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對중국 압박 속 그리스 선주들 한국으로 발길
척당 8600만불 수준 예상... 올해 두 번째 대형 발주
척당 8600만불 수준 예상... 올해 두 번째 대형 발주

최근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Evangelos Marinakis)의 캐피탈 그룹(Capital Group), 안나 안젤리쿠시스(Anna Angelicoussis)의 판테온 탱커스(Pantheon Tankers), 니코스 P. 차코스(Nikos P Tsakos)의 차코스 에너지 내비게이션(Tsakos Energy Navigation) 등 그리스 주요 선사들이 잇달아 한국 조선소에 대규모 발주를 넣으며 '탈(脫)중국' 행렬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선박 중개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크리톤 렌두디스(Kriton Lendoudis) 에발렌드 쉬핑 회장이 이끄는 이 회사는 HD현대와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건조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척당 선가는 약 8600만 달러(약 1232억 2940만 원) 수준에서 협상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27년 초 인도될 수 있는 조기 슬롯 확보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리비에라를 통해 "에발렌드 쉬핑이 HD현대와 건조의향서(LOI) 체결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이 성사되면 에발렌드 쉬핑은 올해 들어 두 번째 주요 신조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월 HD현대미포에 18,000㎥급 LNG 벙커선 4척을 발주한 바 있다.
◇ 왕성한 에발렌드 쉬핑의 신조·재판매 활동
크리톤 렌두디스 회장은 최근 몇 년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 온 그리스 선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탱커, 가스선, 벌크선 등 다양한 선종에 걸쳐 방대한 규모의 신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에발렌드 쉬핑은 또한 MR 탱커, LPG선 등 여러 선종의 재판매 거래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으며, 종종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고 선박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중 무역 갈등 영향... 韓조선소 집중, 中 가격 공세 가능성도
선박 중개 및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탱커 신조 발주가 한국에 집중되는 현상이 미국 정부의 대중국 선박 투자 비권장 기조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새로운 항만 수수료 부과 등을 통해 중국 선박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선주들이 중국 조선소 발주를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관련 정책이 초기 제안보다는 다소 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되면서 해운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선박 중개인들은 중국 조선소들이 한국 경쟁사보다 더 파격적인 가격 조건을 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BRS 선박 중개(BRS Shipbrokers)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 등급 중국 조선소와 한국·일본 조선소 간의 재래식 연료 수에즈막스급 신조선 가격 격차는 2024년 말 약 500만 달러(약 71억 6450만 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말 800만 달러(약 114억 6320만 원)였던 격차보다 300만 달러(약 42억 9870만 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다른 탱커 선종의 가격 차이는 현재 약 400만 달러(약 57억 3160만 원) 수준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