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LG에너지솔루션, 인도네시아 84억5000만 달러 전기차 배터리 투자 철회

글로벌이코노믹

LG에너지솔루션, 인도네시아 84억5000만 달러 전기차 배터리 투자 철회

정책 불확실성·시장 경쟁 심화 이슈 제기
LG에너지솔루션의 로고는 2021년 12월 4일에 촬영된 이 그림에 표시된 웹 사이트 앞의 스마트폰에 그려져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LG에너지솔루션의 로고는 2021년 12월 4일에 촬영된 이 그림에 표시된 웹 사이트 앞의 스마트폰에 그려져 있다. 사진=로이터
한국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하던 84억5000만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 계획을 철회했다.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27(현지 시각) 세계 3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1"시장 상황과 투자 환경"을 이유로 202012월 인도네시아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른 니켈 광산 개발, 제련소와 배터리 셀 공장 건설 계획 중단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보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철회 이면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느린 의사결정 과정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 분석가 파비 투미와는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공적 책임과 투명성 차원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어떤 근거로 중국 기업 저장화유코발트(Zhejiang Huayou Cobalt)를 새 사업자로 선정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이 철수한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 바흘릴 라하달리아는 지난 23"중국의 저장화유코발트를 새로운 주도 기업으로 선정해 개발과 생산이 계획대로 계속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를 세계 전기차 생산기지로 만들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로산 로슬라니 투자부 장관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년간의 협상 교착 상태 끝에 지난 1월 31일 LG와 파트너십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수입차 관세 면제 정책으로 현대차 판매 부진, 중국 BYD 시장 장악

경제학자 드라자드 위보워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파트너들이 5년 전 한국 자동차 제조사 현대자동차가 2022년 니켈 기반 배터리를 사용하는 아이오닉 전기차를 현지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초 갑작스레 수입 전기차에 대해 2년간 관세를 면제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BYD를 비롯한 다른 전기차 브랜드가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 현지 조립 공장에 투자한 다른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제조업체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인도네시아의 전기차는 전체 신차 판매량 7만892대 중 12.46%를 차지했다. BYD가 54%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고, 다른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우링(13.6%)과 체리(11.2%)가 그 뒤를 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3%에 불과해 5대 판매 브랜드에 들지 못했다.

드라자드는 "동일한 사양으로 아이오닉 자동차의 가격은 이곳의 BYD 자동차보다 약 50~60% 비싸다"고 지적하면서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또한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의 느린 의사결정 과정을 투자 철회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러한 경영의 우유부단함은 국영기업 경영진이 통상적인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로 기소되어 사기, 재무 관리 부실 또는 권력 남용으로 처벌받은 이전 사례에서 비롯됐다. 관련 법은 지난 2월에야 개정되어 "선의와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여 내린 결정"에 대한 이사의 개인적 책임을 면제했다.

반둥 공과대학의 알리 아샤트 분석가는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국가 감사에서는 과거의 손실만 보는 단기적 관점이 지배적"이라면서 "국영기업 경영진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때 장기적으로 더 커질 수 있는 기회 손실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의 철수 발표에 이어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도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프로젝트를 축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비즈니스닷컴은 지난 23일 CATL이 계획된 60억 달러(약 8조6000억원) 투자의 절반 이상을 삭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투자부 투자촉진부 차관 누룰 이촨은 비즈니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와 CATL이 중국 기업의 투자금 회수 기간을 고려해 자금 조달 조정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 "최근 상황은 세계 전기차 수요가 예상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