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억만대 생산을 기념해 57년 브랜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다시, 첫걸음: One step further'를 현대차 국내 첫 브랜드 전시관인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개최했다.
전시 공간에는 현대차 최초 조립 생산 모델인 '코티나 마크2'와 포니 수출 20주년을 맞이해 역수입한 첫 고유모델이자 최초의 수출차인 '포니 에콰도르 택시' 실물이 함께 전시돼 현장감을 더해준다. 이와 더불어 초기 현대차 조립 생산 공장 전경부터 에콰도르 최초 수출 스토리를 담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현대차의 시작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2층에서는 '1억 대가 달려온 궤적: 100 million'을 주제로, 현대차가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 스마트 팩토리 및 EV 전용공장을 설립하기까지 생산 제조 기술의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전시장 중간에는 각 시대별로 현대차와 함께한 고객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전시해 현대차와 고객들이 함께 만들어낸 1억 대 달성의 의미를 더했다.
'1억 대의 원동력: One step further'라는 주제를 담은 3층 전시관에서는 현대차가 지금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을 국내 고객에게 익숙한 현대차 대표 라인업 1세대 모델을 통해 살펴본다.
장인정신으로 정교하게 완성한 독자 설계 차량 '쏘나타(Y1)', 생산 자동화 공정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대중의 일상을 함께한 '엘란트라(J1)', 국내 최초 독자 개발 엔진과 독자 디자인을 적용한 국내 최초 2도어 쿠페 '스쿠프'의 개발 과정을 다시금 조명하며, 1억대 달성을 가능하게 했던 개발·생산 현장 엔지니어들의 노력을 한 공간에 담아냈다.
마지막 전시 공간인 4~5층에서는 현대차의 오늘을 이끌는 대표 SUV 및 전동화 라인업의 발전 과정 및 생산 현장 모습을 조명하여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의 의미를 강조한다.
현대차가 뿌리 찾기에 나선 것은 그간 추격자의 입장에서 트랜드를 이끄는 리더로 포지션이 변경되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유수의 완성차 브랜드들이 출시한 신기술을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이 이뤄지고,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하며 현재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현대차가 자동차 업계 기술력을 이끄는 위치에 섰다.
단순히 판매량을 위해 제품을 제작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현대차이기 때문에 믿고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됐다. 같은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더 주고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 때가 됐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고가의 제품이다 보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다양한 요소가 추가된다. 단순히 좋은 제품이기 때문에 구매하는 것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역사와 브랜드의 의미가 함께 담겨야 다음 단계로 발전하고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다. 이에 현대차는 자신들의 색깔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현대차는 트랜드를 읽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추격하며 놓쳤던 것을 찾기 위해 수년전부터 노력하고 있다. 그 방법의 하나가 모터스포츠였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소비하며 모터스포츠 대회에 참가하고 기술력을 과시하는 수고를 해왔다.
반대로 모터스포츠를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가 있을 만큼 자동차 산업에서 모터스포츠가 갖는 의미는 크다. 현재 특별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도 꾸준한 명성을 확보한 브랜드들 역시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F1(Formula 1)의 메르세데스-벤츠와 르노그룹 알핀, 페라리, 애스턴마틴 등이 있고, 미국 나스카(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의 쉐보레, 포드, 토요타 등이 있다. DTM(Deutsche Tourenwagen Masters)의 아우디, 메르세데스-AMG, 포르쉐, BMW,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도 모터스포츠를 통해 브랜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브랜드다.
이에 현대차 역시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참가해 높은 성과를 달성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왔다. 이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로 현대차 제품의 운전재미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과거의 뿌리에 대한 중심 잡기에 노력하는 게 현대차다. 자동차 시작을 알린 벤츠와 대중화를 이끈 포드에 비해서는 부족한 모습도 많아 보이지만 이런 기반에 더해 첨단화와 선진화를 입혀 현대차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노력은 현재 전기차 전환기를 맞이한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차가 선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자유로운 발상을 기반으로 빠른 변화를 추구해 온 현대차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에 고전할 때 과감한 변화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였다.
빠른 변화가 아닌 미리 준비하는 현대차를 추구해 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신념과 함께 단순히 파워트레인을 변경한 전기차가 아닌 전기차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완성했고, 이런 과감한 변화는 완성차 업계에 큰 충격을 선사했다.
기존 플랫폼부터 철저한 변화를 거쳐 전기차라는 새로운 자동차를 완성해 냈다. 이런 기술력은 변방의 특이점 없던 현대차가 전기차 전환기 없어서 안 될 중요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과를 만들었다.
과한 설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산하 부품사의 고객사에 이름을 올린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미래방향성을 논의하는 관계를 구축했다.
이런 성과는 더 이상 현대차가 흉내만 내는 가성비 판매량 폭식 브랜드가 아닌 완성차 업체로서 기술력과 브랜드 정체성을 재평가받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차의 뿌리 찾기는 단순한 요식행위가 아닌 자동차 브랜드로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다.
이를 위해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현대차가 나아갈 방향성을 묻고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것부터 시작했다. 현대차 옴부즈맨부터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 등을 시작으로 다양한 소통채널을 통해 불통의 이미지를 소통의 아이콘으로 변화시킨 현대차다.
이런 변화에는 정 회장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 변화와 쓴소리에 두려움 없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준 정 회장만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서면서부터 젊어지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변화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며 "단순한 판촉행사가 아닌 선진 자동차문화의 정착시키고 브랜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변화를 위해 노력한 집념이 현대차의 현재 입지를 만드는 중요한 결과물로 자리했다"고 설명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