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한 신분으로 출장길에 오른 만큼 그간 밀려있던 투자와 사업 구상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세계 속의 삼성으로 대한민국 위상을 높였던 브랜드가 최근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다시 혁신의 행보가 기대된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 로봇 등의 분야에서 M&A 등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그간 삼성은 상대적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였다.
2021년 이 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와 2018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후에도 대규모 투자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조만간 대형 투자 계획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75조원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제대로 된 투자를 못 하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너의 사법 리스크로 보수적인 운영을 해온 결과다. 다만, 앞으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 말고도 미래 먹거리 확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장기 해외 출장도 종종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네트워크를 쌓고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동안 이 회장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재판에 출석하느라 상대적으로 해외 출장에 일정 부분 제약을 받아왔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지내며 경영 구상에 몰두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과 달리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다녀온 22일간의 미국 출장이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기간 해외 출장이었다.
이 회장은 앞서 최후진술에서도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고,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는 물론 전 세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벌어지는 이런 일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위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이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내며 대규모 인사나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지난해 말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 등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