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 조사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성범죄자로서 엡스타인은 매년 재등록해야 했고, 2018년 공무원들은 그의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섬을 방문하려 했다. 하지만 법무장관 고소장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부두에서 공무원들의 진입을 거부하며 그곳이 그의 '현관문'이라고 주장했고, 세인트 토머스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직원들에게 법 집행 기관과 이야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모든 문의를 엡스타인에게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비밀 유지 계약서에 서명하게 했다.

고소장은 "자신의 개인 섬과 전용기 및 헬리콥터로 피해자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성범죄자를 감시하는 것은 독특한 어려움을 초래했으며, 엡스타인 기업이 감시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과 그레이트 세인트 제임스 섬은 산호초와 야생 동식물 때문에 보호 구역이다. 현지 도시 계획 공무원들은 엡스타인이 건축 허가를 초과했다고 의심했으며, 법무장관 고소장은 그가 환경 규정 위반으로 수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지만, 그러한 금액은 엡스타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사실 고소장은 엡스타인의 그레이트 세인트 제임스 섬 매입이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에서 벌어지는 일을 숨기기 위한 술책이었다고 주장했다. 참여자들은 엡스타인 기업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활동이나 방문객을 볼 수 있는 기지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섬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엡스타인은 자신의 행동을 숨기고, 법 집행 기관이나 대중에게 탐지되지 않도록 하며, 그의 범죄 사업을 계속하고 은폐할 수 있도록 이러한 부동산을 매입했다."

◇ '범죄 기업'의 금융 네트워크 의혹


2022년 12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는 뉴욕 연방 법원에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월스트리트 은행이 엡스타인이 취약한 여성과 소녀들을 그의 두 외딴 섬에서 '성적 노예'로 인신매매하는 데 공모했다는 주장이다.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법무장관은 JP모건이 엡스타인이 조력자 네트워크와 피해자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수단'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엡스타인이 아동 성범죄자로 '위험 신호'가 표시된 후에도 JP모건 계좌에서 연간 75만 달러(약 10억7910만 원)까지 현금을 인출했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이 혐의를 부인하고 엡스타인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고위 공무원들에게 돌리려 했다. 그들의 변호인들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가 그의 재산으로 이익을 취하면서 그를 책임으로부터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2023년 초,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는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테슬라(Tesla) CEO이자 트위터(Twitter)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Elon Musk), 구글(Google)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등 은행 고위 임원 및 관련 인사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기 시작했다. 이들 중 누구도 엡스타인의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시사점은 없다. 다이먼 CEO는 2023년 5월 증언에서 2019년 엡스타인 체포 이후에야 그의 소식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전 비서의 이메일 내용과 달리 엡스타인을 만난 적도, 알지도 못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2023년 5월 법원 서류에서 JP모건은 섬과 고위 공무원들이 엡스타인이 범죄를 저지르도록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은행 변호인들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고위 공무원들이 엡스타인에게 매수되었고, "그의 재산으로 이익을 취하면서" 그와 적극적으로 협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그는 그들에게 돈, 조언, 영향력, 호의를 베풀었다. 그 대가로 그들은 그를 보호하고 심지어 보상했다"고 썼다. JP모건은 또한 엡스타인이 나중에 그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공무원의 정치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23년 9월, 재판 직전 JP모건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7500만 달러(약 1079억1000만 원)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은행은 성명에서 버진아일랜드 자선 단체 및 인신매매 방지 단체에 5500만 달러(약 791억3400만 원), 섬 영토의 법률 비용으로 2000만 달러(약 287억7600만 원)를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섬의 새로운 주인과 현재의 모습


엡스타인은 2019년 감옥에서 사망했으며, 당국은 자살로 판결했다. 2023년 6월, 혹독한 미국 정부 보고서는 그의 사망으로 이어진 일련의 오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지만, 원래 평가를 재확인했다. 그 후 약 2년 동안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과 그레이트 세인트 제임스 섬의 운명은 불확실한 상태에 있었다.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정부가 판사에게 엡스타인의 옛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줄 것을 요청한 후였다.

억만장자의 유산 관리인은 이 요청에 맞서 싸웠고, 그의 자산을 성폭행 피해자들을 위한 구호 기금 마련에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며, 정부에 그의 두 섬을 동결 해제하여 팔 수 있도록 요청했다. 조지 법무장관은 유산 관리인들이 유산을 잘못 관리하고 "변호사, 조경, 헬리콥터 비용에 돈을 지불했지만 보상 기금에 참여하기 위해 나선 용감한 여성들에게는 지불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반격했다. 그러나 2022년 11월, 버진아일랜드는 엡스타인 유산과 합의에 도달했다. 유산은 정부에 1억500만 달러(약 1510억7400만 원)와 최종 섬 매각 대금의 절반, 그리고 환경 피해 복구에 45만 달러(약 6억4746만 원)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 당국은 엡스타인이 노예 시대부터의 옛 식민지 구조물 유적을 제거했다고 밝했다.

매각 절차가 명확해지면서, 투자자 스티븐 데코프(Stephen Deckoff)는 2023년 5월 3일 두 섬을 6000만 달러(약 863억2800만 원)에 매입하고 2025년 말까지 25개 객실 규모의 호화 리조트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이 금액은 원래 호가였던 1억2500만 달러(약 1798억500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현재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은 기이한 관광객, 어반 익스플로러,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핫스팟이 됐다. 방문을 시도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행객들이 섬에 대해 자주 묻고, 일부 현지 보트 운영자들은 이를 관광 코스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2021년 11월, 구글은 섬 구글 지도 목록의 불쾌한 장난 리뷰들을 인디펜던트가 문제를 제기한 후 삭제했다. 세인트 토머스의 택시 운전사 버논 모건(Vernon Morgan)은 AP 통신에 사람들이 섬을 그냥 내버려 두기를 바란다며 "이것이 버진아일랜드에 어떤 종류의 악명을 가져왔다. 우리는 버진아일랜드가 다른 시각으로 보여지기를 훨씬 더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