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CI 및 육상 시설 패키지 입찰 진행
이란 영유권 분쟁 여전… 지정학 리스크 상존
이란 영유권 분쟁 여전… 지정학 리스크 상존

지난 28일(현지시각) 업스트림 온라인의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와 쿠웨이트는 도라, 이란은 아라시라고 부르며 오랜 기간 영유권 분쟁 대상이 되어온 이 가스전 개발을 위해 최소 3건의 해상 EPCI(설계·조달·건설·설치) 계약과 1건의 육상 가공 시설 계약 등 주요 입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는 천연가스 약 20조 입방피트, 원유 약 3억 1000만 배럴의 매장량과 하루 10억 입방피트의 가스, 하루 8만 4000 배럴의 콘덴세이트 생산이 예상된다.
프로젝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걸프 오퍼레이션(AGOC)과 쿠웨이트 석유공사(KPC)가 50대 50으로 합작한 운영사인 알-카프지 조인트 오퍼레이션(Al-Khafji Joint Operations)이 핵심 계약 입찰을 발주,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알-카프지는 도라 가스전의 탐사부터 개발, 생산, 운영까지 총괄한다.
입찰에 참여한 주요 국제 EPCI 업체로는 맥더못(McDermott, 미국), 사이펨(Saipem, 이탈리아), 테크닙 에너지(Technip Energies, 프랑스), 보스칼리스(Boskalis, 네덜란드), 사푸라 에너지(Sapura Energy, 말레이시아), 램프렐(Lamprell, 영국/UAE), NMDC 에너지(NMDC Energy, 아랍에미리트), 라슨 앤 투브로(Larsen & Toubro, 인도), 오프쇼어 오일 엔지니어링 컴퍼니(Offshore Oil Engineering Company) 등이 거론된다. 다른 아시아 및 유럽 기업들도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현지화 정책에 따라 일부 패키지는 중동 로컬 업체와의 합작이 필수적이다.
한 소식통은 "도라 프로젝트의 EPCI 계약 패키지는 매우 경쟁적이며, 몇몇 주요 플레이어들이 최종 계약을 따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 이란 영유권 분쟁 격화…개발 최대 변수
도라 가스전은 페르시아만 북서부, 사우디와 쿠웨이트의 중립지대 해상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1922년 우카이르 협정 이후 두 나라가 공유하는 중립지대로 설정됐다. 이란은 도라 가스전의 약 40%가 자국 영해(자국 명칭 '아라시')에 속한다고 주장해 오며, 이로 인해 1960년대부터 세 나라 간 영유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해당 지역 중 자국 몫이라고 주장하는 아라시 가스전에 대한 권리를 내세우며 세 나라가 참여하는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분쟁은 1970년대부터 개발 논의가 있었으나 분쟁으로 지연되다 2022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가 도라 가스전 공동 개발 협정에 서명하며 더욱 격화됐다. 이란은 사우디-쿠웨이트 단독 개발이 국제해양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국제해양법재판소(ICJ) 제소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사우디와 쿠웨이트는 이란과의 해상 국경이 명확히 획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란의 개발 참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은 국경 획정 협상이 완료된 후 이란의 참여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2024년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 총 사업비 100억 달러 이상…개발 일정 및 리스크는?
도라 가스전 개발은 크게 해상 패키지와 육상 패키지로 나뉜다. 해상 패키지는 3건 이상으로 △생산 플랫폼(Topside) 및 재킷(Jacket) 설치 △가스 압축 및 처리 플랫폼 △보조 및 통신 플랫폼 설치가 포함된다. 해저 파이프라인은 도라 해상 플랫폼과 쿠웨이트 미나 알 아흐마디 또는 사우디 쥬베일 인근에 건설될 육상 가스 처리 플랜트를 연결하며 길이는 60~100km가 예상된다. 육상 가스 처리 플랜트 건설은 별도의 1건의 패키지로 발주된다. 기술적으로는 수심 30~40m 해역에 설치되는 구조물과 CO₂ 포집·저장(CCS), 플레어링 최소화 등 친환경 설비, 그리고 원격 모니터링, 자동화 시스템, 사이버 보안 강화 등 최신 디지털 기술 도입이 특징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사우디 아람코와 KPC는 도라 가스전 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양국의 에너지 안보 및 경제적 목표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란과의 분쟁 관리, 페르시아만 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 등 지역 안보 리스크, 이란 관련 국제 제재 및 투자 리스크,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