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AI 혁명 이끈 올트먼과 나델라, 동맹 '삐걱'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AI 혁명 이끈 올트먼과 나델라, 동맹 '삐걱'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컴퓨팅 파워· AGI 목표 등 이견 속 긴장 고조
나델라, 코파일럿 강화 및 경쟁자 영입…각자도생 모색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함께 열며 강력한 동맹을 과시했던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 간 관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함께 열며 강력한 동맹을 과시했던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 간 관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함께 열며 밀월 관계를 과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CEO 관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때 올트먼이 '기술 분야 최고의 파트너십'이라고 극찬했던 양사의 실리콘밸리 동맹이 흔들리는 분위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6년간 오픈AI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지원했다. 오픈AI의 챗GPT는 주간 사용자 5억 명 이상을 확보하며 AI 대중화를 이끌었다. 오픈AI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첨단 생성형 AI 도구에 힘을 실어주며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를 세 배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두 회사의 관계는 최근 들어 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두 CEO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제공하는 컴퓨팅 파워,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제공하는 모델 접근 권한 그리고 오픈AI의 AI 시스템이 곧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점점 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또한 챗GPT의 경쟁 서비스인 코파일럿의 판매와 사용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지난해에는 올트먼의 경쟁자를 영입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AI 의존도를 낮출 독자 모델 구축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시작했다.
양사는 각자의 독립적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AI 경쟁의 중요한 시점에서 서로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영리 기업 전환 노력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올해 말까지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픈AI는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현재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러한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반면 오픈AI 이사회는 계약상 조항을 발동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첨단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오픈AI 관계자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이 조항 발동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다.

◇ 우연한 만남과 초고속 동맹


나델라와 올트먼의 파트너십은 2018년 여름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연례 콘퍼런스 중 계단에서 우연히 마주치면서 싹텄다. 올트먼은 3년 전 인간을 능가하는 AI, 즉 인공일반지능(AGI) 개발을 목표로 오픈AI를 비영리 연구소로 공동 설립한 상태였다. 올트먼은 2023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만남에 대해 "스타트업인 오픈AI가 막대한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나델라에게 말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이후 연락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이 만남 1년 뒤인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0억 달러(약 1조4385억원)를 투자했다. 이 투자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기술에 대한 독점적 접근권을 확보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독점 클라우드 공급업체가 되었다. 그리고 2022년 11월, 오픈AI는 챗GPT를 선보이며 생성형 AI 붐을 일으킨 첫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챗GPT의 강력한 능력은 알파벳과 메타 같은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제품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만들었다.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노쇠한 기술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대 AI 붐의 선두 주자로, 잠시나마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관계가 가장 돈독했을 때는 나델라가 올트먼에게 연달아 대여섯 통의 문자를 보내고 올트먼 역시 즉시 답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직원들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는 올트먼이 나델라와의 대화 스크린샷을 오픈AI의 슬랙에 직접 올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도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한다.

◇ 관계 균열과 나델라의 '보험'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초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4조3870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이 계약으로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새로운 모델 학습에 필요한 자금력을 확보했다. 같은 해 말, 올트먼이 이사회 결정에 따라 오픈AI에서 잠시 해임되었을 때 나델라는 그를 마이크로소프트로 영입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픈AI 내부에서는 이 사건을 '블립(blip·일시적인 작은 문제)'이라고 불렀다. 나델라에게는 올트먼과 오픈AI에 대한 대비책, 즉 보험 정책이 필요하다는 신호탄이 되었다. 올트먼이 알지 못하는 사이, 나델라는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무스타파 술레이만 영입에 공을 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2024년 초 스위스 다보스 회동 등 여러 차례 만나 그를 설득했다. 당시 다보스에서 나델라는 올트먼과 함께 패널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타트업 인플렉션 소속이었던 술레이만과 그의 동료들을 영입하기 위해 6억5000만 달러(약 9351억원)를 지불했다. 술레이만은 당시 오픈AI의 가장 진보된 공개 기술인 GPT-4와 경쟁할 만한 대규모 언어 모델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고 이 프로젝트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초기 학습 과정에서 오픈AI 모델과 유사한 수준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대한 의존도를 연장하게 되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말했다.

지식재산권 공유를 논의하는 한 회의에서는 술레이만이 당시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미라 무라티를 포함한 오픈AI 고위 임원들 앞에서 오픈AI 변호사들에게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고 사건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밝혔다. 술레이만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 인간 닮은 AI 두고 이견 충돌


양사 관계의 주요 긴장 영역 중 하나는 오픈AI의 인간과 유사한 지능 모델 개발이다. 양사 계약에 따르면 오픈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경우, 오픈AI 이사회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를 변경할 권한을 갖는다. 올트먼은 자신의 팀이 곧 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비공개 협상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측 협상가들은 오픈AI의 현재 기술이 그러한 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나델라 역시 지난 2월 한 인기 팟캐스트에서 그러한 일정표 선언을 "터무니없는 벤치마크 해킹"이라고 일축하며 평가절하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나델라의 이러한 발언에 오픈AI 임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더 많은 컴퓨팅 파워와 최고 성능의 칩 접근을 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으며 독점 제한도 완화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여름 오픈AI가 코드명 스트로베리(Strawberry)였던 강력한 새로운 추론 모델의 코드를 넘겨주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자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고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오픈AI 측은 모델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추가 시간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 각자 다른 미래 준비


최근 들어 올트먼과 나델라는 문자를 통한 소통이 줄었다. 주로 예정된 주간 통화를 통해 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협상 중이었으나, 올트먼이 잠시 축출된 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를 보류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지난 1월 올트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오라클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과 함께 백악관 연단에 서서 소프트뱅크와 오라클이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에 최대 5000억 달러(약 719조55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 세계경제포럼 참석차 다보스에 있던 나델라와 올트먼이 추진하려 했던 구상과 매우 흡사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