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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루스벨트 첫 100일 비교, '행정명령 140건' vs '법률 16건' 차이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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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루스벨트 첫 100일 비교, '행정명령 140건' vs '법률 16건' 차이 뚜렷

루스벨트 의회 협력 통한 법적 기반 마련, 트럼프는 일방적 행정조치에 의존
취임 100일을 맞아 행정명령에 의존하는 트러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 27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나 찰스 영국 국왕의 편지를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취임 100일을 맞아 행정명령에 의존하는 트러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 27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나 찰스 영국 국왕의 편지를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자신을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에 빗대고 있지만, 두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은 근본적 차이를 보인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루스벨트 대통령의 첫 100일 국정 운영을 비교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약 140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일방적 통치에 의존하는 반면, 루스벨트 대통령은 의회와의 협력을 통해 16건의 주요 법안을 통과시켰다.

"루스벨트는 입법에서 헌법적 정당성을 만들어내고, 법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법안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다"고 역사학자이자 'FDR: 첫 100일'의 저자인 앤서니 베저는 말했다. "그는 행정명령으로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100일 동안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고,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포함한 기관을 폐쇄했으며,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에게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다양성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대학, 법률사무소, 기업에 변화를 강요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수백 개의 공약을 이행했고, 이미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선거 목표인 국경 안보 강화와 물가 안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워싱턴포스트-ABC뉴스-입소스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39%에 그치고 있으며, 55%가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또한, 대다수 유권자들은 그의 이민 및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가적 위기 상황과 대중적 지지 기반의 차이


루스벨트와 트럼프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두 대통령이 직면한 국가적 상황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이라는 전례 없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취임했다. 당시 미국인의 약 25%가 실업 상태였고, 은행 제도가 붕괴되어 약 7000건의 은행 파산이 발생했으며, 물가는 25%나 폭락했다.

"당시 미국은 곳곳에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고 마리스트 대학의 역사학 교수이자 루스벨트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데이비드 울너는 말했다. "웨스트버지니아 같은 지역에서는 굶어 죽을 가능성도 있었으며, 조지아주는 더 이상 급여를 지급할 수 없어 모든 교사를 해고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했을 때 미국 경제는 물가 상승 문제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실업률은 4%였고, 경제는 1월에만 14만3000개의 일자리를 추가했다.

올해 통과된 법안 중 유일하게 의미 있는 법안은 절도 관련 범죄 혐의로 기소된 서류 미비 이민자의 구금을 허용하는 레이크 라일리 법안(Laken Riley Act)이다. 반면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에는 국가산업부흥법(National Industrial Recovery Act)과 같은 기념비적인 법안이 제정되어 두 개의 새로운 주요 기관을 신설하고 노조의 권리와 기업 경쟁에 관한 영속적인 규칙을 수립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브루킹스 연구소의 대통령 학자 일레인 카마크는 "루스벨트는 그의 남은 세기 동안, 그리고 이번 세기까지 지속될 정책들을 확립했다"며 "트럼프의 200여 개 행정명령 중 어느 것도 그의 임기 이후에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루스벨트를 언급하며, 때로는 모델로, 때로는 루스벨트의 뉴딜 연합을 해체하는 자신의 역할을 강조한다. 지난 2월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회동에서 트럼프는 "우리는 거의 100년 동안 미국 정치를 지배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뉴딜 연합을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적 다수파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대통령의 선거 결과도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루스벨트는 1932년 대선에서 유권자의 57%를 얻어 허버트 후버 당시 대통령의 40%를 크게 앞섰고, 의회에서도 상원 59대 36, 하원 310대 117로 민주당에 압도적 다수를 안겨주었다. 반면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일반투표의 50%에 약간 못 미쳐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1.5% 차이로 이겼으며, 공화당은 상하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을 차지했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의 역사학자이자 '계급의 배신자: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의 특권적 삶과 급진적 대통령직'의 저자인 H.W. 브랜즈는 "루스벨트는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막으려는 '경제적 왕당파'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매우 능숙했다"며 "그는 '월가의 뚱뚱한 고양이들'을 비판하는 데 탁월했다"고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대통령 역사학자 테비 트로이는 "루스벨트 이후 모든 행정부는 '첫 100일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압박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와 루스벨트 모두 취임 초기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실체와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고 진단했다. 루스벨트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의회와 협력하며 법적 체계를 구축했고, 트럼프는 분열된 정치 환경 속에서 일방적 행정 조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