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프로슘 수출 제한에 美자동차업계 "5월말 재고 소진" 위기감

디스프로슘은 원자번호 66번의 은색 금속 광택을 가진 희토류 광물로, 전기차 모터의 핵심 부품인 영구자석 제작에 필수적이다. 세계 정제 디스프로슘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며, 전기차 모터뿐 아니라 의료장비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새로운 수출 규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희토류 광물 수출 허가를 신청해야 하며, 이로 인해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고위 임원은 "자석 없이는 모터를 만들 수 없다"며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이 지속되려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전기차 생산 차질 현실화 우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희토류 자석 사용 허가를 받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은 이 자석들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원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머스크는 자석 부족으로 텍사스 오스틴 공장의 옵티머스 로봇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 데이터와 모터 인텔리전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약 90만 대의 전기차가 생산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5월 말까지만 버틸 수 있는 자석과 희토류 광물을 확보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산업 분석가 네하 무케르지는 "자석에 사용되는 또 다른 희토류 광물인 테르븀의 가격이 이달에만 25%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 미국의 희토류 자립 한계 뚜렷
워싱턴 D.C.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그라셀린 바스카란 소장은 "희토류는 인공위성, 제트 전투기부터 CT 스캐너, 스마트폰 스피커까지 현대 기술의 필수 구성요소"라며 "희토류의 주요 용도는 영구 자석"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현재 디스프로슘이 사용된 부품을 찾기 위해 제품 카탈로그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한 자동차 공급망 관리자는 "대시보드 스크린, 브레이크, 변속기, 앞유리 와이퍼, 일부 헤드라이트는 물론 안전벨트 버클에도 자석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물 채굴의 61.1%, 정제의 92.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광물 채굴의 8.3%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희토류 자립에는 두 가지 큰 장벽이 있다. 첫째, 현재 미국 내 대규모 디스프로슘 광산은 캘리포니아에 단 하나뿐이며, 가공 시설은 이제 막 가동을 시작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는 데는 평균 29년이 소요된다.
둘째, 경제성 문제다. 무케르지는 "중국 광산은 광석에서 산화물까지 생산하는 데 킬로그램당 11~15달러가 드는 반면, 브라질에서는 35~40달러가 필요하다"며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바스카란 소장은 "정제 공정의 핵심 기술은 중국 기업들만이 보유하고 있다"며 "허가 문제, 기술적 노하우, 비용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검토 중인 대안으로는 테슬라가 과거 모델 S 초기 버전에 사용했던 전자석 기술이 있다. 그러나 테슬라가 이 기술을 포기한 이유는 희토류 자석이 더 효율적이어서 한 번 충전으로 더 많은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 이번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해온 현대 자동차산업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도리어 미국 제조업의 구조적 취약점을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