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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딜레마, 미국산 아이폰 가격 3500달러 육박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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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딜레마, 미국산 아이폰 가격 3500달러 육박 전망

트럼프의 국내 제조 요구, 복잡한 전자기기 공급망 이전 난제...인도·베트남 등 제3국 생산 확대로 대응 모색
23일 프랑스 파리 애플 스토어의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3일 프랑스 파리 애플 스토어의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행정부가 애플에 아이폰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제품 가격만 크게 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8(현지시각) "트럼프가 미국에서 아이폰을 만들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아이폰의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구조를 상세히 설명하며 미국 내 생산 전환의 어려움을 짚었다.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문을 연 스마트폰 공장은 2013년 모토로라가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설립했으나, 1년 만에 높은 생산 비용과 판매 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작은 나사들을 끼워 넣었던 수백만 명의 인력을 기억하는가? 그런 일자리가 미국으로 올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공급망 전문가들은 미국 생산 시 아이폰 가격이 현재보다 크게 올라 3500달러(5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2700개 부품의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 내 생산 가로막아


애플의 최신 아이폰 모델은 약 2700개의 서로 다른 부품으로 구성된 정교한 제품으로, 애플은 28개국 187개 협력업체를 통해 이를 조달하고 있다. 국제데이터공사(IDC)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 부품은 5% 미만에 불과하며, 여기에는 유리 케이스, 페이스 ID용 레이저, 프로세서와 5G 모뎀이 포함된 일부 칩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부품은 중국에서 생산되며, 첨단 핵심 부품은 대만, 한국, 일본에서 제조된다.

산타클라라 대학 리비 경영대학원 앤디 차이(Andy Tsay) 정보시스템 교수는 "초기에는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기업들이 중국으로 갔지만, 이제 중국이 빠르고 유연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 단순히 낮은 인건비를 넘어선 이유로 중국에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 아이폰의 약 85%는 중국에서 조립되고 나머지는 인도에서 생산된다. 애플이 거래하는 187개 공급업체 중 중국에 진출하지 않은 곳은 단 30개에 불과하다는 점이 현지 의존도를 잘 보여준다.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의 웨인 램(Wayne Lam) 애널리스트는 "아이폰의 금속 프레임은 정밀 기계작업이 필요한 알루미늄 블록에서 가공되는데, 이 과정은 중국 공급업체들이 수년간 축적해온 기계들의 '군대'에 의존하고 있다""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으로 옮긴다면 중국 생태계의 규모에 필적할 CNC 기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인도·베트남·브라질로 생산 거점 다변화 추진


전문가들은 애플이 미국 행정부의 압력에 대응해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인도, 베트남, 브라질 등으로 점진적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공동 설립자인 닐 샤(Neil Shah)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아이폰 제조 전략은 지리적 이점, 정부 지원책, 생산 비용, 그리고 현지 수요가 좋은 국가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면서 "인도는 정부 지원과 함께 중국보다 낮은 비용, 영어에 능통한 소프트웨어 인력, 그리고 거대한 소비자 시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아이폰 생산량의 약 16%가 인도에서 조립됐으며, 올해는 그 비율이 2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애플은 빠르면 내년에 미국 판매용 아이폰 전량을 인도에서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상호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테크인사이트는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 17의 가격이 10~30% 인상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애플이 인도 생산 확대, 공급업체와의 비용 분담, 저사양 모델 중단 등을 통해 중기적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타클라라대 차이 교수는 "4년마다 정책이 뒤바뀔 수 있는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기업의 장기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개인과 기업이 투자할 때는 더 긴 안목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의 불확실성은 이를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모토로라 시절 미국 스마트폰 공장을 건설했던 마크 랜달(Mark Randall) 전 수석 부사장은 "미국에서의 전자제품 제조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미국은 특히 기계 툴링 엔지니어가 심각하게 부족한데, 전자제품 제조를 미국으로 대규모 이전하려면 수만 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