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모두 시장 추정치를 웃도는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이런 성과는 AI 수요에 한정된 것으로, 완벽한 회복세를 위해서는 범용 제품 소비 증가와 낸드 사업의 회복이 수반돼야 회복세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매출 상당수를 차지하는 레거시(범용) 제품 판매와 평균판매가격(ASP)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완전 회복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AI 관련 제품이 아닌 PC, 모바일, 일반 서버 등 매스마켓(대량 판매 시장) 수요가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아직 'AI발 훈풍'만큼 해당 분야의 수요 변화폭이 크지 않다.
D램 회복세와 달리 '적자 수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낸드 사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실적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양사의 낸드 사업이 적어도 올 2분기까지는 적자 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은 상승하고 있지만 D램과 견줘 재고 감축 속도와 수요 개선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낸드는 제조사들이 많아 가격 경쟁이 치열한 것도 수요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인수한 솔리다임(인텔 낸드 사업부)을 포함한 낸드 사업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존 점유율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그동안 낸드 사업에서 과감한 투자로 점유율을 확대해 왔지만 시장 성장 지연으로 재무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이에 기존 점유율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이 삼성을 포함한 다른 낸드 업체에도 확산될지 관심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메모리 시장의 43%를 담당하는 낸드는 가격 반등에 기반해 적자폭을 축소하고 있으나 이러한 가격 상승세는 주로 업계의 감산 정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수요 회복이 수반되지 않으면 지속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중 리스크도 국내 반도체 산업에 불안 요소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 제조 장비 등 대중국 수출 통제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보조금을 빌미로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과의 교류는 차단되기 때문에 중국 사업 동력에도 힘이 빠지게 된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