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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15GW 급작스런 전력 상실로 국토 절반 마비...비상사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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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15GW 급작스런 전력 상실로 국토 절반 마비...비상사태 선포

재생 에너지 발전 선진국, 11시간 이상 대규모 정전으로 혼란
스페인에 월요일 광범위한 정전으로 대중 교통이 마비되고 큰 교통 체증이 발생하며 항공기 항공편이 지연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인에 월요일 광범위한 정전으로 대중 교통이 마비되고 큰 교통 체증이 발생하며 항공기 항공편이 지연되었다. 사진=로이터
스페인 정부가 갑작스러운 대규모 정전으로 교통망이 마비되고 통신이 중단되는 사태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 28(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원인 불명의 정전 사태로 많은 지역이 전력 공급 없이 밤을 보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 28"현지시간 오전 1233분에 시스템에서 15GW의 발전량이 단 5초 만에 갑자기 손실됐다""이는 당시 국가 전력 수요의 약 60%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전에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라고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현지시간 오후 11시 기준으로 전력망이 붕괴된 지 11시간이 지났지만 국토의 절반만 복구됐다고 전했다. 그는 "전기를 완전히 복구하기 전에 중요한 시간을 더 겪게 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하고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할 것을 당부했다.

◇ 철도·항공 마비, 병원은 비상 발전기로 운영


이번 정전으로 철도망이 멈추고 항공편이 지연되며 신호등이 작동을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다. 산체스 총리에 따르면, 멈춰선 100여 대의 열차에서 약 35000명의 승객이 구조됐지만, 11시간이 넘게 지난 후에도 11대의 열차에 승객들이 여전히 발이 묶여 있었다.

스페인 교통 당국은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운전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으며, 정부는 중장거리 철도 운행이 하루 종일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지하철역이 대피하고 상점, 식당, 사무실이 문을 닫으면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동통신망도 초기에 타격을 입었다. 현지 언론은 일부 병원이 비상발전기를 가동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드리드와 리스본 공항에서는 수백 편의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마드리드 공항과 스페인 전역의 45개 공항을 운영하는 아에나(Aena)는 비상전원 공급 장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전력망 "강력한 진동"으로 유럽 대륙과 단절


스페인 전력망 운영사인 레드 엘레트리카(Red Eléctrica)의 서비스 담당 이사 에두아르도 프리에토는 "전력망에 발생한 매우 강력한 진동으로 인해 스페인 전력망이 유럽 대륙의 다른 지역과 단절되어 시스템이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레드 엘레트리카는 현지시간 오후 1030분 현재 전력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충족하고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프랑스의 전력 공급 덕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변전소의 3분의 2가 가동 중이며 전력 공급을 정상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정부는 비상사태를 요청한 지역에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지시간 저녁까지 수도 마드리드, 무르시아, 안달루시아, 엑스트레마두라 지역이 지원 요청에 포함됐다.

런던정경대(LSE)의 환경경제학 조교수인 스티븐 자비스는 "날씨 조건이 특별히 이상하지 않았으며 전력 수요와 공급 불일치로 인한 시스템 고장이 더 가능성이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데이터 전문업체 몬텔(Montel)의 필 휴이트 이사는 "스페인의 풍력과 태양광 이용률이 높고 이웃 국가들과의 전력망 연결이 제한적이어서 스페인 당국이 이번 정전에서 발생한 전력 변동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풍력과 태양광으로 전체 전력의 43%를 공급받는 재생에너지 선진국이지만, 전력망과 저장 시설은 재생 에너지의 급속한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스페인은 프랑스와의 미약한 전력망 연결로 인해 오랫동안 "에너지 섬"이라는 한계를 지적받아 왔다.

한편, 마드리드 지역 정부의 보수당 수장인 이사벨 디아즈 아유소는 중앙정부에 "필요시 군 병력을 동원해 사회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비상 계획을 가동할 것을 촉구했다. 야당인 인민당의 대표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주는 산체스 정부의 정보 제공 지연을 비판하며 "국민은 시의적절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